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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딴생각 brant Nov 28. 2021

얌체운전 택시

 매일 내부순환로를 이용해 출근을 합니다. 연희 IC로 진입하여 정릉 IC로 나갈 때까지 10-2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데, 그 중간에는 상습 정체구역인 홍제 IC가 있습니다.


 홍제 IC로 빠져나가려는 차량들이 기다리고 있는 3차로는 항상 줄이 길게 늘어서 있습니다. 심한 날은 연희 IC 초입부터 2km 이상 정체되어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홍제 IC로 나가려는 택시들은 보통 정체되는 3차로 대신 2차로로 주행을 합니다. 홍제 IC 출구가 나올 때까지 계속 2차로로 주행을 하다가, 출구 근처에서 급하게 차선 변경을 시도합니다. 때문에, 아찔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합니다. 평소 2차로를 타고 이동할 때가 많은데, 앞에 택시가 있을 때는 만약의 상황을 고려해 차간 거리를 여유 있게 가져갑니다.


 출구 앞에서 급하게 차선을 변경하는 택시들 때문에 위험한 상황에 직면해본 적이 있는 운전자들은 차간 거리를 여유 있게 두는 것으로 위험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막히는 3차로에서 2km 이상을 기다리고 있던 다른 운전자들의 분노(?)는 미안하다는 의미의 비상 깜빡이 몇 번으로는 잠재우기 어려워 보입니다.


 도대체 왜 택시 운전기사 분들은 그렇게 얌체같이 운전을 하시는 걸까요? 하루 종일 운전을 하시다 보니 너무 힘들고 스트레스를 받으셔서 그러실까요? 아니면 습관적으로? 그것도 아니라면 택시기사 분들 인성에 문제가 있어서 그런 걸까요?


 얼마 전,  택시를 타고 오는 길에 그 답을 알게 되었습니다.  


 출장을 갔다가 급한 일이 생겨 복귀하는 길에 택시를 이용했는데, 내부순환로의 악명 높은 정체구역인 월곡 IC를 지났습니다. 출근길의 홍제 IC 보다 더 긴 정체구간이었는데, 기사님의 얌체운전(?) 덕분에 내비게이션의 예상 도착시간보다 15분이나 빨리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시간 내에 급한 용무를 처리할 수 있었습니다.


 운전을 할 때는 얄미웠는데, 손님이 되고 보니 기사님의 얌체운전이 너무나 감사하게 느껴졌습니다.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는 것보다 10배 가까운 돈을 지출했지만, 그 돈이 전혀 아깝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만약 월곡 IC에 줄을 서서 15분을 기다렸다면 제 마음은 어땠을까요? 아마 전전 긍긍하면서 한숨을 쉬거나, 택시에서 내린 후에 기사님을 원망했을지도 모릅니다.


 어제의 저처럼, 빠르게 목적지에 도착하기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추려다 보니 택시기사 분들은 점점 얌체가 되어야만 하는 것 같습니다.


 내일 출근길에 급하게 차선 변경을 시도하는 택시를 만난다면, 바쁜 손님을 태운 기사님의 입장을 먼저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물론, 또 며칠 지나면 운전자인 제 입장부터 생각하며 경적을 울리거나 손가락질을 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기사님의 얌체운전 덕분에 업무를 처리할 수 있어 감사했던 어제를 생각하며, 내일 하루만이라도 기사님의 입장부터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생각해보면  비슷한  같습니다. 엄마를 기다리는 아들을 위해 칼퇴를 하다 보면, 동료들 사이에선 얌체가 되고, 체육시간을  많이 하고 싶어 하는 우리  아이들의 기대에 부응하려다 보면, 한정된 체육관 사용시간을 놓고 다른  선생님들 앞에서 얌체가 되어야만 니까요.


 어제 정말 감사했어요 기사님. 그리고, 죄송했습니다. 월곡 IC에서 2km 넘게 기다리셨던 다른 운전자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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