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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찮을 때 원샷원킬, 족발식감 무수분 수육

ep.01

by 유자씨 Mar 17.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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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은 봄의 문턱에서 추위가 찾아왔다가 다시 따스함이 몰려오기를 반복하는 계절인듯하다. 따스한 봄이 찾아온 것 같아 옷차림도 마음도 가벼워졌다. 그러나 다시 부는 강한 찬바람에 겨울옷을 꺼내 입었다. 변덕스러운 날씨와 학기 초 적응기간의 긴장과 설렘으로 인해 감기에 걸린 아이들이 부쩍 더 많아졌다. 딸아이도 주말 동안 감기기운이 몰려오는 듯했으나 그래도 이젠 많이 컸는지 잘 먹고 잘 자고 금세 이겨낸다. 그런 아이를 보고 있으면 나는 항상 3월에 볼 수 있는 나뭇가지의 새싹들이 생각난다. 나뭇가지를 뚫고 연하고 부드러운 연둣빛 잎을 드러내는 모습이 기특하면서도 강인하게 느껴진다.


딸아이의 하교시간보다 10분 정도 빨리 학교에 도착했다. 햇빛은 따스한데 바람이 차가웠다. 수업을 마치는 종소리가 들리자 아이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잠시 눈을 감고 코로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아이들의 발걸음 소리와 함께 흙먼지 냄새가 나는 듯했다. 살아있는 생명들의 움직임은 늘 아름답다. 특히 작은 아이들의 움직임과 소리는 더욱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그나저나 먼지냄새를 맡고 나니 봄의 불청객 황사가 몰려올 생각에 갑자기 목이 매캐한 느낌이 들었다. 


'이럴 땐 삼겹살을 먹어줘야 하는데...'


아 이런 의식의 흐름 좋아. 먹는데 진심인 사람은 먼지냄새를 맡고 삼겹살을 떠올린다지...


그런데 삼겹살을 구워 먹자니 기름 튀고 집안에 고기냄새가 베이는 게 싫었다. 이렇게 만사 귀찮을 땐 냄비 하나로 끝내버리는 초간단 고기요리 레시피가 있다. 을 한 방울도 넣지 않고 양념도 안 들어가지만 고기 잡내 하나 없이 야들야들 촉촉 쫀득한 식감의 수육을 만들 수 있는 레시피이다.






족발식감 무수분 수육 레시피

재료: 돼지 앞다리살 수육용(미박) 1kg, 양파 큰 거 한 개, 사과 반 개(사과가없으면 양파만 넣어도 됨), 김이 새지 않는 냄비

조리방법: 냄비 맨 아래에는 양파를 채 썰어 깐다. 그 위에 사과를 썰어서 깐다. 그 위에 고기를 3등분 정도 잘라서 올린다. 냄비 뚜껑을 덮고 제일 강한 불로 2분 가열한다. 그다음 약한 불 2번~3번 정도의 불로 50분간 조리한다. (인덕션기준) 고기를 식힌 다음 칼로 얇게 썰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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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수육용 삼겹살 부위를 선호했는데 이제는 앞다리살 부위가 훨씬 담백하고 식감이 좋게 느껴진다. 앞다리살 부위에 미박이 붙어있으면 족발처럼 식감이 쫀득쫀득 하면서 앞다리살이 더 부드럽게 느껴진다. 그냥 양파, 사과 썰어 넣고 고기 넣어두고 시간 맞춰서 가열만 하면 끝나는 요리이다. 간단한데 만들기도 쉽고 맛있어서 단백질 섭취용으로 자주 만들어 먹고는 한다. 요즘 다이어트 중인 신랑과 나는 이렇게 굽지 않은 고기를 더 선호하는 편이다. 쌈채소에 고기를 넣고 각종 나물반찬과 함께 한입 크게 싸서 밥 없이 먹는다. 딸아이는 잡곡밥에 한쌈 크게 싸서 와구와구 잘도 먹는다. 평소 야채를 따로 주면 잘 안 먹으려고 하는 딸아이도 이렇게 고기와 쌈을 싸서 먹거나, 야채를 전으로 부쳐주면 잘 먹는다.


물을 따로 넣지 않아도 채수와 육즙으로 촉촉한 수육이 완성되니 이보다 더 간단한 요리도 없는 것 같다. 만약 수육 고기가 너무 많아서 남았다면 땡큐다. 남은 고기는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프라이팬에 구워 먹으면 생삼겹살을 구워 먹는 것과는 또 다른 차원의 맛이 난다. 거기에 묵은 김치 쫑쫑 썰어 넣고 파쫑쫑 썰어 넣고 쌈장 약간 넣어서 볶음밥 해 먹으면 천상의 맛이다. 마지막에 참기름 쪼르륵, 깨소금 톡톡, 김가루 착착 뿌려주는 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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