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그리고 ‘가족’
30살 나의 이야기는 가족과 함께 시작된다.
나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준, 내가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단어는 가족이다. 그 단어에는 떠올리면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순간들이 많지만 가슴이 미어질 슬픔도 있다. 그 모든 것들이 모여 ‘나’라는 사람을 만들었다. 한때 좋은 일이 생기면 오로지 내 노력으로 이룬 결과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그 생각이 어리석었음을 할머니를 통해 깨달았다.
재작년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많은 유산을 남겨주셨다. 가족의 존재, 관계의 무게, 그리고 할머니의 무한한 사랑을 먹고 자란 삶. 할머니를 통해 내 가족이 형성되었다. 손주 6명을 키워내신 당신의 삶을 통해 나는, 언니오빠들은 뿌리를 두고 열매를 맺으며 살아가겠지. 나의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떠올리게 될 나의 영원한 존재는 할머니, 나의 할매. 영순 할매. 그 사람을 기억하는 모든 사람이 죽었을 때 그 사람의 존재도 사라진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할머니를 기억하는 모두가 죽더라도 나의 글이 남아 할머니를 기억하고 싶다.
삶을 사랑으로 채우는 법을 가르쳐준 사람,
우리는 할머니의 시간을 먹고 자랐다.
그리고 나의 모든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