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에 맴도는 수 많은 단어들 중
가장 쉽고 간단한 것을 고르고 골라 서로에게 말을 건넨다.
하지만 알고 있다.
그 마음이 지금 주고받는 말들처럼 단순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우리가 너무 다르다는게 이유가 될 수 있을까?
이 세상에 똑같은 사람이 어디있다고.
한 팔을 잃은 사람은 팔이 하나인 사람끼리 사랑하면 괜찮은걸까
얼마 못가, 서로 원망하고 미워하게 될 거라는 말도
잘 모르겠지만, 그래. 그렇다고 하자.
...
그럼 원망하고 미워지기 전까지는 옆에 있어도 되는거 아닌가
모든게 싫어지기 전까지는 열심을 다 해봐도 되는거 아닐까
똑같은 모양, 똑같은 크기의 마음은 아닐지라도
그래서 조금은 공평할지 못할지라도 그때까진 우리, 사랑해도 되지 않을까
-드라마 사랑한다고 말해줘-
지난 주말부터 정주행한 드라마, 「사랑한다고 말해줘」
이 드라마가 한창 방영되던 시기에 정우성 배우가 모든 연기를 눈빛으로 한다는 말을 듣고 궁금해 졌지만 연애, 로맨스 장르를 좋아하지 않아 챙겨보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 주말 큰 기대없이 1화를 봤는데 그 길로 아주 푹 빠져 마지막회까지 가슴을 졸이며 본 드라마.
정우성 배우의 눈빛 연기와, 감정선의 흐름, 배우들의 수어, 화가와 배우, 작곡가라는 직업의 색깔..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 그리고 서로 다른 사람이 만나 사랑하는 것까지.
며칠이 지난 지금도 마음의 잔상과 여운이 참 많이 남아있다.
드라마를 보던 중에도, 다 본 지금도 계속 느껴지는 마음은... '애리다.'
흔히 볼 수 있는 '너의 눈이 되어 줄게, 너의 귀가 되어 줄게~' 이런 노랫가사가 아닌, 진짜 나와 다른, 그런 사람과 만나 사랑을 한다는 것은 어떤걸까.
특별해서 끌렸던 부분은 시간이 갈수록 불편하고 싫어지고, 상대방이 할 수 없는 것을 기대하게 되는 것.
해줄수 없어 미안한 마음과 모든 것을 알고 시작한 사랑이지만 힘들어지는 마음 모두 공감이 갔다.
나에겐 자연스러운 일상적인 일이 누군가에겐 너무나 특별하고, 어렵고, 불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속상하고 답답하지만 그래서 나보다 더 힘들어 할 상대방을 알기에 차마 표현하기 어려운 것.
머리로는 잘 알지만, 마음으로도 너무나 사랑하지만, 나도 모르게 올라오는 기대와 욕구.
사람이니까, 그리고 사랑하니까.
16화 마지막에 나온 모은의 대사가 참 인상적이었다.
서로가 달라서, 결국엔 원망하고 미워하게 될 지라도 모든게 싫어지기 전까지는 열심을 다 해봐도 되는거 아닐까..
그러고 보면 나 역시, 나와 전혀 다른 사람과 만나 사랑하고 결혼을 해서 살아가고 있다.
드라마처럼 장애는 아니지만, 태어난 나라도, 사용하는 언어도, 살아온 배경, 환경, 문화, 성향도 모두 다른 지지구 반대편에서 각자 살아가던 사람과 만나 사랑하고 있다.
서로의 언어를 이해할 수 없어 손짓 발짓 번역기를 돌려가며 소통을 했던 것이, 이젠 편해 졌다.
특별하고 새롭고, 배우는 것이 참 많아서 흥미롭다. 그리고 때로는 지치고 답답하다.
한국인만이 느낄 수 있는 특유의 감성, 트렌드, 찰진 유행어 등을 공유할 수 없고, 아무리 열심히 설명해도 뼛속까지 한국인인 나의 마음을 이사람은 절대 똑같이 느낄 수 없다.
가슴을 후벼파는 한국 드라마를 보며 섬세한 감정선에 대해서도 맛깔나게 표현하기 참 어렵고 한국식 정서, 생각의 공유도 나는 온전히 이해받을 수 없다.
남편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능력치를 발휘하여 무언가를 설명해 줘도 나는, 남편이 느끼는 만큼 뼛속까지 느끼지 못한다. 내가 답답함을 느끼는 만큼 남편도 답답할 것이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제약과 한계를 뛰어넘는 무언가가 있다.
말이 잘 통하지 않으면 시간을 들여가며 번역기를 돌리고, 쉬운 단어로 바꿔 표현하고, 서로 다른 문화와 생각의 차이를 달라서 이상한게 아니라 흥미로운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렇게 서로를 점점 더 이해해 본다.
아쉽고 섭섭한 부분을 찾자면 손에 꼽기도 어려울 만큼 많지만 그보다 더 많은 행복함과 편안함을 느끼기에 결국엔, 사랑을 택한다.
참 재미있게 본 작품. 여운이 많이 남는 작품이다.
당분간은 드라마를 보며 올라온 다양한 감정들에 푹 빠져 충분히 느껴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