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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딴생각 brant Sep 22. 2021

300억짜리 뉴욕 펜트하우스의 재산세가 0원이라고?

 건축과에 다니던 누나 때문에, 청소년기부터 건축 잡지를 구경하곤 했다. 언젠가부터 잡지 대신 온라인으로 여러 건축물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는데, 그중에서도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 수상자들의 건축물이 많은 뉴욕의 건축물들을 구경하는 것은 내 오랜 취미 중 하나이다. 처음에는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건축물의 외관이나, 인테리어, 상상도 하지 못할 가격에 시선을 집중하곤 했었다.


 취직을 하고, 독립해서 살기 시작한 뒤로는 관리비나 세금 등 고정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런데, 터무니없는 가격보다도 더 터무니가 없었던 뉴욕 아파트들의 관리비와 세금은 뉴욕이라는 곳을 더욱더 먼 곳으로 느끼게 만들었다. 요새 서울 아파트 중위 가격(10억 원) 대와 비슷한 수준의 물건을 보아도 월 관리비가 100만 원 이하인 곳은 찾기 힘들었고, 월 세금 역시 100만 원 이하인 곳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월 세금은 150만 원, 관리비는 200만 원 수준인 11억짜리 아파트


 그러던 중, 재산세가 0원이라고 광고하는 아파트를 발견하게 되었다. 

재산세가 거의 '0원'이라는 것이 셀링 포인트란다.


 그것도 무려 20년 동안이나 말이다. 심지어 그 아파트의 가격은 300억이 넘었다. 어떻게 그렇게 비싼 아파트의 재산세가 0원일 수 있지?

약 360억짜리 아파트의 재산세(Tax)가 월 20만 원(1년에 240만 원)이다. 완전 공짜는 아닌데 월 1800만 원이 넘는 관리비(Common Charges) 생각하면 사실상


 결론부터 말하면 조세감면 정책 덕분이다. 새로운 지역에 사람들을 끓어들이기 위한 방법인 것이다. 이 아파트는 Hudson Yards라는 지역에 위치하고 있는데, 이곳은 원래 철도 차량기지가 위치하고 있던 곳이다. 때문에 어떤 주거시설도 없었고, 학생들을 위한 학교도 없다. 그리고 사람들이 왕래하던 지역이 아니다 보니 교통 역시 낙후되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런 지역에 고급 아파트를 짓고 사람들을 모으려니 무언가 유인책이 필요했던 것이다. 

철도 차량 기지가 있는 왼쪽이 공사 이전의 모습, 철도 차량기지 상부에 건물을 지어 놓은 현재의 모습(지금도 철도 기지로 사용중)
가장 오른쪽에 있는 25년짜리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처음부터 21년 차 까지는 세금 100% 감면, 22년 차는 80% 할인(20% 납부), 26년 차부터는 완전히 과세를 한다.


 유인책에도 불구하고, 이 아파트의 인기가 높지는 않다. 2016년 가을부터 판매를 시작했는데, 아직 미분양이다. 최저 40억 이상을 지불해야 하는 이 아파트에 들어올 돈이면 맨해튼의 전통적인 부촌 지역인 '어퍼 이스트'에서도 집을 고를 수 있고, 전망이 좋은 '센트럴 파크 사우스' 같은 신흥 주거지를 고를 수 있고, 그것도 싫다면 타운하우스 형태의 단독주택까지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세금 감면이라는 파격적인 혜택을 내건 뉴욕시 당국의 결정은 놀라워 보인다. 세제 혜택을 통해서 주거지역의 영역을 넓히며, 한정된 도시공간을 넓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한 셈이니 말이다. 그리고 이 방법이 무려 1971년부터 50년 이상 사용되고 있다는 데에서 다시 한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나라마다 사정이 다르고, 지역마다 특성을 반영하여 정책이나 세금 문제를 결정할 테니 외국의 사례를 그대로 차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미국에서도 수백억짜리 주택을 구매하는 부자들에게까지 조세 감면 혜택까지 주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비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84제곱미터가 아니라, 484제곱미터인 360억 원짜리 아파트 평면도


 하지만, 이 제도를 통해 적절한 가격의 주택(Affordable housing unit)을 공급하고자 하는 시 당국의 목표도 일정 부분 달성이 되었다고 한다. 지금의 서울 역시 70년대의 뉴욕과 마찬가지로 택지 부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 한국형 421a를 고민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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