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쩌다 미라클모닝 트렌드에 동참하게 되었을까
최근 불고 있는 ‘미라클모닝’의 원조는 2000년대 초반 ‘아침형 인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 의사가 2003년 쓴 '인생을 두배로 사는 아침형 인간'이라는 책이 인기를 끌며 시작됐다. 당시에도 새벽기상 열풍은 지금과 비슷해 자명종이나, 다이어리, 자기계발서들이 많이 팔렸다.
미라클모닝의 출발에도 책이 있었다. 할 엘로드의 ‘미라클모닝’이 2016년 출간된 후 미국에서 새벽 기상 열풍이 불었고 국내에는 코로나19 이후 뒤늦게 역주행하며 입소문을 타고 번졌다.
아침형 인간과 미라클모닝 모두 자기계발을 위해 새벽시간을 활용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 새벽에 일어날 만큼 나름의 절박한 목표가 있는 것도 비슷하다.
다만 둘이 지향하는 방향은 조금 다르다. 아침형 인간이 조직 안에서 승진하고 스펙을 쌓는 외형적 성공을 향해 있다면 미라클모닝은 자신의 내면적 만족, 내적 성취감을 중요시한다. 미라클모닝이 요즘 젊은 층인 MZ세대 주도로 코로나19로 급변한 환경 속에서 이뤄졌다는 점도 샐러리맨이 중심이 되었던 아침형 인간과는 다른 점이다.
밀레니얼과 Z세대가 합쳐진 덕분에 나는 간신히 MZ세대로 분류된다. 그럼 나는 어쩌다 이 트렌드에 동참하게 되었을까. 생각해보면 ‘코로나19’와 ‘미세 행복’이라는 두 가지 배경이 작용했던 것 같다.
코로나19는 생활의 불편을 끼쳤지만 그로 인해 집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재택근무를 하지 않은 나도 평일 저녁이나 주말에 의무감처럼 잡아온 약속이 사라지며 집에 있는 시간이 늘었다.
시간과 함께 생각도 많아졌다. 코로나가 휩쓴 2년 넘게 멀쩡했던 일자리가 사라지고, 비대면 환경이 열리면서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났다. 그러면서 주식과 비트코인 열풍이 불고 부동산은 폭등했다. 슬슬 '현실자각 타임'이 시작됐다. 나의 일자리는 더 이상 안전하지 않고, 그동안 당연시됐던 돈벌이 방식은 재정의되고 있다. 정신줄 제대로 붙잡지 않으면 도태는 물론 생존 자체가 어려워질지 모른다.
코로나라는 불가항력의 상황을 겪어보니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 또한 많아지기 시작했다. 마음대로 여행을 갈 수 없게 됐고, 학교에서 친구들과 대화하는 것조차 조심해야한다. 목표나 계획을 세우는 것 자체가 별 소용 없다는 걸 자주 느끼게 되면서 지금, 당장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작은 성취들의 소중함을 깨닫게 됐다. 남들이 우러러보는 거창한 꿈보다, 작은 성취라도 내가 느끼기에 뿌듯하고 만족스러우면 된 거다. '미세 행복'은 몇년 전부터 시작된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의 코로나 버전이다.
적당히 현실에 안주하며 성실히 모으면 노후걱정은 덜했던 시기는 지나가고 있다. 앞서간 어른세대의 과실은 더 이상 남아있지 않다.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 새벽기상은 MZ세대들이 절박하게 찾은 하나의 돌파구다. 이불만 박차고 일어나면 명상, 운동, 독서 등 꽤 많은 것들을 성취할 수 있다. 그리고 인증이라는 방식을 통해 남들에게 충분히 인정도 받을 수 있다. 그거면 된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