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찮게 만나게 된 연극과 20년 넘게 동행 1999년 진주 극단 현장 합류...70여 편 공연 연극 무대서 관객과 만날 때 행복감 느껴
이 배우에게는 ‘연극’이 신념이고, ‘연극’이 사명이다. 우연한 계기로 연극판에 뛰어든 그는, 부모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배우의 길을 고집했다. 극단 현장 단원이 된 1999년부터 철저하게 연극쟁이로 살았다. 햇수만 놓고 보면 올해로 23년째다. 강산이 두 번 바뀌는 동안 현장 작품으로, 다른 경남 지역 극단 작품으로 관객 앞에 섰다. 진주 태생인 최동석(46) 배우가 만난 작품은 70편이 넘는다. 극단에 입단하고 나서 그가 참여하지 않은 작품은 2편 정도에 불과하다.
입단 초창기만 하더라도 이렇게 많은 작품을 하게 될 거라는 건 그도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 고교 시절 활동했던 연극반에서 시작된 배우의 꿈이 지금까지 이어진 결과다. 진주 극단 신무대 연극 <탑과 그림자>에 출연할 기회를 얻은 최 배우는 그 뒤부터 연기에 대한 꿈을 굳혔지만,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마음먹을 때는 집안 반대가 컸다. 부모 만류로 연극영화과 진학에 실패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진주 개천예술제 청소년 연극대회에 나간 적이 있어요. 그때 처음 연극을 했거든요. 학교에서는 까불거리는 애들 뽑아서 대회에 내보내고 그랬거든요. 제가 평소에 워낙 까불거리고 그러니까 나가게 된 거였죠. 그러다 고등학교에 들어가고 나서 연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때까진 태권도를 해 와서 선수를 할 생각도 있었거든요. 그런데 선수를 하려니까 부모님이 반대하시는 거예요. 나중에는 연극을 하겠다고 하니 절대 안 된다면서, 그럴 거면 그냥 태권도를 하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대학입시 때 체대 시험을 쳤는데 다 떨어졌어요. (웃음)”
최동석 배우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연극과 만났다. 진주 개천예술제 청소년 연극대회에 나서면서다. 사진은 최 배우 청소년 연극대회 공연 모습. /극단 현장
최 배우는 가고자 했던 길과 전혀 다른 전공을 택했다. 진주 지역에 있는 대학 전자학과에 입학했다. 그렇다고 연극을 향한 관심과 흥미를 놓은 건 아니었다. 입학 후 연극동아리에 들어갔다. 경상대·진주산업대·진주교대 등 지역연합 연극동아리 ‘진대극회’에서 활동하며 연극을 좋아하는 학생들과 줄곧 어울렸다. 그곳에서 극단 현장 관계자들과 연결됐다. 대학 졸업 무렵 그가 극단 현장에 발을 들이게 된 계기였다. 장진 작가의 <허탕>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극단 생활을 시작했다.
“대학 때는 직장에 취직할 마음이 전혀 없었어요. 졸업쯤에도 취업 생각은 하지 않고 친구들과 놀기 바빴죠. 그러다 고능석 대표님과 만나서 얘기를 나누는데, 같이 작품을 해보자고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작품을 하나 끝냈는데 그걸 마친 뒤에도 저는 극단에 남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대표님께서는 제가 금방 나갈 줄 알았다고 하신 적이 있었는데 계속 극단에 있게 됐죠. (웃음) 부모님은 그 무렵부터 7~8년 정도 제 연극을 보러 안 오셨어요. 네가 하고 싶다고 하니 해보고 얼른 정신 차려서 직장 다니라는 말씀을 항상 하시곤 했는데, 그러면서도 그만할 때 안 됐느냐고 계속 말씀하셨어요. 그러다 제가 연극을 하면서 점차 알려지고 방송에도 나오고 그러니까, 인정해주기 시작하셨어요. 지금은 저를 대견하게 생각하세요.”
진주 극단 현장 최동석(맨 왼쪽) 배우. /극단 현장
그는 20년 넘게 연극판에 있으면서 여러 수상 실적을 쌓았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지난 3월 함안에서 열린 제40회 경남연극제에서 단체 대상과 함께 연기대상을 받았다. 지난달 밀양에서 막을 연 대한민국연극제에서는 단체 금상을 거머쥐었다.
전국연극제에서 대한민국연극제로 개편된 2016년 이후 경남 대표로 나서 최우수연기상을 차지한 지역 연극인은 현재까지 그가 유일하다. 최 배우는 그해 <강목발이>라는 작품으로 전국 광역자치단체 대표 극단들이 참가하는 연극경연대회에서 수상의 기쁨을 맛봤다.
“아무래도 대한민국연극제 최우수연기상이 저에게는 가장 기억에 남죠. 한국에서 한 명에게만 주는 가장 큰 상이잖아요. 그때는 육아에 매진하던 때였거든요. 그래서 시상식에 못 갔어요. 그간 모든 시상식에 다 갔는데 그때만 유일하게 가지 못했거든요. 그날 오전에 수상 소식을 먼저 들었어요. 아이를 겨우 재우고 나서 청소하고 있었는데 소리도 못 내고 감격을 표현할 방법이 없는 거예요. 뛰지도 못하겠고. 다들 그때 고생 많이 했는데 저에게는 그 상을 받던 때가 가장 벅찬 순간으로 남아있어요.”
진주 극단 현장 최동석 배우. /극단 현장
최 배우는 경남연극의 보배라는 평을 받을 정도로 지역에서 인정받는 배우가 됐다. 과거 누군가에게 자신이 배우라는 얘기를 당당하게 꺼내놓지 못할 때도 있었다고 밝힌 그는, 이젠 당당하게 배우라고 말한다고 한다. 오랜 기간 무대에 오르면서 자신감을 쌓은 덕택이다.
좋은 작품으로 관객과 만날 때 가장 행복하다는 최 배우는 현재로선 공연 작업 이외에 특별한 계획을 하고 있지 않다. 대한민국연극제 밀양 축제 준비하랴 본선공연 준비하랴 여러모로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을 테지만, 그는 연극제가 끝난 뒤에도 쉬지 않고 공연을 뛰고 있다. 앞으로도 지금껏 그래 온 것처럼 꾸준히 무대에 서는 것만 생각하고 있다. 관객과 동료 배우에게 재미를 주는 배우가 되는 것이 그의 목표다.
“연극은 저에게 중심추 같은 존재예요. 길라잡이가 되는 만남이었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처럼 계속 갔으면 좋겠어요. 해왔던 것만큼 순항했으면 하는 바람이고, 개인적으로는 재밌는 배우가 되고 싶은 마음이 커요. 슬픔, 유쾌함, 웃음 모두 재미잖아요. 흥미가 떨어지면 잠이 오고 지루하죠. 그 점에서 흥미로움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흥미로운 배우가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