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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 사무장 Nov 04. 2021

가난할수록 늦잠을 자게 되는 이유

가난은 늦잠을 부른다

월요일부터 출근하여 금요일까지 뼈 빠지게 일한 당신. 열심히 일하다 보니 벌써 내일이 주말이다. 주말엔 그동안 강제로 일어났던 아침을 보상받기 위해 꿀 같은 늦잠을 계획하고 있다.



바로 그때, 알 수 없는 누군가로부터 의문의 전화가 걸려온다. 스마트폰 너머 들려오는 목소리는 당신에게 이렇게 말한다.



"여보세요?"


"지금 당장 네 통장을 조회해 봐."


"네?"


뚜뚜뚜….



통장에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것일까? 전화가 끊기자마자 허겁지겁 주거래 은행 어플리케이션을 열어 계좌 상태를 조회해 본 당신은 깜짝 놀라고 만다.



'1,000,000,000원이 입금되었습니다.'



통장에는 지금까지 살면서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금액과 쉼표가 찍혀 있었다. 심장이 요동치며 손에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 그때 다시 전화벨 소리가 울린다. 방금 전 그 사람의 목소리였다.



"제안을 하나 하지. 앞으로 10년간 매일 새벽 6시 이전에 기상한다면 그 돈은 네 거야. 그러나 만약 10년 중 단 하루라도 늦잠을 잔다면 그 돈은 전부 사라진다. 내 제안을 받아들이겠나?"


"뭐라고요?!"


"내일 새벽 6시에 다시 전화를 주도록 하지. 심사숙고해서 잘 결정하는 게 좋을 거야."


뚜뚜뚜….



왠지 범인일 것 같던 사람이 갑자기 천사처럼 느껴진다. 혼란을 느낀 당신은 마음을 가다듬고 차분하게 생각하기 시작한다. 몸이 너무 피곤해서 당장 기절할 것 같지만, 내일 새벽에 전화가 온다고 하니 늦잠을 자긴 그른 것 같다. 아니, 앞으로 10년 동안 늦잠을 잘 수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늦잠이 대수랴? 자그마치 10억 원이다.



늦잠 vs 10억



당신은 무엇을 선택하겠는가?










실제로 위와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면 여러분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많은 경우에, 일단 돈을 택했다가 실수로 늦잠을 자게 되어 다시 돈을 잃게 되는 상황이 펼쳐지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해본다. 아무리 많은 돈을 준다고 해도 10년 동안 6시 이전에 일어난다는 건 그러한 습관이 몸에 밴 사람이 아니고서야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이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이유는 강제성이 있기 때문이다. 생계를 유지해야 해서, 일을 해야 하니까, 출근해야 되니까 이른 아침에 억지로 몸을 일으켜 하루를 시작한다. 그런 강제성이 없는 주말엔 웬만해서는 평소처럼 일찍 일어나지 않게 된다.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버느라고 지친 심신을 달콤한 늦잠으로 달래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평범한 서민들의 일상, 즉 우리들 패턴이다.



하지만 현시대에 평범하다는 것은 가난하다는 것과 어느 정도 일맥상통한다. 평범이 평균을 포용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부의 양극화는 갈수록 심해지고 그에 따라 중간 계층은 점점 더 사라지고 있다. 잠시 얘기가 다른 길로 샜는데,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보자.



나는 평범한 사람이다. 내가 평범하기 때문에 내 주변 사람들 역시 평범하다. 그들을 보면 대부분 일을 쉬는 날에 늦잠을 잔다. 그런데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다. 여기서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이란 자본주의 계급사회에서 맨 꼭대기에 있는 사람들, 즉 부자들을 말한다.



가난했던 나는 부자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아주 잠시나마 실제 부자들을 만나본 적이 있다. 여기서 부자의 기준에 대해선 따로 말하지 않겠다. 적어도 내 기준엔 일반인의 연봉을 한 달에 벌어들이는 사람이 부자였다. 그렇게 한 달에 3000만 원을 버는 사람, 한 달에 5000만 원을 버는 사람, 한 달에 1억 원을 버는 사람, 심지어 한 달에 3억 원을 버는 사람을 만나보았다.



나는 너무 궁금해서 그들에게 여쭤보았다. 당신들도 늦잠을 자느냐고. 그들 중 몇 명은 정말 솔직하게 이렇게 얘기했다.



"돈이 많으니까 시간이 흘러가는 것이 너무 아깝죠. 그리고 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아침에 눈이 번쩍 떠지더군요. 늦잠을 잘 시간도 없어요. 그러고 싶지도 않고."



듣고 보니 그랬다. 돈이 많으면 시간이 얼마나 아깝겠는가. 부자들은 대다수의 사람들처럼 돈 걱정을 많이 하지 않는다. 불필요한 일에 에너지를 쏟지 않으니 에너지가 넘친다. 매일매일 하고 싶은 일들이 넘쳐날 텐데 늦잠을 자고 싶은 마음 자체가 없는 것이다. 그들이 늦잠을 자는 경우는 1년 중 손에 꼽을 정도였다.



내가 만난 사람 중엔 한 회사의 CEO도 있었다.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해 자수성가한 그 회장님은 이렇게 말했다.



"보통 사람들은 평일에 열심히 일하고 주말에 쉽니다. 주말이 되기 전 슬슬 몸이 피곤합니다. 하지만 몸이 피곤한 것에 비해 생각보다 돈은 많이 모이지 않죠. 매일 같은 생활의 반복이에요. 인생에 재미가 없죠. 재미가 없으니 늦잠을 자게 되는 겁니다. 그들이 늦잠을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게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있어요. 돈을 주면 돼요. 500만 원씩, 1000만 원씩 준다고 하면 누가 계속 방 안에만 누워 있겠어요? 입금이 되자마자 벌떡 일어나 자신이 원하는 일들을 하며 자유를 만끽합니다. 우리 집사람이 딱 그랬어요. 내가 능력이 없어 돈을 못줄 때는 쉬는 날엔 언제나 방에 콕 박혀 누워만 있던 사람이, 이제는 용돈을 팍팍 주니까 사람이 변했어요. 매일 밖에 싸돌아다느니라 누워있는 모습을 본 적이 없어요."



돈이 있는 사람들은 인생이 너무나 재미있어서 쉬는 날에도 늦잠을 잘 시간이 없단다. 어쩌면 우리가 쉬는 날에 늦잠을 자는 이유는 몸이 피곤해서라기보다 인생에 재미가 없기 때문은 아닐까? 정말 진지하게 한번 생각해보자. 솔직히 나는 그런 것 같다. 우리의 하루하루가 마치 첫 수학여행을 가기 전날 초등학생의 마음처럼 설레는 날의 연속이라면, 아무리 피곤하더라도 오늘 그리고 내일 그리고 매일 펼쳐질 재밌는 일들에 기대감을 안고 몸을 벌떡 일으키지 않을까?



하지만 그런 꿈같은 삶을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보통 사람인 나는 꿈같은 결과를 만들어낸 그들의 엄청난 노력과 용기, 희생을 도저히 흉내 낼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그저 그들의 삶을 동경하며 순순히 나의 현실을 인정하는 수밖에.



그래서 나는 아직도 평범한 삶에 머물러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인생이 그다지 재미가 없다. 그래서 나는 이번 주말에 늦잠을 자려한다. 늦잠을 자며 꾸는 꿈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것이 나의, 그리고 대다수의 사람들의 현실임을 생각하니 참으로 씁쓸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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