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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물 Aug 05. 2024

구름

-나를 온종일 따라다니는.




오늘도 하루종일 그 애 생각과 함께였다.


그 애에 대한 생각은 

길을 걷다 무심코 쳐다본 

하늘 위에 둥둥 떠 있는 구름.

소리도 없이, 희미하게 나를 따라와 

늘 내 곁에 붙어있다. 

언제, 어디를 가든 창을 열면 보이듯

하루에도 몇 번씩 나도 모르게

내 마음의 창 앞에 서는 순간마다 

그 앨 떠올린다. 

너는 만날 때에도 자유로운 구름 같더니, 

헤어지고 나선 구름처럼 내 하늘을 날아다닌다.

머리 위로 네 생각이 쌓여 차츰 짙어질 때면, 

너는 비가 되어 내렸다.

축축하게 써 내려간 일기장 속 글자에

뚝뚝 묻어있는 빗방울들.

구름 한 점 없는 가을을 기다린다.

여름철 무더위에 땀을 뻘뻘 흘리며 

가을로 걸어가는 나, 너는 알런지.

조금 쓰려던 일기가 길어졌다.

끊어지지 않는 네 생각이

아직도 내 안에 길게 남아있는가 보다.


-구름




누군가에 대한 생각이 끊이지 않는 나날들이 있다. 그럴 때면 생각이 아무런 부질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의 무의식이 습관적으로 하는 일이라 의식적으로 멈출 수가 없었다. 비디오테이프를 갈듯, 더 이상 새롭게 저장되지 않는 테이프를 꺼내어 버리고 싶단 생각을 한 적 있다. 영상이 계속해서 내 머릿속에서 재생되는 것은 어쩌면 아직 내 마음에 남은 필름이 많기 때문일까. 내 마음이 다 끝나갈 때쯤, 너라는 테이프를 다 보아갈 때쯤 관계가 단절되었다면. 그랬다면 너에 대한 생각이 남은 마음만큼 짧게 돌아가다 멈출 수 있었을까.


언제쯤 너의 얼굴을, 너의 동그란 두 눈을 잊을 수 있을까?


언제든 볼 수 있었을 땐 흐릿하던 생김새가 마지막으로 본 날보다 더 많은 날이 지난 지금 더 뚜렷이 만져지는 건, 내 마음이 일시정지를 외치는 내 의지를 넘어 안간힘을 써서 너를 떠올리고 곱씹는 탓일 터였다. 떨어져 나간 마음의 살은 왜 새살이 아닌, 너의 모습으로 차오르는지.


하루종일 누군가에 대한 생각이 나를 졸졸 따라오곤 하는 날이 있었다. 


소리도 없고, 한없이 희미하고 가벼워 있는 듯 없는 듯하는 그 생각은 일순간 짙어지곤 했다. 


당신의 마음속에 있는 듯 없는 듯, 누군가에 대한 생각이 길어지는 날. 짙은 구름이 비를 내리고 나면 다시 당신의 하늘이 맑아질 거라고 말해주고 싶다. 이 모든 과정이 구름 한 점 없는 가을로 가는,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이다.


오늘은 나의 빈 마음에 걸린 구름 한 조각을 꺼내어,

당신의 빈 마음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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