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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도리 Sep 19. 2021

재미없는 어른이 되어버렸다

Too good to be true


이렇게 마냥 즐거워도 되는 걸까

현실의 고민과 걱정들을 잠시 잊을 만큼의 행복이 찾아와도

문득 불안감이 몰려오고 씁쓸한 기분이 드는 건

지금 이 행복한 순간은 결국 지나갈 일시적인 것이라는 회의감 때문일 테지,

언젠가부터 이렇게 행복을 온전히 즐기지 못하는 그런 어른이 되어버렸다


영원할 것만 같던 설레고 풋풋했던 연애도

결국엔 지저분하게 끝나기도 하듯이,

가슴 벅찬 기대를 안고 드디어 합격한 회사에 들어가서도

결국엔 실망과 분노를 느끼며 퇴사하듯이,

인생의 어떤 에피소드도 처음부터 끝까지 행복으로만 가득 찬 적은 없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사랑을 시작하면서

내가 결국 상처 받지는 않을까, 너무 기대는 말아야지

시간이 지나면 사랑은 변하고 사람도 변한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너무 좋아하지는 말아야지, 덜 좋아해야지 하면서 계산적으로 굴게 되는 내 모습을 보면서

지금 순간의 감정을 온전히 즐기지 못하는 내가 답답하기도 하면서도

과거의 상처를 되풀이하고 싶지 않다는

나 자신에 대한 보호본능이 우선이 된 것 같다


이것저것 재고 따지고 계산하고

내가 상처 받지 않고 실망하지 않기 위해

행복한 순간을 온전히 즐기기에 앞서 항상 의심하고 경계하는

그런 재미없고 걱정 많은 어른이 되어버렸다


끝내는 찾아올 불행에 미리 대비하는 것이

현명한 것이라 생각했었지만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즐기지 못하고

항상 마음 한 켠에는 불안함을 안고 있는 것이야말로

더 바보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행복한 순간이 오면 확실하게 즐기자

상처를 입게 된다 하더라도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보자

지금 이 순간과 감정에 충실한

그런 멋있는 어른으로 성장해보자

내 인생의 에피소드는 결국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다

확실하게 행복하고 확실하게 즐기는

그런 멋있는 주인공이 될 것이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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