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을 들고 다니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나 겨울되면 붕어빵 사먹으려고 일부러 현금 챙겨 들고 다니잖아~"
라고 말하던 친구의 말도 벌써 몇년 전이다.
작년 한국에 갔을 때 주로 거래하던 은행 점포가 사라진 것을 보고 당황한 적이 있다.
그 자리에는 은행 점포 대신 ATM기계가 늘어나 있었다.
대부분의 가게 입구에는 무인 단말기가 비치되어 있어 들어서자마자 키오스크로 주문, 결제 한 뒤 기다리면 받을 수 있다.
음식점에는 사람 대신 기계가 음식을 나르고 있고 다이소에서 물건을 고른 뒤엔 셀프 계산대에서 바코드를 찍고 멤버십 번호를 입력하고 현금 영수증을 신청하고 결제해야 한다.
인건비가 들지 않는 대신 조금 더 저렴한 셀프 주유소에 가서 직접 주유를 하고 길거리 분식집 메뉴판에는 계좌번호가 적힌 종이가 붙여져 있다.
지난 달 다녀온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한 마트에서는 100% 무인 계산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내가 살고 있는 스페인 갈리시아의 소도시, 이곳은 아직 다른 곳에 비해 현금 사용률이 높은 편이다.
이곳에서는 나도 현금을 직접 뽑아 쓴다. 온라인 결제 외에는 카드 사용이 거의 없다.
셀프 계산대를 극혐하는 남편은 온라인 구입도 최대한 피한다.
세상은 점점 더 빠르게 변해가고 있고 이곳 역시 쇼핑몰, 마트부터 셀프 계산대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얼마 전 새로 리모델링한 자라 매장에 들어갔더니 매장 계산대 한 편에 Self Checkout Area가 생겼다.
마트는 기본이고, 모든 의류, 가전 제품 매장에 이젠 셀프 계산대가 유인계산대보가 더 크고 많아졌다.
이곳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모습이 있는데 계산 하려는 사람들은 대부분 캐셔가 있는 계산대 앞에 긴 줄로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셀프 계산대는 텅 빈채 덩그러니 놓여있다.
아마 한국이라면 정 반대의 모습이 연출될 법한데...
사실 나는 캐셔와 셀프 계산대 둘 중에 고르라면 셀프 계산대를 선호하는 편이다.
이곳 사람들의 특성상 그냥 계산만 딱 하는 것이 아니라 이러쿵 저러쿵 말이 참~~ 많다.
뒷 사람이 기다리던 말던 캐셔와 하고 싶은 말을 충분히 나누면서 세월아 네월아 계산한다....
동전 지갑을 탈탈 털어 1센트 짜리를 세느라 시간은 계속 흘러간다...
사람들 수다떠는 모습 보며 기다리는 것도 너무 싫고 무의미하게 기다리며 시간을 보내는 것 같아 빠르고 간편한 셀프 계산대를 이용하고 싶지만, 사실 생각해보면 셀프 계산대를 이용할수록 직원들을 더욱 일자리를 잃을 것이고 그 속도도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이곳 갈리시아에서는 캐셔가 있는 곳으로 간다.
사람들의 줄이 너무 길고 계산원이 바빠 보이면 다른 직원들은 우리를 설득한다.
"혹시 이 중 카드 결제를 하시는 분들은 이쪽 셀프 계산대를 이용해 주세요! 더욱 빠르게 계산할 수 있습니다."
긴 줄을 서고 있는 사람들 중에는 움직이는 사람이 없다.
"아무도 없으세요? 카드 결제 하실 분~~?"
결제할 카드를 손에 들고 있는 한 분께서 대답하신다.
"카드 결제할 예정이지만 셀프 계산대 말고 여기서 기다렸다가 계산할 예정이에요. 우리가 셀프 계산대르 더 많이 이용할수록 당신들은 직업을 잃을 거에요."
멋쩍어진 직원은 어색하게 웃으며 사라진다.
결국은 기계로 모두 대체될 업무가 되겠지만....
하루라도 한 번이라도 더 캐셔가 있는 계산대를 이용한다면, 그 시기를 조금은 늦출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