회사를 다니고 꼬박꼬박 월급을 받을 때는
일이 힘들고 인간관계에 지쳐도 월급날이 다가온다는 사실만으로 버틸힘이 생겼다.
그러나 아이를 낳고 무한정 육아만 했을 때는
사실 내 존재감이 사라지는 느낌이 들어 마음이 힘들었던 것 같다.
아이가 커가는 모습을 보면 행복하지만 왜 내 마음은 이렇게 공허할까?
하루에도 몇 번이나 나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했던 것 같다.
아이를 출산하면서 우리 집은 자연스레
나는 육아담당
아빠는 경제담당
이렇게 역할을 나누어서 하루하루를 보냈다.
남편은 워낙 계획적이고 꼼꼼한 사람이라 돈을 허투루 쓰는 법은 없었다.
하지만 자기가 열심히 일한 만큼 금융치료는 필요했기에
자신이 사고 싶은 물품들을 하나둘씩 사는 걸 좋아했다.
그에 반면 나는 태생이 물욕이 크지도는 않았지만 워낙 빠듯한 살림살이에
내가 원하는걸 마음껏 사지는 못했다.
늘 세일상품, 떨이상품, 남이 쓰던 옷 이런 것들이 내가 주로 쓰던 제품이었다.
왜 나라고 이런 것들이 좋아서 써겠는가?
늘 돈이 없다는 말을 달고 사는 남편과 살다 보면 나 스스로가 이렇게 변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집을 사야 한다는 목표도 있었지만 늘 돈 앞에서 주눅 든 나 자신이 가끔은 초라하게 느껴졌다
나도 당당하게 사회에 나가서 돈도 벌고 인정받고 싶었지만 어린아이를 두고 회사에 나갈 자신이 없었다.
아이가 자주 아플 때는 그야말로 멘붕이 찾아왔다.
어찌 보면 늘 속으로 혼자 삭히고 응어리를 담고 살아서 그런지 그렇게 몸이 아팠는지도 모르겠다.
이상하게 몸이 힘들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마음이 힘들어서 몸도 같이 아팠던 것 같다.
늘 무기력하고 누워있고만 싶은 날들도 많았다.
어쩔 때는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있는 나 자신이 싫어 하루종일 일을 찾아 움직였다.
결혼을 하고 살아보니 어차피 결혼이란 건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너무나 사랑스러운 아이를 보면 위로가 되고 아이 낳기를 잘했다는 생각은 든다.
아이가 없었다면 나는 이렇게 진지하게 글을 쓸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육아를 하면서 늘 돈 앞에서 나는 주눅이 들었고
엄마니까 당연히 아이를 키워야 하지 생각이 지배적으로 들어 나 스스로가 더 위축이 되지 않았나 싶다.
그렇다고 호탕한 성격도 아니라 밖에 나가서 나의 깊은 마음을 들여보이지도 않는다.
지금 내 삶이 무료해 돌팔구를 찾고 싶었고 그게 바로 글이었는지 모르겠다.
지금도 소소하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돈을 벌고 있지만
이것마저 없었다면 아마 나는 더 깊은 동굴로 빠져들었을지 모른다.
돈이라는 건 참 여러 가지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돈이 많다고 행복한 것도 아닌 것 같다.
그렇다고 돈이 없으면 마냥 불안할 것 같긴 하다.
나란 사람은 아주 작은 돈이라도 나 스스로 벌어야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 의미는 사실 나에게는 크게 다가온다.
돈이 얼마이던간에 나는 돈보다 가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지금 당장 현실에 우울해만 하지 말자.
그 대신 열심히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실행해 보자
언젠가 내가 돈보다 더 몸집이 커져 있을지 그건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