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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북이 Mar 13. 2024

01. 아이가 생기지 않아 병원으로 향했다

아내의 사랑으로 태어날 아기

아이가 생기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아이를 가져보자는 계획을 한 다음, 우리는 곧장 임신을 준비했다. 마음에 결정만 서면 아이는 자연스레 찾아오는 줄로 알았었는데, 실제로 임신이 되는 것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1개월, 2개월, …, 6개월 야속한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만 서른 다섯 아내의 나이는 병원에서 정의하는 고령 산모 축에 속하게 되었다. 아내의 마음이 조급해졌다. 이렇게 한 해를 흘려보내면, 임신 확률이 더 줄어들 거라 걱정했다. 여기저기서 아내의 친구들은 임신을 하고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본인은 그러지 못하고 있음에 아쉽고 조급함을 느꼈다.


하지만, 아내의 걱정하는 마음은 잠깐 동안만 지속될 뿐이었다. 나의 현명한 아내는 통제할 수 없는 걱정을 되도록 하지 않는 편이다. 해결책을 빠르게 발견해 내고 실행한다. 불과 며칠 만에 아내는 서울에서 이름 있는 난임병원을 알아보고, 서둘러 예약을 진행했다.


어느 주말 우리는 함께 손을 잡고 난임병원에 들어섰다. 여러 검진을 보았다. 난자와 정자의 상태가 건강한지 체크하기 위해서였다. 다행히 모든 검진 결과는 양호했다. 임신이 가능하다는 의사의 소견을 받고, 시험관 아이를 진행하기 위한 절차를 안내받았다. 그리고 곧장 아내의 신체 주기에 맞춰 시험관 아기를 갖기 위한 준비 과정에 들어갔다.






시험관 아기 우리 다시 한번만 고민해 볼래?

시험관 아기는? 난자와 정자를 채취해 체외에서 인공수정을 하고, 수정된 배아를 산모의 자궁으로 삽입하여 임신을 유도하는 시술을 지칭한다. 시술을 하기 위해 여성의 몸에 인위적인 변화를 주게 된다. 일반적으로 자궁에서 매달 한 개의 난자가 생성되지만, 시험관 아기를 준비할 때는 과배란을 통해 난자의 개수를 늘린다. 난자를 채취하는 시술은 복잡하고 정교하며, 산모에게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기 때문에 한 번의 시술로 난자를 최대한 확보하여 임신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러한 이유로 아내는 매일 아침 자신의 자신의 배에 과배란 주사를 놓아야 했다. 주사 맞는 것을 두려워했던 아내가 처음 주사기를 잡고 바늘로 배를 찌르기 전 일어난 감정 변화를 생생하게 기억난다. 미세하게 떨리는 손과 주삿바늘을 지긋이 바라보는 눈동자. 아내는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그때 내가 할 수 있는 건 옆에서 가만히 손을 잡아주는 것뿐이었다.


여러 번의 시도로 셀프주사 놓기에 성공한 난 다음 아내는 다행히 두려움을 극복했다. 이후 아내는 대수로운 일이 아니라는 듯 과감하게 주삿바늘을 몸에 꽂는 행위를 반복했다. 그렇게 약 1-2주간 이 과정이 지속되었고, 아내의 배에 피멍이 가득하게 올라왔다. 여성의 배는 보호해야 하는 것으로 배웠는데 내 아내의 배는 상처로 가득했다. 마음이 너무 아팠다. 저러다 아내의 건강이 나빠지면 어떡하지, 나는 아이보다 아내가 우선인데..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아내가 무척 걱정되었다.


그래서 아내에게 시험관 아이를 조금 더 고민해 보자고 권유했다. 당신의 몸이 상할까 걱정된다고 이야기했다. 아내는 나의 걱정스러운 질문에도 마음에 동요함이 없었다. 이렇게 시도하지 않으면 앞으로 아이를 갖지 못할 거라고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본인의 희생은 불가피하다고 괜찮다고 나에게 말해주었다.


마음이 단단한 아내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면서, 혼자만 고생하는 게 미안하고 한편으로 고마웠다. 미래의 나의 아이가 아내의 간절함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이야 너는 엄마의 사랑으로 태어나게 됐어.
우리 함께 엄마에게 감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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