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과학하는 여자M Jun 05. 2022

ENFP가 과학자로 살아남는 법

프롤로그

나의 MBTI는 ENFP이다.

처음에 MBTI라는 것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감탄했다.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구나! 같은 상황에서도 이렇게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네!


하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이것이 선입견으로 작용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연구실 내에서는 내 MBTI를 말하지 않게 되었다. 그 이유는 ENFP 과학자스럽지 않은 많은 요소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하는 말들이 가끔은 너무 몽상처럼 느껴지나 보다. 박사과정 지도교수님께서 "제발, 과학자처럼 말해라"라는 말도 들었다. 나는 그 말씀을 지도교수님으로써 나에게 과학적 지도를 하기 위한 조언이라고 받아들였다. 하지만, 그 랩 미팅 장에 같이 있던 사람들 중 나의 MBTI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교수님이 나에게 한 말을 '역시, 너무 몽상가처럼 말해'라고 해석했다. 그래서 점점 나의 MBTI를 말하지 않게 되었다. 나는 운 좋게도 내가 정말 존경하는 과학자인 분을 지도교수님으로 만났다. 그래서 행운이라 생각했고, 교수님께 지적받는 부분들을 영광이라 생각하며 박사과정을 밟고 있었다. 하지만, '과학자 답지 않은 사람'으로 한번 인식되는 것이 몇 년간 지속되다 보니 자꾸 움츠러들게 되었다. 


정말, 내 성향이 ENFP여서 그런가?


MBTI의 구분


왜 ENFP가 과학자답지 않아 보일까?


1. 정보 수집 능력

S: 현재에 초점을 맞추고 정확, 철저하게 일처리

N: 직관적으로 육감 내지 영감에 의존. 신속하지만 비약적으로 일처리

이 부분은 나의 경우 S와 N이 거의 47:53 정도이며, '직관'이란것 역시, 과학자에게 필요한 소양이므로 분석은 패스한다. 


2. 판단 기능

T: 사고형, 진실과 사실에 주관심. 논리적, 분석적, 객관적 판다

F: 감정형. 사람과 관계에 주관심. 상황적 정상을 설명

나는 완벽한 F이다. 나열된 설명 내용만 보아도 과학이란 것이 요구하는 것은 T가 좀 더 요구가 된다.


3. 이행 양식

J: 판단형. 분명한 목적과 방향. 기한 엄수, 철저한 사전 계획. 체계적

P: 인식형. 목적과 방향은 변화 가능. 상황에 따라 일정 변경, 자율적이고 융통성 있다.

모든 일들이 그렇겠지만, 상사의 입장에서는 J의 경우가 일을 잘하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특히나 실험이 진행되는 상황을 보면 J는 굉장히 체계적으로 실험을 하는 것은 분명하니깐. 



우리 실험실의 박사님들이 TJ 성향이 강하셨고, 그러다 보니 내가 하는 모든 것들이 못난이처럼 보였다. 능력이 없어 보였다. 내 성향 자체를 바꾸고 싶다는 욕구까지 들었다. 인정받고 싶으니깐... 그리고, 나도 과학자이니깐. 한동안 주눅 들고, 이겨내고자 공부를 하고 공부를 하고 더 공부를 해나갔다. 돌이켜보면, 그 과정 동안 이룬 것이 참 많았는데, 계속해서 지적받는 나의 모습에 답답하고 서럽기도 했다.


박사 3년 차 어느 날이었다.

그래, ENFP성향이 가득 차 있는 과학자가 되어보자!


라고 마음먹게 되었다. 내가 그 당시 겪는 이들이나 고군분투를 적어보기로 했다. 그렇게 다이어리에 그날의 일들을 ENFP의 과학자 되는 법!으로 끄적대기 시작했다. 그 글을 적어나가던 행위는 나에게 다가온 큰 "시련"이 재미난"에피소드"로 바꾸어주었다. 이는 박사과정 중의 나를 단단히 잡아주는 시간이 되었다. 정신건강에도 도움이 많이 되었고, 나만의 색을 지켜 나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잠시였지만, 대학원 생활 기간 중 다른 실험실에 파견 나가서 연구를 해본 적이 있다. 그 실험실의 교수님은 나와 비슷한 성향을 갖고 계셨다. 둘이 아이디어 회의를 할 때 얼마나 재밌었는지 한 번씩 그립다. 이면지에 쓱쓱 그려가며 내 아이디어를 설명하면, 더 큰 흥분으로 맞장구 쳐주시던 분.  그 교수님과 우리 실험실의 박사님이 미팅을 하시는 것을 보았는데, 그때에 두 분의 일 처리 방식이 다르다는 것도 확인을 할 수 있었다. 



MBTI는 그 사람의 능력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성향을 설명하는 것이다. MBTI에 따라서 1+1의 답이 바뀌지 않는 것처럼, 과학적인 베이스를 탄탄히 만들어내면, 나의 무궁무진한 아이디어가 힘을 낼 것이다. 

- 박사과정 중의 다이어리 중

"나... 성향이 과학자처럼 보이지 않게 하는 것 같아... 나 진짜 과학자가 되고 싶은데 어떻게 하지?"라고 박사님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나의 상황을 설명하며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던 적이 있다. 나름 회사 생활을 오래 한 친구인데, 그 친구가 말하길,

넌 그냥 상사랑 안 맞는 거야

라고 답변하며 피식하였다. 친구의 말에 답이 있었다. 

얼마 전, 박사과정 때의 다이어리를 보았다. 타이틀은 ENFP가 과학자 되는 법이지만, '나와 성향이 안 맞는 상사와 함께 일하는 법'의 대학원생 버전이었다. 


별 모양인 나를 동그라미로 맞추려고 예쁜 나의 모서리를 잘라내어 동그라미가 되고 싶던 나. 그리고, 모서리를 잘라내려다보니, 다른 동그라미들에 비해 너무 작은 동그라미가 될 것 같아서 두려운 나.

-다이어리 한 귀퉁이에 쓰여있던 오글거리지만 나의 고민 흔적

그 당시 힘들었던 나에게 토닥토닥 하며, 그 환경에서도 나를 지켜주어 고맙다고 하고 싶다. 현재는 과거의 내가 지켜내 주었던 나의 모습이 강점이 되어 살아가고 있으니까. 혹시나 현재 대학원 생활을 하며 감성적인 본인의 탓을 하고 있을 분들을 위해 나의 다이어리의 일부분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