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를 따라 온라인 명상 모임에 한번 참석한 적이 있었다. 토요일 새벽 줌으로 대여섯 명이 함께 명상을 하는 방식이었다. 내게는 종교모임 같기도 해서 낯설게 느껴졌다. 명상이란 지극히 개인적인 내면의 수양인데 그것을 남에게 보여주는 것도 익숙지 않았다. 눈을 감고 있으면서자꾸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아 눈을 뜨게 됐다.
남편이 1년 전부터 꾸준히 명상을 해오는 것을 봤지만 그것 또한 큰 자극이 되지 못했다. 마음이 달라지는 효과는 개인이 느끼는 것이기에, 해보지 않은 나로서는 그것을 알 도리가 없었다. 7월부터 새벽 기상이라는 큰 미션을 시작하면서도 명상을해볼 엄두는 내지 못했다. 명상은 마음의 운동이라고 하는데, 몸으로 하는 운동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내가 무슨 명상이냐, 이런 생각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 내가 한 달 넘게 명상을 꾸준히 하고 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마음속 큰 결심이 동했던 것도 아니다.알지 못하는 사이에 조금씩 명상을 시작했고 일상에서 꼭 치러야 할 리추얼로 자리 잡았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명상을 해야 하는 거창한 명분과 결심이 없었기 때문에 오히려 부담 없이 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8월 명상을 시작하다(코끼리앱)
8월 어느 날 명상을 시작한 건 남편이 1년 정기 구독했던 '코끼리'라는 명상 앱을 통해서였다. 코끼리는 혜민스님이 운영했던(?) 앱으로 유명해진 명상 툴이다. 명상가 환희지가 이끄는 명상 입문코스를 검색해 그것부터 해보기 시작했다. 호흡에 집중하는 것부터 명상 도중 자꾸 머릿속을 비집고 들어오는 딴생각을 인지하고 인정해주는 방법을 조금씩 배워나갔다. 머릿속의 잡념을 일부러 떨쳐내는 게 아닌, 그것을 인지하고 괜찮다고 인정해주니 놀랍게도 저절로 사라졌다(물론 다른 딴생각이 비집고 들어옵니다). 새로운 경험이었다.
한 달 정도 해보면서 명상은 이런 거구나 재미를 알아갈 무렵, 코끼리 정기구독권이 만료됐다는 슬픈 소식을 들었다. 이번엔 좀 더 글로벌한 명상 앱인 캄(Calm)을 해보기로 했다. 인터페이스가 코끼리보다 좀 더 세련됐고 콘텐츠가 더 다양한 점이 마음에 들었다. 다만 한국어로 된 콘텐츠가 부족한 게 아쉬웠다. 초보자가 입문하기에는 코끼리도 괜찮았다는 생각이다. (코끼리와 캄 비교는 다음 편에) 캄에서는 이명진 명상가가 진행하는 '7일간의 Calm'을 시작해 다양한 콘텐츠를 하나씩 시도해보는 중이다.
캄의 명상
명상을 시작한 지 이제 겨우 한 달 남짓. 명상의 효과를 논하기엔 아직 이르지만 그래도 매일 새벽 꾸준히 명상을 해보니,
첫째, 명상의 기본은 호흡이다. 들숨과 날숨을 내가 의식적으로 조절하고 거기에 모든 신경을 집중한다. 그러면 놀랍게도 여러 잡념들이 사라진다. 물론 여전히 호흡을 조절할 만큼 내공이 부족하지만 호흡을 내가 통제함으로써 머릿속의 다양한 생각들이 정리될 수 있다는 건 새로운 경험이었다.
둘째, 명상은 그리 거창한 게 아니다. 특히 새벽에 하는 명상은 새벽잠을 깨우고 하루를 시작하는 용도만으로 충분하다. 새벽이 아니더라도 자기 전 잠자리에서 해도 되고, 업무 도중 쉬는 시간에 책상에서도 할 수 있다. 명상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 어디서 이뤄질 수 있다. 큰 결심이 필요한 것도 아니어서 자리에 앉아 허리를 곧게 펴고 눈을 감기만 하면 된다.
셋째, 명상의 효과는 그리 드라마틱하게 이뤄지지 않는다. 명상 며칠 했다고 인생관이 바뀌고 화를 덜 내고 스트레스가 사라지면 얼마나 좋을까.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화는 여전했고 업무 스트레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화나고 있는 내 자신을 인지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소득이라 생각한다. 운동도 그렇다. 매일매일 큰 욕심 없이 묵묵히 꾸준히 하다 보면 조금씩 내 몸과 마음이 변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드라마틱한 효과도 없지만 투입한 만큼 나오는 결과물도 정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