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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은 학교가 아니다는 말의 의미

리더가 되고야 깨달은 몇 가지

by 거북이

고백하자면 나는 전 회사에서 투덜이를 담당했다. 중간 관리자 포지션에 있었던 나는 회사가 나를 대우하는 방식, 예를 들어 매력적 이어 보이지 않는 프로젝트 배치나 업무 분배 등에 대해 불만이 많은 사람이었다.


많은 상황에서 나 중심으로 판단하고 사고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샌가 나 자신을 피해자로 바라보고 있었다.


‘피해자 코스프레’ 누군가로부터 실질적인 피해를 입지 않은 사람이 상황을 확대 해석해 피해자로 자신을 인식하는 상황. 특히, 퇴사 전 1년 동안은 이 코스프레를 많이 했었다.


상사가 지시를 잘못 내려서, 후임이 업무 지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거나, 나의 의견과 이견을 보여서 일이 좋지 않은 방향으로 진행되었다는 변명 등 내가 했던 피해자 코스프레의 대표적 예시였다.


그러다 보니 나는 회사에서 스스로를 고립시켰다. 회사 생활에 스스로 제풀에 지친 나는 결국 퇴사를 선택했다. 그 회사에서 마지막 이별 파티를 하던 날, 나의 행위에 대한 아쉬움의 잔상이 하나둘씩 떠올랐다.


시간이 흘러 관계를 종료하는 시점이 오면 이렇게 웃으면서 작별할 것인데 나는 무엇 때문에 날을 세워 사람들을 경계하고, 때론 미워했을까? 매일 같이 다니던 회사의 문을 닫고 나오며, 다시는 이 같은 비성숙한 행동을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퇴사 후 머지않아 새로운 일자리를 구했다. 10명의 팀원을 이끌어 가는 리더 포지션이었다. 갑작스럽게 위치한 리더의 자리, 이번엔 무언가를 보여주어야겠다는 욕심보다 함께 만들어 가는 과정에 집중하기로 했다. 약 7개월 동안 협력을 중점적인 가치로 삼으며 팀을 운영하면서 팀원들과 3개의 큰 프로젝트를 마쳤고, 6개의 신규 제안에 참여했다.


이번 글에서 나는 팀을 이끄는 리더로 회사 생활하면서 새롭게 깨달은 점을 공유하고자 한다.



1. 일터는 ‘프로리그’이다.


직장은 학교가 아니다는 말에 반감이 있었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의 대부분이 꼰대로 보이는 선배들이었는데, 당시는 그들의 태도가 무책임하거나 이기적 이어 보였다. 선행하는 경험을 통해 알고 있던 지식을 친절하게 알려주면 될 것을 그 과정을 바쁘다는 핑계로 회피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왜 그들이 그렇게 이야기했는지를 이제는 안다.


협력하는 동료의 유형이 크게 두 가지가 있다고 본다. 첫 번째 유형은 상사가 제시하는 과제의 해결 방법에 대한 세부적인 가이드가 필요로 하는 A타입. 두 번째 유형은 과제 해결 방법에 대한 방향성만을 필요로 하는 B 타입이다.


두 가지 유형의 차이는 아래 예시를 보면 조금 더 명확히 그 차이를 이해할 수 있다.


클라이언트에게 새로운 소셜 마케팅 캠페인 기획안을 전달해야 할 때 아래 두 유형에게 전달하는 가이드는 차이가 있다.


A 타입에게: 클라이언트에서 브랜드가 확산이 될 수 있는 인스타그램 마케팅 캠페인을 진행하기를 원하고 있어요. 북미 타겟들이 브랜드와 관련된 콘텐츠를 자발적으로 만들어 내고, 확산시키는 방안을 찾고 있나 봐요. 요즘 트렌드를 서칭해 보았을 때, 개인화 트렌드가 인상적이었는데요. 개인화 트렌드는 브랜드 상품을 구매한 고객이 자신 만의 방식으로 제품을 꾸미어 개성을 드러내는 것이에요. 크록스 지비츠가 대표적인 예시인데요. 민무늬만 편하게 신던 크록스에 다양한 지비츠를 부착하면서 개성을 드러내고 있어요. 이처럼 개인화 트렌드를 잘 반영할 수 있는 캠페인을 준비해보았으면 해요.

B 타입에게: 클라이언트에서 브랜드가 확산이 될 수 있는 인스타그램 마케팅 캠페인을 진행하기를 원하고 있어요. 북미 타겟들이 브랜드와 관련된 콘텐츠를 자발적으로 만들어 내고, 확산시키는 방안을 찾고 있나 봐요. 북미 시장에서 최근 주목할 만한 트렌드에 대해 조사해 봐 주시고, 클라이언트의 상황에 매력적인 제안을 준비해 주시겠어요?


A와 B의 업무 가이드에 있어 차이점은 평서문과 의문문이다. A로의 가이드가 평서문으로 끝나는 이유는 상사에게 의존적인 타입이기 때문이다. 지침, 가이드에 따라 업무를 진행하기에 구체적인 행동 안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 B의 가이드는 의문문으로 끝이 난다. B는 사고의 능동성을 가지고 있다. 제대로 된 문제 해결 방향성만 제시해 주면, 자신의 관점에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문제 해결에 대한 두 사람의 태도의 차이는 함께 일하는 동료로서 기대하는 바도 다르게 한다. A에게는 마감 준수를 기대하는 반면, B에게는 일에 대한 퀄리티를 기대하게 된다. 팀은 주어진 여건 내에서 최선의 결과물을 만들어 가는 조직으로 볼 수 있기에 시간이 흐르면 B를 더욱 신뢰하고, 중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지게 되어 있다.


문제 해결에 대한 자세의 차이가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를 만든다. 직장은 학교와 학원과는 다르다. 학교와 학원은 나의 자본을 지급하며, 선생님에게 좋은 교육 서비스를 지급받는 곳이다. 그래서 선생님에게 해결책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을 질문하고, 정답을 얻어갈 수 있다.


반면, 회사는 반대의 경우다. 나는 회사로부터 급여를 지급받는다. 그 대가로 회사는 우리에게 퍼포먼스를 기대한다. 축구 경기에서 스트라이커가 골을 넣기 위해 상대 지역을 파고드는 것처럼, 일터의 직장인도 자신의 역할에 집중하여 성과에 기여하여야 한다.


자신을 아무것도 모르는 주니어라고 생각하고 의존적인 사고를 지닌다면, 일터에서 프로가 될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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