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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샌님 Apr 23. 2023

01. 나의 완벽한 키보드를 위하여

키보드 알못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매거진 제목을 잘못지은게 틀림없다.

결국 다 사고 나면 갖고 싶다는 허상이 아니라 실체가 될게 뻔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첫 글에서 결론은 사는 것이라고 못 박아 버렸다. 지금이라도 제목을 수정할까?)


첫 번째로 머릿속에 그리던 물건은 키보드였다. 

나는 키보드에 무지하면서도 완벽한 키보드를 찾아다니고 있다. 

이번 글은 모델을 정해두고 '이 금액대의 물건인데 살까요 말까요?'의 질문이 아니라 물건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다. 


지금 나에게 가장 잘 맞는 키보드는 노트북 자판인데, 노트북 자판 쓰면서 웬 키보드를 사겠대? 싶겠지만 알맞은 키보드를 구매하는 것은 내 오랜 과업이었다. 


나에겐 익숙해진 것 = 잘 맞는 것 이기 때문에 무언가 선택해서 적응하고 나면 더 이상 불만은 없는 편이다. 

그러나 키보드는 자꾸 뭔가 아닌데...라는 마음을 품게 된다. 


나의 노트북은 LG에서 2018년에 나온 15.6인치 그램이다.

대학 들어갈 때도 이 모델을 썼었고, 졸업즈음에 생일 선물 겸 부모님이 같은 모델로 바꿔주셨다. 


졸업 즈음 나온 국가장학금을 가져도 된다는 말에 덜컥 아이패드에 입문하게 되었고, 취업 후엔 모아놓은 돈으로 프로 3과 미니 5를 사면서 블루투스 키보드의 필요성을 실감하게 되었다. 

그러나 내가 글 쓰는 취미가 있는 것도 아니고, 블로그는 1년에 한 번 쓸까 말까 하며, 아이패드로 무언갈 하느니 그냥 익숙한 노트북을 켜버리는 성격의 소유자이므로 키보드 구매는 늘 미수에 그쳤었다.


그러나 어느 날 충동적으로 무아스 로프리의 10만 원대 기계식 키보드를 구매했고, 

단 한 번도 제대로 사용하지 않은 채 자리만 차지한다는 이유로 캐럿마켓에 올라갔다. 


그리고 또 어느 날 내 마음을 사로잡은 키보드를 발견하고 말았으니, 페나에서 나온 타자기를 닮은 키보드였다. 가격대는 25만 원에서 60만 원까지. 그러나 말 그대로 내가 키보드가 크게 필요한 직업도 아니었고, 예쁘다는 이유로 덜컥 샀다가는 방출엔딩이 될 것이 뻔했기 때문에 숙고했다. 


그 뒤에 액토에서 나온 타자기를 닮게 만든 귀여운 레트로 키보드를 발견하고 비싸지 않은 가격에 바로 '이거다!' 해버렸다. 물론 바로 사진 않고 당근마켓에 알림 설정을 해둔 뒤 2만 원에 겟할 수 있었다. 

기계식 키감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가격도 저렴하고 예쁘다는 점에서 만족했고, 친구도 나를 따라 샀으므로, 그 키보드는 우리가 카톡 할 때 신나게 쓰였다.


하지만 산 기간이 1년 몇 개월이라면 그중 한 달도 채 사용하지 않았고, 이사 올 때도 가져왔으나 얼마 전에 건전지를 넣었다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버렸다. 하... 이따구로 키보드 만들지 마라.


이제야 여기에 아무 말이라도 글을 쓰고 있는데, 세상에 키보드가 없다니!


우선 나는 기계식 키보드의 느낌을 사랑하지만, 타자를 마음껏 쳐서 글을 쓰게 만드는 것은 길들여진 얇은 노트북 자판의 키보드라는 것을 깨달았다. 또한 무조건 가벼워야 하며, 미감적으로 거슬리면 안 된다.

1~3만 원대의 비슷한 디자인의 키보드가 많이 존재하지만 뭔가 이거다! 하는 게 없어서 아직 구매하지 못하고 있다. 


장바구니에 담을라 치면 자꾸 소비욕구가 말을 걸어왔다. 

'어차피 살 거 이거보다 예쁘고 비싼 거 사지 않을래?'라고.


그래서 다시 비싸고 예쁜 키보드를 섭렵하고 있자면 현실적 자아가 말을 걸어왔다.

'너 어차피 노트북으로 쓸 거잖아. 짐 만들지 말고 아이패드 쓸 때 사용할 서브용으로 가벼운 거 사.'라고.


그래서 적당히 타협하려고 알아보면 무난하긴 한데 디자인 한구석이 콕찝어 마음에 드는 곳이 없다거나, 푹푹 꺼지는 키감을 내가 사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만약에 내가 공돈이 생겨서 키보드에만 써야 하는 예산이 100만 원이 있다고 상상을 해보아도 선뜻 60만 원짜리를 사겠다는 마음이 들진 않는다. 

그렇다면 키보드가 필요 없는 거네~하고 마음을 접을라치면 '키보드 필요한 것 같아.'라고 또 말을 걸어왔다.


대환장 쇼 어쩌란 말이냐 트위스트 추면서~

아무튼 운명의 키보드를 만날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는 말 외엔 할 수가 없다.

가까운 미래에 타협해서 휴대성을 강조한 키보드를 쓰고 있을지, 무겁고 예쁜 키보드를 사서 방 한편에 처박아두고 가끔 꺼내볼지 알 수가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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