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샌님 May 10. 2023

아픈 뒤의 주말

동생방문

사람의 체력이란 9-6(늘 말하지만 출퇴근 이동-준비시간까지 하면 7-7)을 견디면서 취미를 모두 챙기기엔 너무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월급은 받지만 뭔가 5일 내내 체력을 다 쓰고 온다는 건 어딘가 억울하기도 하다.

이렇게 구구절절 시간이 없네 출근이 어쩌네 하는 이유는 그동안 글을 미뤄둔 변명을 스스로에게 하기 위해서 이다. 




우선 지난주 목요일에 출근 전에 혹시나 싶어서 근처병원을 들렀더니 엄청나게 겁을 줬다. 코로나 아니면 독감 100% 땅땅이라며 출근은 말리지 않겠으나 그렇다면 옮기게 될 것이라고...

아파도 몸을 움직일 수 있다면 하던 일은 무던히 하는 내가 옷깃에 피부만 스쳐도 아프다 보니 정말인가? 하며 우선 회사에 연락을 했다. 결론은 다시 집에 들어가서 쉬기로 했다.


그전에 링거를 맞고, 약을 타고, 주말 내내 엄청 아플 거니까 이온음료도 큰 걸로 두 병이상 준비하라고 병원에서 겁을 단단히 준 덕분에 울상을 지으며 약을 타고, 편의점에 들러 이온음료 큰 거 한 병과 작은 것 한 병을 샀다. 링거 덕분에 병원비가 꽤 나왔다.


집에 와서 대충 밥을 먹고, 약을 먹은 뒤 링거의 효과가 떨어지기 전에 세탁기를 돌리고 청소를 했다. 그리고 다시 간단하게 샤워를 한 뒤 잠옷을 입고 누워서 잠이 들었다. 워낙 아침에 병원을 다녀와서 인지 슬쩍 깼을 때는 점심이어서 빨래를 개어두고 점심을 먹고 약을 챙겨 먹고 양치를 했다. 


약기운에 졸려서 다시 꾸벅꾸벅 졸다가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서 깼더니 엄마가 챙겨준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동생이 도착했다. 옮길 수 있다고 오지 말랬더니 주말이 길어서 괜찮다며 기어코 온 것이다. 


가물가물 누워서 첫 방문인 녀석에게 심부름(우유와 콜라), 음식물쓰레기 버리기, 분리수거, 설거지 등을 시켰더니 아프다고 그런지 고분고분 전부 해줬다. 


저녁 즘 좋아하는 수제버거를 주문해주고 나서 곰곰이 따져보니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말짱했다. 해열제를 먹어서 그럴 수도 있지만 약을 먹어도 몸에 남는 기운이 그랬다. 힘이 없거나 기력이 없거나 하지 않아서 아무리 생각해도 괜찮은 것 같은데?? 했더니 그 뒤론 이놈이 나를 부려먹었다. 


단순 감기몸살이었던 걸로 결론을 내린 뒤 가뿐해진 몸과 마음으로 다음날은 맛집도 가고, 빵집과 젤라토가게도 다녀왔다. 물론 감기인 나는 거의 먹지 못했지만 먼 길 온 동생이랑 어디라도 다니면서 맛있는 걸 사주고 싶었다. 


전국적으로 강수량이 많다고 각오는 했지만 생각만큼 많이 내리진 않았고, 내 동생답게 서로 혼자 있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동생은 먹을 걸 다 얻어먹은 뒤 갈 채비를 했다. 낯설다 보니 잠을 설쳐서 집에 가서 쉬고 싶었던 것 같다. 


그 뒤로 주말 내내 비가 꽤 많이 내렸고, 빨래를 전부 미리 해 둔 덕분에 비 내리는 바깥을 구경하며 책을 실컷 읽었다. 햅삐.


이번 주말도 참 잘 지냈다.

평일엔 다시 야금야금 공부를 시작하고 있는데 출퇴근 전 후로 짧게는 10분이라도 길게는 1시간씩 가볍게 건드리고 있어서 성과를 짐작하긴 어렵다. 집중력이 좋은 편도 아니고.

하지만 안 하는 것보단 낫겠지 하는 마음으로 생각날 때마다 책상에 앉는 중이다. 글은 전처럼 자주 쓰진 못하겠지만 책도 읽고, 공부도 하고, 글도 쓰고, 바깥구경도 하려면 주말이 너무 짧은 것 같다. 결론은 주 35시간 일하게 해 주던지 주 4일제 해주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커피와 콜라를 같이 마시지 마세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