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부모들이 그렇겠지만 퇴근해서 잠들기까지 전쟁터가 따로 없다. 나의 경우 일을 마치고 집에 오는 시간은 대략 저녁 8시에서 8시 반 정도. 집에 도착한 후 잠드는 10시 반까지 밥 먹고 씻고 씻기고 숙제 봐주고 책 읽어주고 청소하고 등등 to do list를 해치우느라 눈코 뜰 새 없다. 더구나 새벽 기상 초반엔 다음 날 일어나야 한다는 부담까지 더해져 심적 부담이 갈수록 커졌다. 나 자신을 채찍질하는 것은 좋았는데 문제는 아이에게까지 채근하기 시작했다는 거다.
새벽 기상의 목적 자체가 나 자신과 가족의 행복인데 이건 뭔가 잘못된 기분이 들었다. 어느 날 책을 읽어주다 횡설수설한 채 잠이 들었는데 그런 엄마를 보고 다섯 살 딸이 말없이 불을 꺼주었다. 아이의 기억 속엔 엄마와의 독서시간이 즐거웠을 리 없었을 것이다. 나 또한 의무감에 책을 읽는 것일 뿐 그로 인해 아이와의 교감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새벽시간을 새로 설계했듯이 잠들기 전 시간도 리모델링이 필요했다. <미라클 모닝>의 저자에 따르면 아침에 일어났을 때 머릿속을 맴도는 첫 번째 생각은 대개 잠들기 전에 했던 마지막 생각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내가 주로 자기 전에 해왔던 생각들은 무엇이었을까. 미처 못 마친 아이들 숙제 생각에 그날 회사에서 있었던 일들을 떠올리며 새벽 기상에 대한 압박까지, 이런 것들이 머릿속에서 마구 뒤엉킨 채 꿈속을 헤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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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일어나기 위해선 무엇보단 잘 자야 했다. 자기 전 한두 시간을 알차게 보낸 후 행복한 기억을 머릿속에 담아두고 자야 했다. 마치 학창 시절 소풍 가기 전이나 여행 가기 전날 밤처럼, 내일에 대한 설렘과 계획들을 머릿속에 간직한 채 잠이 들고 싶었다. 무겁고 복잡한 생각들을 잊기 위한 도피처로 잠을 자는 게 아닌, 하루를 행복하게 마감한 후 내일에 대한 설렘을 잔뜩 안고 꿈나라로 가고 싶었다.
그러려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 자기 전 정해진 시간을 가장 중요한 일에 효율적으로 써야 했다. 마음 같아선 반신욕을 한 후 명상을 하며 하루를 되돌아보고 싶지만, 욕실에 욕조도 없을뿐더러ㅠㅠ 그런 시간은 아직 내게 사치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아이들과 책 읽으며 대화하는 시간밖에는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정한 목표는 밤 9시부터 10시까지 아이들과 책을 읽고 수다 떨며 잠들기. 한 시간 남짓한 이 황금시간을 아이들과 제대로 보내기 위해 다른 것들은 포기하거나 조정이 불가피했다. 먼저 식단을 조절해 아침과 점심을 양껏 먹고 저녁은 회사에서 미리 준비한 간식들로 대체하기로 했다. 집에서 저녁을 먹는 시간을 아침으로 돌리는 대신 그 시간에 아이들과 씻기로 했다. 식단관리도 되고 아이들과 함께 할 시간도 확보하는 일타 쌍피 전략이다. ㅋㅋㅋ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후 조명을 바꾸고 아이들과 침대에 눕는다. 책은 아이가 골라오는 대로, 읽고 싶은 만큼 원 없이 다 읽어주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스마트폰은 절대로 방에 가져가지 않는다는 거다.
(물론 현실은 녹록지 않다. 그전에 그날의 숙제를 끝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가야 하고, 아이들을 9시까지 침대로 유인해야 한다. 무엇보다 회사에서 발생한 그날의 감정 쓰레기들을 집에까지 끌어들이지 않는 강한 멘털이 필요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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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새벽 기상만큼 자기 전 시간도 중요하다. 자기 전 시간을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으로 만든다.
둘째, 목욕 혹은 반신욕 후 가장 편안한 잠옷을 입어 나의 신체적인 상태를 최적화한다.
셋째, 내일 새벽시간을 머릿속으로 그리며 잠들어보도록 하자. 여행을 떠나기 전날 밤, 다음 날 해야 할 것들을 떠올리며 잠들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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