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은 어디에나 있다: 잡초가 가르쳐주는 것
성, 사원, 탑 같은 위대한 건축물들은 강력한 왕조의 권위를 상징하며 세워졌다.
시간이 흐르면 그 권위는 사라지고, 예술성만이 남아 사람들의 찬사를 받는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그 예술성보다 세월의 흔적에 더 감동을 받기도 한다.
사원위의 잡초
흘러간 역사터에 살아 있는 한 생명체의 역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 잡초는 사원벽에 뿌리를 내려 철썩 달라붙어 있다.
뿌리는 성곽에 깃든 지난 역사의 숨결을 천천히 음미한다. 한 점 바람에 살랑이는 잎사귀는
그 성곽을 찾은 현대인들의 얼굴을 세심히 살피며, 그들이 간직한 감정과 생각을 잔잔히 느낀다.
중국 대라궁 지붕위에서 자라난 이름모를 잡초들이 있다.
절벽의 현공사 바로 아래 잡초들이 자라고 있다.
무너진 담벼락, 남은 기둥, 벗겨진 채색—이 모든 것은 세월의 무상함을 견딘 유적의 이력이다.
그런데 그 속에 또 하나의 이야기가 숨어 있다. 바로 유적과 잡초 사이의 줄다리기이다. 잡초의 뿌리가 유적 틈새로 파고들수록, 그 유적은 조금씩 더 훼손되고 수명이 단축된다. 이 위대한 건축물을 세운 왕조와 기술자들이 그들의 업적을 위협하는 잡초를 보면 무슨 생각을 할까?
예를 들어, 미얀마의 타톤 왕조를 멸망시킨 바간 왕조의 아노라타 왕은 5,000여 개의 탑을 세웠다. 하지만 그 왕조의 사람들은 더 이상 이 탑들을 느낄 수 없다. 인간의 수명은 영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사람들은 유적을 눈으로만 감상하지만, 잡초와 들꽃은 그곳에서 몸으로 세월을 누리고 있다.
유적의 아름다움과 생명의 끈질김이 공존하는 이 모습을 보며, 우리는 새로운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생명의 위대한 여정은 눈에 휩싸인 혹한 겨울에도 쉼이 없다.
겨울의 잔 가지, 무성한 나뭇잎은 떨어져 엉성해 보인다. 하지만 이 가지들이야말로 생명의 통로이다.
영양분과 물을 쉼없이 나르고 이동시켜 나무를 자라게 했던 것이다.
한 겨울이 끝나갈 무렵, 입춘 전후로 산골짜기에 노란 복수초(福壽草)가 피기 시작한다.
이 꽃은 다른 꽃들과 상당히 다른 점이 있다. 바로 스스로 열을 내서 눈과 언 땅을 녹이면서 꽃망울이 핀다는 점이다. 동물은 음식물을 소화 흡수를 해서 운동을 통해 열을 만들어내서 체온을 유지한다.
반면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식물들은 열을 내지 못한다. 특히 꽃을 피우는 식물은 최소한의 기온과 햇빛이 지속하는 환경에서만 꽃을 피운다. 이와 달리 복수초는 스스로 따뜻한 열기를 만들어 내서 햇빛도 없는 눈 밑에서 꽃을 피운다.
바위 위에서만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우는 바위말발돌이의 생명력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기까지는 환삼덩굴과의 힘겨운 생존투쟁에서 살아남아만 한다.
식물은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과정이 정말 신묘롭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물과 영양분을 찾아서 뿌리를 깊게 내리며 끈질기게 살아남으려고 한다. 이런 모습은 사람에게도 큰 감동을 준다. 식물이 보여주는 생명력이 사람들에게도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주는 것이다.
특히 극한 지역에서 사는 생명체는 이런 강한 생명력을 바탕으로 약으로 많이 개발되기도 한다. 우리 설화 속에서 산속 절벽에서 자란 약초로 병을 고쳤다는 이야기도 있고, 자연에서 자란 약초는 재배된 것보다 더 강한 효과를 낸다. 이것은 '2차 대사산물'이라는 성분 덕분인데, 이 성분이 사람 몸에서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식물은 비가 오거나 바위 속에 있는 최소한의 성분이라도 최대한 흡수해서 영양분으로 사용하면서 생명을 이어간다. 그래서 척박한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