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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샌님 Jun 12. 2023

지난 3개월 돌아보기

똑같은 일상인 것 같지만

벌써 3개월이 넘게 흘렀다.


숨만 쉬어도 지나가는 게 시간이라, 처음 왔을 때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낯가리던 곳은 어느새 퇴근 후 당연히 돌아오는 집으로 익숙해져 있다. 익숙한 길이 늘어났고, 출근 후 직장에서 더 이상 남의 행동을 눈으로 좇아 어설프게 녹아들려고 뚝딱거리지 않게 되었다.


집 또한 늘 똑같은 것 같아도 처음 왔을 때보다 짐이 늘어났고, 간소했던 옷장에 반팔이 추가되어 약간 포화상태이다. 역시나 출근 루틴이 복잡한 게 싫어서 무지 티 검정과 흰색을 여러 장 사두었다.


긴 시간 고심했던 여름이불로 바꾸었고, 금요일 저녁 겨울이불을 모조리 세탁하려고 무리한 바람에 진짜 힘들었다.  다시는 그러지 말아야지. 새로 바꾼 여름이불은 시원한 하늘색으로 여름이불치고는 좀 두껍나 싶지만 아직 새벽에 추워서 만족 중이다. 이불 다음으로 긴 시간 고심했던 다소 비싼 카트를 샀고, 이불빨래할 때 매우 만족했다. 비싼 게 좋긴 좋다.


짐이 늘어서 캐리어를 넣어두던 상부장은 이불이 차지하고 캐리어는 베란다로 쫓겨났다. 조만간 베란다 정리도 해서 캐리어를 잘 넣어둘 곳을 찾아야겠다. 아무래도 겨울 이불 중 하나는 본가로 보내두는 게 나을 것 같다.


얼마 전 시내라고 부를만한 곳도 내 발로 다녀왔고 사람이 진짜 진짜 많았다. 정말 오래간만에 사람이 바글거리는 곳에서 쇼핑하니 나름의 재미도 있었다. 거리 이동은 체력을 조금이라도 아껴보려고 택시를 이용했는데도 만보 넘게 걸었더라.

돈은 많이 썼지만 대단하게 쇼핑한 것은 없다. 요즘은 사는 게 문제가 아니라 버리거나 정리할게 걱정이라, 먹는 거나 경험에는 돈을 써도 물건을 들이는 것은 전보다 더 고민하게 된다.(그렇다고 물건을 안 산다는 건 아니고 전보다 3번은 더 고민한다)


5월부터 다시 시작해 볼까 하고 시작 한 공부는 정말 공부한다고 하기도 민망할 정도의 수준으로 (섬세한 내가 놀라지 않도록 찍먹 중) 가볍고 조금씩 진도를 나가고 있다. 아직 전 과목 1 회독을 다하지는 못했지만 4권째이다. 출근 전 잠깐이나 퇴근 후 1시간 정도 하려고 하고 있다.


본가에서 가져온 책과 그동안 짬짬이 사둔 책이 늘어나서 책장도 소소하게 개편되었다. 그에 따라 거실이 점점 정돈이 안 되는 것 같다.


또 그동안 빨래망에 빨래를 다 때려 넣고 세탁기에 넣어다가 수평이 안 맞으면 무한 빨래모드로 돌아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금요일 저녁에 퇴근하고 와서 빨래를 돌렸는데 한 빨래만 3시간 넘게 돌아가서 쉬지도 못하고 환장할뻔했다. 강제종료 후 빨래를 풀어서 수평을 맞춘 뒤에야 탈수를 하고 꺼낼 수 있었다. 살림이란^^


출근용 가방을 하나 더 샀다. 그전엔 대학생 때 캐리어사면서 받은 미키가 그려진 에코백을 가지고 다녔다. 출근복에 돈 쓰는 거 아니다가 신조여서 5년도 더 넘게 들고 다닌 짱짱한 에코백이다. 정말 이름에 잘 맞는 취지로 이용했고 아직도 올이 풀리거나, 프린팅이 벗겨지지도 않고 낡아 보이지 않는다. 주기적으로 세탁도 할 수 있어서 앞으로도 더 잘 쓸 것 같다. 아무튼 그러나 여기저기 부딪히면서 다니는 나에게 에코백은 노트북 파괴범이기도 해서 쿠션이 들어간 (출근하면 생각하는 그런 직장인용 가방이 아닌) 형색은 에코백과 다를 바 없는 가방을 새로 샀다.  


그리고 아침에 미친 듯이 우는 새가 있단 걸 알게 되었다. 본가나 그 전 지역에선 창문을 열어두고 자는 계절엔 짹짹하고 우는 귀여운 새소리를 들으며 깰 수 있었는데, 여기선 진짜 듣지도 보지도 못하는 소리를 내는 새가 있다. 지저귄다기보단 짖는다? 정도로.


커피를 좋아하지만 수면 때문에 자제를 하고 그나마 디카페인만 마시고 있는데 더위사냥을 먹었다가 이것만으로 수면의 질이 확 나빠진 것을 느꼈다. 카페인이 점점 안 받는 몸이 되고 있는 것이다(슬픔). 더위사냥 커피 함류량을 봤더니 믹스커피 0.4, 디카페인 0.3이었다. 그래도 디카페인이나마 커피가 좋다.


구독서비스는 왓챠 3개월이 마무리되어 넷플릭스를 끊었다. 보다가 다른 ott에서 하는 게 보고 싶어지면 만료하고 넘어가야겠다. 구독서비스를 아예 이용 안 할 순 없어서 이렇게 만료되면 다른 걸 구독하는 식으로 하고 있다.


아 물가가 엄청 올랐지만 근처에 아직 참치김밥이 3500원인 곳이 있다. 가락국수이나 떡만둣국은 6000원이다. 물론 전에 비해서 절대 싼 가격은 아니지만 얼마 전에 돈가스 김밥이 6000원인걸 보고 기겁 한 적이 있어서 근처에 요즘물가에 비해 나름 저렴한 곳이 있다는 게 기쁘다.


3개월 동안 나는 얼마나 변했을까 머리를 자르고, 옷을 고르지 않게 되고, 출퇴근에 시간을 덜 쓰려고 절약모드로 돌아간 직장인의 삶을 살고 있다. 1인가구 가장으로의 적응력과 생활력이 0.001% 늘었고 대학생 때부터 써오던 선크림을 바꿨다. 해 먹는 일이 줄고 출퇴근 외의 다른 곳에 에너지를 쏟기 위해 집안일도 더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타협하고 있다. (매외식과 조리를 섞는다던지, 세탁물을 간간히 맡긴다던지, 섬유유연제 향을 좋아하지만 캡슐세제로 한 번에 해결한다던지 등)

전보다 물건을 사는데 더 고민하게 되고, 오히려 생활을 편하게 하는데 돈을 쓴다. 그래서 쇼핑은 덜해도 절약이 되는 것 같진 않다.


이곳에서 4계절을 모두 난 뒤엔 또 어떻게 바뀌어있을까. 내가 사는 주거환경도 나도 숨 쉬는 것처럼 당연한 변화를 눈치챌 수 있을까. 곧 일더미가 산더미인 죽음의 달 7-8월을 앞두고 있는데 나는 또 이때 몇 번의 눈물을 삼킬지 모르겠다. 무엇이 되었든 평화롭게 마무리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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