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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의 가장 깊은 곳에 숨어있는 것

ep.04

by 유자씨





인간의 삶을 고통 없이 말할 수 있을까?


새 생명이 탄생하는 순간부터 우리는 고통을 겪으며 이 세상에 발을 내딛는다. 열 달 동안 한 몸이었던 딸아이가 내 몸과 분리되어 나오던 그날을 떠올려 보았다. 8시간의 진통 속에서 몸부림치며 이 고통이 어서 빨리 끝나기를 기다렸다. 그 끝에서 내가 품어낸 새 생명의 숨결을 직접 느낄 수 있기를 고대하며 인내했다. 진통으로 악을 쓰는 동 내 눈의 실핏줄이 몇 개나 터졌는지, 내가 흘린 피가 얼마나 되는지, 나의 생살을 얼마나 찢어냈는지 중요치 않았다. 딸아이를 내 품에 안는 순간 그 모든 고통은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태어나서 처음 겪어보는 경이로움과 사랑의 에너지가 나를 가득 채웠다. 세상의 모든 것으로부터 너를 지켜내겠노라 다짐했다. 고통의 가장 깊은 곳에서 내가 발견한 것은 생명의 아름다움이었다.


"그대의 인생은 아름다움 위에 존재한다."라고 말하는 나비호 인디언들의 말처럼, 고통의 가장 깊숙한 곳에서 나의 인생이 아름다움 위에 존재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우리의 사랑 속에 피어난 작고 고귀한 생명체가 찾아오고 나서야 나의 삶도 부모님의 고통 속에서 피어난 아름다움 위에 존재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제야 비로소 내 삶 속의 아름다움을 허락하고 바라보게 된다. 고통이 곧 축복임을 알아차리게 된다.


여태껏 살아오면서 겪었던 고통의 순간들을 떠올려 보았다. 뒤돌아 생각해 보면 왜 그렇게까지 힘들어했을까 싶은 일들 투성이지만, 그때의 내가 겪었던 고통들로 인해서 지금의 내가 존재할 수 있음을 게 된다. 고통을 견뎌내고 극복하면서 나라는 사람이 가진 고유한 색깔을 찾아나갈 수 있었다. 하기 싫었던 일들을 해내면서 느꼈던 정신적 고통들 뒤에는 성취와 깨달음이 따라왔다. 내 힘으로 어찌할 수 없었던 일들 속에서 겪었던 고통들 뒤에는 상처를 치유하는 마음의 지혜를 배우게 되었다. 신체적 질병이 주는 고통 뒤에는 내가 가진 것의 소중함을 알아차릴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나는 삶 속에 고통이 찾아올 때마다 이렇게 질문한다.


'이 고통 속에서 내가 배워야 할 것은 무엇일까?'


'이 고통이 지나간 뒤에 나는 어떤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될까?'


고통이 찾아올 때마다 우주가 나에게 보내는 사랑의 속삭임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내가 이 세상에 온 이유, 내가 이 세상에서 배워야 할 것들을 깨닫게 하기 위해 우주가 보내는 신호가 고통의 모습인 것은 아닐까. 의 시작인 탄생도 아름다움 위에 존재한 고통이었다면, 삶의 끝인 죽음에서 만날 고통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고통의 깊은 곳에서 만나게 될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면 말이다.


문득, 오늘 밤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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