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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딴생각 brant Nov 22. 2021

드디어 전면 등교가 시작됩니다

2년 동안 온라인 수업하느라 수고했어 얘들아!

 2021년 11월 22일, 전국 모든 학교가 등교 수업으로 돌아갑니다. 초등학생들까지 컴퓨터 앞에 앉아 하루에 5-6시간 가까이 공부를 하느라고 힘든 시간을 보냈고, 그 아이들을 옆에서 챙겨주느라 부모님들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제 학생들은 예전처럼 매일 등교를 하고, 교실에서 친구들과 함께 공부를 합니다. 온라인 수업은 곧 추억(?)으로 남게 되겠죠?


 온라인 수업 2년 차였던 올해, 제 목표는 분명했습니다. 아이들을 재밌게 해 주기! 학교에 오고 싶게 만들기! 위의 2가지가 올해의 목표였습니다. 사실 작년에 너무 충격을 받아, 이런 목표를 가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4월 중순까지 개학이 연기되는 사상 초유의 해였던 2020년, 제 수업은 엉망이었습니다. 무엇이 그렇게 마음이 급했는지 저는 매일 아침 줌 수업에서 간단한 인사도 없이, 수업 내용을 전달하는 데에만 신경을 썼습니다. 아직 얼굴도 한 번 본 적 없는 아이들 입장에서 생각을 해보면, 정말 딱딱하고 지루한 수업이 아닐 수 없었을 겁니다.

 

 며칠 되지는 않았지만, 등교하는 날에는 아이들과 이야기도 많이 하고 재미있는 활동도 준비해서 반응이 좋았기에, 사실 저는 제 수업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11월이 될 때까지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그저 등교 수업과 온라인 수업 사이에 분명히 어떤 차이가 있어 아이들의 반응도 다를 거라는 사실만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재택근무를 하다 제 수업이 가진 문제를 정확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마침 아내도 재택근무 여서 집에서 수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방에서 각자 노트북 앞에 앉아 똑같이 6학년 아이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했습니다. 그런데, 아내는 저와 완전히 달랐습니다. 1교시 수업을 시작하고 나서, 10분 가까이 시간을 할애하여, 아이들과 일상을 이야기했습니다. 어제 먹었던 음식이나 TV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 등을 나누며, 아이들이 입을 열도록 만들었고, 자연스러운 분위기로 수업에 참여할 수 있게 준비를 시켜주고 있었습니다.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줌 수업은 기본적으로 교사 이외에 모든 학생들을 음소거한 상태로 시작됩니다. 교실이라면 그런 환경이 아니기에 교사의 옷차림이나 머리 모양이 달라지기만 해도, 각 반에 있는 센스쟁이 학생들이 한 마디씩 하며 수업 분위기를 가볍게 만들어줄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학생 모두가 음소거된 채 시작하는 수업에서는 교사가 먼저 질문을 헤서 학생들이 마이크를 켜고 이야기를 시작할 기회를 주지 않으면, 더 이상 양방향 수업이 아니라 TV처럼 일방적인 수업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날 점심을 먹으며 아내에게 이것저것 질문을 했습니다. 아내의 반 아이들도 처음부터 반응이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사춘기가 시작되는 6학년 아이들의 입을 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고 했습니다. 음악시간에는 아이들보다 더 크게 노래도 부르고, 체육 시간에는 카메라 앞에서 춤도 추고, 연극 시간에는 두루마기를 입고 나와 '선비' 같은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고 들었습니다. 순간 저희 반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했고, 제가 너무 부족했음을 느꼈습니다.


 다음 날부터 저도 온라인 수업 1교시면 아이들에게 일상을 질문하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제 일상을 얘기하며, 공감하는 아이들이 자신의 하루를 이야기할 수 있게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졸업까지 2달 정도밖에 남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남은 시간에라도 아이들에게 조금 더 다가가고 싶었습니다.


 2020년에 6학년 4반 아이들에게 미안했던 마음을 생각하며, 올해 6학년 6반 아이들에게는 처음부터 친근하게 다가가려고 더 많은 시도를 했습니다. 언젠가 등교일에 장난치는 아이들을 자리에 앉게 하려고, 숫자를 거꾸로 센 적이 있었습니다. 10을 셀 동안 자리에 앉지 않으면, 엉덩이로 이름을 쓰게 하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마지막 숫자를 센 후, 한 아이가 "선생님 혼자 서있어요!"라고 외쳤습니다. 저는 당황했지만, 변명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빨리 엉덩이로 이름을 쓰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날 이후, 아이들은 선생님이 아니라 저를 같은 반 친구 한 명으로 생각하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얼마 후 일기장을 검사하다가 한 아이가 이런 글을 쓴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한 명이라도 이런 마음을 느꼈다는 게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이 되기도 하고, 조금 더 많은 아이들이 이런 마음이면 좋을 것 같다는 바람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 일기를 본 후, 아이들과 같은 공간에 함께 있지는 못하지만 항상 함께하는 선생님이라는 사실을 느끼게 해 줄 수 있는 수업을 여러 가지 준비했습니다.


 각자 주방 앞에서 스마트폰으로 줌 수업에 들어온 후 요리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계란 샌드위치를 만들어 보기도 하고, 단풍이 한창이던 얼마 전에는 각자 아파트 1층 현관까지 걸어내려 가서 단풍과 함께 사진을 찍어 인증샷을 올리도록 하기도 했습니다. 또 온라인으로 즐길 수 있는 코딩 게임을 같이하며, 저보다 빨리 미션을 달성한 친구들에게 사탕을 주기도 했고, 노래를 작곡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송 메이커 프로그램으로 함께 노래를 만들어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공간의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가 필요했던 온라인 원격 수업은 이제 끝이 났습니다. 원치는 않지만 언젠가 다른 이유로 또다시 이런 순간이 오게 될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또 다른 변화가 급작스럽게 다가오게 될지도요. 혹시 그런 상황이 되면 지난 2년간의 경험을 기억하며, 어떤 변화 앞에서도 아이들과의 정서적 공감이 최우선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 교사가 될 것입니다.


 물론, 친구들과 함께 소풍도 가고, 체육대회도 하고, 수련회나 수학여행도 가며 아이들과 정서적인 공감을 형성할 기회가 많았던 예전의 일상으로 하루빨리 돌아가고, 그 일상이 소중한 줄도 모른 채 생활한다면 더욱 좋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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