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 (憂鬱) 1. 근심스럽거나 답답하여 활기가 없음 2. 반성과 공상이 따르는 가벼운 슬픔
신경전달물질이나 호르몬의 불균형이 원인이 되어 생기는 질병인 우울증과는 다르게 우울한 감정이 드는 우울감은 대처 방법도 달라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우울증은 신경 정신과의 상담을 받고, 증상에 따라서는 약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반면에 우울감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대학원생들이 우울한 원인들_극히 개인적인 분석
대학원에 다니면서 속 깊은 이야기를 하는 선배와 후배, 동료들이 생겼다. 그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우울감은 대학원생활에서 뗄레야 뗄 수 없는 감정인 것 같다는 결론을 내리게된다.
1. 가설을 세운 것이 항상 맞지 않다. 가설이 항상 맞는것도 조심해야할 문제!
2. 교수님의 지도가 단순히 논문과 발표에 대한 지적이 아닌 나라는 존재에 대한 지적으로 받아들여질 때.
3. 열심히 해도 안되는 것 같을 때.
4. 언제 졸업하게 될지 모르는 불확실함 (내 인생인데 내가 계획할 수가 없...는 상황)
5. 내가 하는 연구 내용과 정말 비슷한 내용이 논문으로 얼마 전 출간된 것을 확인할 때.
이외에도 연구실의 분위기에 따라 정말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이런 것들이 우리를 자극한다. 이러한 자극이 단조로운 일상을 살아가는 대학원생들에게는 크나 큰 파동을 일으키는 것같다.
국어사전에서는 '우울'이라는 단어를 근심스럽거나 답답하여 활기가 없음 이라 정의 내리고 있다.
대학원생으로 한참을 지내다 보니, 처음에 까르르까르르 잘 웃던 후배가 어느 순간부터 웃음을 잃고 얼굴이 어두워지고, 활기가 없어짐을 종종 보게 된다. 조용히 실험에 집중을 해야 하는 곳이다 보니 서로 조심해 주는 것도 있겠지만, 짧게는 2년, 길게는 거의 10년까지 지속되는 대학원 생활이 우리를 우물 안 개구리들로 만든다. 나는 대학원생의 우울감은 이 때문에 오는 현상이라고 본다.
우물안 개구리가 되면 겪는 일들
첫째,작은 것도 큰 파도가 되어 나를 덮쳐온다. 예컨데, 실험실에서 나를 정서적으로 굉장히 힘들게 한 하나의 사건을 실험실 구성원이 아닌 사회생활을 하는 친구들에게 의견을 묻기 위해
설명할때가 있다. 그럴때 한번씩 현타가 온다. 이 일이 그 친구들에게는 아무 일도 아닌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기도 하고, 친구에게 말하는 동시에 나 자신도 '아.... 이게 아무 일도 아니었구나'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작은 것이 크게 보이는 현상이 실험실에서는 일어나고 있다.
둘째로는 우물 안에 보이지 않는 서열이 생기고 왕국이 생긴다. 모든 사회가 그렇겠지만 신기하게도 우물 안에 서열이 생긴다. 파워게임이라 멋지게 표현하지만 그 본질을 보면, 본인만 인정받기 위한 경쟁이며, 정치이다. 그 과정에서 오는 감정 노동이 에너지를 많이 쓰게 만든다. 나의 경우에는 그런 싸움 자체를 포기하는 편에 속했는데도, 그 우물에서 생기는 일들에 신경이 많이 날카로워졌다.
한동안은 이러한 우울한 감정이 나에게 오는 것 자체만으로도 너무 힘들었다. '이걸 어쩌지? 나 우울해... 이걸 어떻게 해야 할까?'라며 크게 생각했다. '내가 우울증에 걸리려나 보다...'라는 결론까지 들었다. 또 한편으로는 마치 신경쇠약에 걸린 지식인이 된 것처럼 불쌍한데 멋있어 보이기도 했고 (깔깔). 나에게 연민이 생겼으며, 더 바닥으로 들어갔었고, 상담도 받았다.
사진 출처_Pixabay
놀라운 공식_우울감과 아웃풋
다이어리와 연구노트를 정리하다가 놀란 것을 발견했다. 심리학을 전공하는 친구에게 논문 주제로 주고 싶을 정도로 높은 유의도를 보이는 두 가지 독립 사건을 발견하였다. '내가 굉장한 데이터를 얻은 그 기간'과 '일기장에 우울하다, 슬프다가 적혀있는 기간'은 놀랄 만큼 일치했다. 우울한 감정이 들 때, 나 자신에 집중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외부를 차단하고 나에게만 집중하다 보니 좀 더 연구에 집중했나 보다. 나에게 우울감은 엄청 값진 에너지원으로 사용되고 있구나를 깨달았다.
주기적으로 오는 우울감을 온 맘 다해 즐길 수 있기를
우울한 기분이 들 때면, 평소보다 시럽을 한 번 더 펌핑해서 넣은 아이스 카라멜 라떼를 벤티 사이즈로 시켜놓고 달달한 과자를 먹으면서 이 우울감이 또 새로운 결과를 가져다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나만의 동굴 속으로 들어간다. 그냥 이러다 보면 다시 회복 될 감정일 테니! 다시 오지 않을 친구인 것처럼 우울감과 더많은 추억을 쌓을 예정이다. 이 친구는 가만이 둬야하는 친구니, 갈때까지 편히 놀다 가도록 가만히 둬야지 우울감아, 잘 놀다가 가 갈때 문닫고 가는거 잊지 말고!
혹시나 우울함 때문에 힘든 후배님들이 계시다면, 우리 스스로 정서적인 학대를 하지 않기를 바란다. 우울한 감정이 들어서 어쩔 줄을 모르는 그 최절정의 순간에는 내 마음과 머릿속의 off 스위치를 누를 수 있기를. 어느 순간 스위치가 자동으로 on으로 갈 테니. 그리고, 혼자만 느끼는 감정이 아닐 테니 마음 가는 동료나 선배에게 마음을 털어놓기를 바란다. 나는 나만의 문제라 생각했고, 멘탈이 약한 내 모습에 실망했다. 나중에서야 알게된 것이지만, 이런 고민을 하는 대학원생은 많다. 너무 힘이 들 땐 걱정 말고 학교 내에 있는 상담소에 노크를 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