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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오늘 뭐 먹지?

프롤로그

by 유자씨 Mar 1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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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이제 막 만남을 시작한 연인이 있다.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설레는 순간들에는 항상 음식이 다. 두 연인은 데이트를 약속하며 서로에게 묻는다.


"우리 오늘 뭐 먹지?"


서로의 머릿속에는 수만 가지의 음식메뉴들이 스쳐 지나간다. 설레는 마음으로 메뉴를 정하고 음식을 먹으며 함께 서로를 탐색한다.


그 연인은 어느덧 결혼 9년 차 부부가 되었다. 매일 오늘은 무엇을 먹을지 고민한다. 설렘보다 신의가 더 커진 부부 사이지만 아직도 음식에는 진심이다. 고된 하루를 마치고 돌아오는 신랑에게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저녁을 준비한다. 나의 사랑이 음식에 스며들고 그 음식이 그 사람의 하루를 위로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어렵고 복잡한 요리는 싫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요리보다 간단하지만 맛있는 음식을 선호한다. 매일 우리의 밥상에 올라오는 먹거리들을 보며 풍요로움에 감사한다. 그리고 거의 매번 요리를 할 때마다 엄마를 떠올리며 생각한다.


'엄마는 어떻게 매번 이 귀찮은 일들을 그리도 정성껏 해왔을까?'


그 생각의 끝에는 항상 '사랑'이라는 단어만 맴돌았다. 어느 순간부터 내가 나의 사랑을 담아 가족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매개체가 음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매일 우리의 식탁에 올라오는 음식들에는 가족 모두의 사랑이 담겨 있었다. 항상 신선한 야채들과 건강한 음식재료들을 가져다주시는 시어머니, 그 재료들로 내가 하기 귀찮고 어려워하는 음식들을 뚝딱뚝딱 만들어 주고 가는 엄마. 포항에 사시는 이모댁에서 보내주시는 싱싱한 생선들, 할머니 손맛을 곁들인 각종 제철 김치들을 담가서 보내주시는 외할머니. 둘째 이모의 사랑이 가득 담긴 맛깔난 반찬들, 막내이모가 조카손녀 사랑을 담아 보내주는 제철과일, 멀리 영주에서 시누이가 매년 보내주는 아삭하고 맛있는 사과.


그 모든 것들 속에서 나는 늘 사랑을 느낀다. 사랑이 가득 담긴 재료로 만든 음식들과, 사랑으로 만들어진 음식들을 먹을 때마다 감사함에 가슴이 벅차오르고는 한다.


돈가스에 딸려 나오는 마카로니 샐러드처럼, 김밥의 단무지처럼, 9년간 쌓아온 나의 집밥레시피 속에 나만의 이야기를 곁들여볼까 한다.





개봉박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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