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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 사무장 Oct 26. 2021

이무진의 신호등을 듣고 나서

아 붉은색~ 푸른색~

참 오랜만에 음악다운 음악을 들은 기분이다. 이어폰을 끼고 살지 않은지도 어느덧 3년, 그의 음악은 다시 이어폰을 사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만들었다.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알게 된 신호등. 올해 5월에 발매된 곡인데 지난달부터 역주행하여 아직까지 음원차트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특정 음악을 찾아 듣는 스타일은 아닌데 왠지 궁금해진 마음에 유튜브에서 제목을 검색하고 한번 감상해보았다.



이제야 목적지를 정했지만
가려한 날 막아서네 난 갈 길이 먼데

새빨간 얼굴로 화를 냈던
친구가 생각나네

이미 난 발걸음을 떼었지만
가려한 날 재촉하네 걷기도 힘든데

새파랗게 겁에 질려 도망간
친구가 뇌에 맴도네

건반처럼 생긴 도로 위 수많은 동그라미들
모두가 멈췄다 굴렀다 말은 잘 들어
그건 나도 문제가 아냐

붉은색 푸른색 그 사이 3초 그 짧은 시간
노란색 빛을 내는 저기 저 신호등이
내 머릿속을 텅 비워버려 내가 빠른지도
느린지도 모르겠어 그저 눈앞이 샛노랄 뿐이야

- 이무진 <신호등>



첫 소절만 들었을 땐 '이게 1위 곡인가?' 싶었는데, 후렴구를 듣자마자 '아~ 역시 1위를 한 데는 다 이유가 있구나' 싶었다. 진성과 가성을 오가는 신선하면서도 산뜻한 느낌의 후렴구는 계속 들어도 질리지가 않았다.



신호등은 이제 막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딘 20대 청년이 느끼는 혼란스러움과 풋풋함을 잘 담아낸 곡이라고 한다. 대중들의 반응을 살펴보니 그 흔한 '사랑' 가사가 들어가지 않아서 다들 좋다고 한다. 허구한 날 하는 사랑 타령보다는 그 나이대에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을 온전히 담아낸 가사와 멜로디가 대중의 마음의 사로잡게 된 주요 포인트였던 것이다.



역시 그렇게 느꼈다.  2021년 10월 말, 20대가 채 두 달도 남지 않은 이 시점에서 스무 살만이 느낄 수 있었던 미묘한 설렘에 대한 강렬한 향수가 느껴졌다. 지금은 느끼고 싶어도 절대 느낄 수 없는, 정말 그 나이대에만 느낄 수 있는 묘한 감정이 있었다.



그때는 빨간불이 빨간불인 줄도 모르고 건너기도 했고, 초록불일 때 옴짝달싹 않고 있기도 했으며, 노란불두리번거리면서 남의 눈치만 보다가 그저 시간을 흘려보내기도 했다. 지금은 세상이 주는 신호를 어느 정도 분간할 수 있게 된 나이지만, 오히려 분별력이 없었던 그 시절이 가끔 그립게 느껴지는 건 왜 그런 걸까?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나이라서 그런 걸까. 머지않아 30대가 될 나이. 1분 1초가 아까운 지금 이 순간을 잠시나마 그대로 느낄 수 있게 해 준 음악, 신호등. 오늘도 이 노래를 흥얼거리며 마지막 20대 가을을, 또 겨울을 미련 없이 보내보련다.



"붉은색~ 푸른색~ 그 사이 3초 그 짧은 시간~ 노란색~ 빛을 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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