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단상(斷想)

엄마는 늘 넘친다. 블루베리 스무디

by 귀연

첫 아이를 임신하며 얻은 '엄마'라는 타이틀을 가슴 한복판에 단지도 어언 30년.

나의 엄마에게 '엄마'라고 부를 줄만 알았지, 내가 엄마가 될 줄이야.

첫 아이를 품은 채 불러오는 배를 쓰다듬던 내 입에서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내가 엄마야'라는 말이 흘러나왔고, 첫 아이를 낳아 키우고 둘째 아이를 낳아 키우고 또 셋째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나는, 내 이름 이지영보다 '엄마'라는 대명사가 더 익숙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엄마가 되어버린 세상의 모든 여자들이 다 그렇게 된 것이겠지?

아닌가? 내가 아이를 셋이나 낳고 키워서 그런가?

세 아이들이 연차를 두고 엄마라 불러대고 한꺼번에도 불러대고 수시로도 불러대서? 하하하

그래서 어떤 때는, 남편의 나를 향한 무례한 호칭인 이지영! 이 반가울 때도 있었다.

아무튼, 엄마가 되어 세 아이들을 기르며 난 늘 아이들에게 지청구를 듣는다.

넘친다나?

말이, 행동이, 사랑이, 관심이, 모든 것이....

슬펐다.

아가이던 시절, 엄마인 나 밖에 모르던 아이들이 영유아기를 지나 청소년기가 되는 '달라짐' 속에, 내 사랑만 '한결같음'인 것이....

아이들을 향한 내 관심은 '귀찮음' 내지는 '간섭'이 되었고, 아이들과 어울려보고 싶은 내 시도는 '언짢음'과 '주책'이 되었으며, 아이들에 대한 내 걱정과 배려는 '쓸데없는 기우'가 되어 버렸다.


엄마가 소천하신 지도 벌써 15년.

엄마의 사진을 찾아 그 정겨운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엄마도 그랬어? 나처럼 그렇게 살짝 서운한 마음이 든 적이 있었어?

그러다 문득, 내가 엄마에게 쏟아놓던 말들이 생각나 화들짝 놀랐다.

아, 나도... 그랬구나.

나도 엄마에게 그러했구나...!

엄마의 나를 향한 관심과 장난, 걱정과 배려였던 모든 것을 나 역시도 귀찮음과 간섭, 언짢음과 쓸데없는 기우로 치부했었다.

엄마도... 많이 서운했겠네.

뒷 머리를 쇠망치로 땅! 하고 맞은 듯한 충격에, 사진 속에서 웃고 있는 엄마를 보는 내 눈에 습한 눈물이 들어찼다.

엄마, 미안해.

그래서 자식이 부모가 되어봐야 그 마음을 다 안다고 하나 봐.


오늘 아침도 나는 큰 아이와 작은 아이가 먹을 블루베리 스무디를 만든다.

무가당요거트 꿀 바나나 블루베리와 우유를 넣고 그라인더로 와르르르르르 갈아서 컵에 따르자

두 컵 가득 생긴 보랏빛 음료

'아, 또 너무 많잖아. 엄만 늘 넘쳐.'

투덜거리며 스무디를 마시는 큰 아이를 향해 차마 밖으로 꺼내 놓지 못한 속엣말.

너도 나중에 엄마 돼봐. 뭐든 많이 주고 싶지.

너도 나중에 엄마 돼봐. 주고 싶은 마음이 준 것들 보다 항상 넘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