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들의 여행 첫 번째 시련
야심 차게 도쿄 여행 계획을 세우고, 미식과 나의 취향이 반영된 액티비티를 즐기는 나의 모습을 그리며 감탄했다. 부산에 살고 있는 친구 L은 도쿄 출발 전날 서울에 올라와 함께 저녁을 하고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기로 했다. 여행 시작까지 남은 시간은 일주일이었다. 속절없이 달리는 세월에 두려움을 느끼던 나였지만, 이때만큼은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생략하고 싶었다. 앞으로 일어날 일이 얼마나 고통스러울 지도 모른 채 여행에 대한 설렘에 빠져 지내었다.
도쿄 출발 당일
우리가 타야 할 비행 편은 이스타항공 오전 8시 비행기. 새벽 5시에 일어나 허겁지겁 짐을 챙기고 집을 나온 시간은 5시 10분. 버스를 타고 홍대에서 내려 공항 철도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향할 예정이었다.
홍대역에 도착한 시간은 5시 40분쯤이다. 공항철도 승강장에서 검암행 방향을 한대 보내고, 인천공항행을 탑승한 시간은 약 6시. 공항에 도착하는 시간이 늦어지면 어떡하나 마음이 초조해졌지만, 해외여행을 처음 하는 친구가 함께하고 있어 조바심을 숨겼다. 여행의 시작부터 친구에게 불안함을 주고 싶지 않았다.
평일 새벽 시간에도 공항 철도는 많은 사람을 나르고 있었다. 국내외 여행객들, 공항으로 출근하는 사람들 각자의 이유로 바삐 공항을 향하고 있었다. 정차 역에서 대기 시간이 길어졌다. 공항 1 터미널에 도착하니 시간은 벌써 1시간이 흘러 7시 정각이다.
역에 하차하자마자 짧은 다리를 이용해 총총걸음으로 빨리 움직였다. 고개를 뒤로 돌리니 친구는 나무늘보처럼 여유 있게 걷고 있었다. 서둘러 나를 쫓아오라고 말한 다음 체크인 장소를 찾아 이동했다. 우리나라의 자랑이자 세계에서 몇 손가락 안에 꼽힌다는 거대한 인천 공항은 바쁜 나를 도와주지 않았다. 체크인 장소로 이동하는 데 까지 또 10분의 시간이 흘렀다.
터미널 3층 체크인 장소에 도착하고, 셀프 체크인 기계로 여권 정보를 입력하는데 마지막 결괏값이 ‘체크인을 진행할 수 없습니다’이다. ‘왜일까?’ 몇 번의 시도에도 체크인이 되지 않자, 대면 체크인 카운터에 줄을 섰다. 줄을 서 기다릴 때 가까스로 비행기를 타겠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네 비행기를 탈 수 없다고요?!
드디어 우리의 차례가 되고, 안내원에게 여권을 보여주었다. 그때의 시간이 7시 15분이다.
안내원은 여권 정보를 키보드로 탁탁 기입하더니, 갑자기 황당하다는 듯이 나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퉁명스러운 말투로 “체크인 시간이 지나 비행기를 탈 수 없어요”라고 이야기했다. 갑자기 머릿속이 하얘졌다 이 무슨 날벼락인가. “그럼 어떻게 해야 해요?”라고 묻는 말에 안내원은 “여행사 통해 비행기를 변경하세요. 저희 항공은 오후 3시에 있어요”라고 빠르게 답했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어서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그려지지 않았다. 일단 빠르게 이 문제를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발권한 트립닷컴 애플리케이션으로 접속하여 항공권 변경하기를 요청했다. 이후 금액 확인 메시지를 받은 뒤, 항공권 변경하기 예약을 진행했다.
발등에 떨어진 불을 정신없이 끄고 난 뒤 아내에게 전화해 이 사실을 알렸다. 아내는 여행사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 좌초지종을 들은 아내는 바뀐 항공권의 금액을 물어보았다. 예약 내역에 찍힌 금액을 다시 한번 확인해 보니 31만 원이다. 그때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몰려왔다.
아내 l 지금 도쿄로 가는 항공 편도가 10만 원 이하인데 그게 말이 돼?
거북이 l 그러네… 너무 정신없이 결제를 진행했어. 아마 이미 결제한 왕복 항공권이 취소되고 다시 결제된 게 아닐까??
아내 l 그럼 다행인데.. 여행사 전화해서 빨리 문의해 봐
또 다른 문제를 마주한 나는 여행사 상담원 연결을 위해 다이얼을 눌렀다. 상담원이 연결된 이후 체크인을 하지 못해 항공권을 다시 예매했던 나의 복잡한 상황을 다급하게 설명했다.
(아주 길었던 상황 설명 후)
거북이 l 금액이 31만 원으로 결제되어 있던데, 이전에 결제했던 왕복 항공권이 취소되고 다시 결제가 된 건 가요??
상담원 l 고객님 그런 게 아니라, 항공권 변경 수수료가 20만 원 이상 발생했어요. 특가 상품으로 판매된 거라 항공사에서 고객님께 페널티를 많이 매긴 케이스예요..
거북이 l 그러면 방금 발권한 티켓을 취소할 수 있을까요?
상담원 l 구매에 대한 항공사 승인이 완료된 상황이어서 취소 시에 환불을 받을 수 없는데 괜찮으시겠어요?
거북이 l … 아니요 괜찮지 않아요
최초 도쿄행 왕복항공권을 24만 원에 구매했는데, 비행기를 타지 못하여 변경비로 발생된 편도항공 수수료가 20만 원 이상이다. 발권 취소를 요청해도 항공사의 규정으로 인해 취소 시 환불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일반 소비재 상품도 구매 시 곧장 취소가 가능한데, 항공권은 취소가 불가능하다니..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았다. 결제한 당시 비행기를 타지 못해 당황스러운 마음에 금액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나의 상황을 말하며, 감정에 호소해 보았지만 단호한 규정은 나를 봐주지 않았다.
그렇게 한 시간 넘게 상담원과 실랑이를 하다가 환불받는 것을 포기했다. 아내에게 전화해 상담원과 통화한 내용을 들려주었다. 다행히 아내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내가 한 노력을 인정해 주었다. 어쩔 수 없으니 다 잊고 여행을 즐기고 오라고 말했다.
공항에서 8시간 대기
발생한 문제를 정리한 뒤 시간은 9시경. 오후 3시 비행기를 타기 위해 넋을 잃은 채 공항에서 대기해야 했다. 공항에 도착한 7시부터 오후 3시까지 비행기 탑승을 위해 대기한 시간이 장작 8시간이다.
여행의 첫 시작부터 이렇게 꼬일 수 있다니.. 기분이 착잡했다. 저렴해서 많이 가는 도쿄 여행의 항공권에 나는 총 50만 원 이상을 지불했다. 여행사와 기업이 고객을 통해 조금이라도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만든 규정이 원망스러웠다. 고객의 실수에 책임을 배로 부여하는 항공사와 여행사에 신뢰가 바닥이 났다.
머릿속에 복잡한 마음을 정리하려고, 좋은 생각을 하려 노력했다. ‘이미 지나갔고, 나의 노력으로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야. 비싼 인생의 레슨을 받았다고 생각하자’ 그리곤 다짐했다. 앞으로 이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절대로 당황하지 않겠다고 말이다.
[비싼 인생레슨에 대한 교훈]
-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두르지 않는다
- 여러 가지 대안을 떠올려 보고, 득과 실을 비교해 본다.
- 대안이 떠오르지 않을 때, 나보다 지식이 더 많은 사람에게 조언을 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