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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슐랭 가이드는 어떻게 상징적인 브랜드가 되었을까?

브랜드 디깅 ep.01

by 거북이

브랜드 명이 고유 명사처럼 인식되어 어떤 분야를 대표하는 상징성을 갖게 되는 경우가 있다. 전 세계의 식당을 방문해 별점을 메기는 미슐렝 가이드가 그러하다.

미슐렝의 평가를 받은 식당은 여행객이나 거주 주민에게 맛집에 대한 보증 수표가 된다. 평가를 상징하는 빨간 스티커를 발견한다면, 식사 시간 사람들로 긴 줄을 이루는 풍경을 흔히 볼 수 있을 것이다.

미쉐린은 타이어 회사로 알고 있는데, 왜 관련성이 적어 보이는 미식 브랜딩에 긴 시간 투자했을까? 그리고 미쉐린은 미식 가이드에 대한 상징이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을까?


미슐렝 가이드의 기원 및 역사

미슐렝 가이드의 역사의 시작을 알아보기 위해 무려 125년 전으로 돌아가 본다. 1900년 미슐렝 가이드가 탄생했다. 첫 시작은 지금과는 달랐다. 첫 매거진에서 다룬 정보는 타이어 관리, 주유소 위치, 여행지 약도 등이었다. 타이어 회사인 미쉐린은 매거진을 통해 본인들을 더욱 전문적으로 보일 수 있는 소통에 집중했다. 차량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매거진을 찾고 진중하게 그들이 준비한 아티클을 읽길 바랐다.


하지만, 미쉐린은 어떤 사건으로 인해 매거진의 기획 방향성을 바꾸게 된다.


미쉐린 타이어의 창업자인 안드레 미쉐린은 자주 방문하는 차량 정비소에서 본인이 만든 책이 고장 난 가구의 다리의 높이를 맞추는 데 쓰이고 있음을 확인한다. 자존심이 제대로 긁힌 안드레는 매거진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출처: 미쉐린 가이드 아티클

20년이 흘러 1920년 그는 새로운 매거진을 세상에 내놓았다. 이 매거진에는 파리의 호텔과 레스토랑의 정보가 담겨 있다. 기존의 매거진은 차량에 관심이 많은 마니아 층만을 타겟했다면, 이번엔 여행과 다이닝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사로잡기 위해 선보인 책이었다.


새롭게 출시된 매거진은 대히트를 친다. 이때부터 미쉐린 가이드 성공의 역사가 쓰이게 된다. 1926년 익명의 평가단을 구성하여 레스토랑으로 보낸다. 레스토랑 음식을 접한 사람들은 식당의 음식과 서비스의 수준을 별점으로 평가한다.


* 1 스타 : 해당 분야에서 훌륭한 식당
** 2 스타 : 우회해서라도 방문할 가치가 있는 요리
*** 3 스타 : 그 자체로 여행할 가치가 있는 예외적인 요리


이 별점 시스템은 지금까지도 명맥이 이어지며, 현존하는 미식 가이드의 최고봉이자 레전드 반열에 올라있다. 지금은 평가 항목도 다양하다. 과거의 경우 고급식당을 선별하기 위한 노력을 했다면, 지금은 가성비, 일반 맛집,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평가 등을 진행한다. 조금 더 다양하고 많은 사람이 미슐렝 가이드에 선정된 식당을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 미슐렝 스타: 고급 레스토랑 평사
- 빕그루망: 가성비 좋은 맛집
- 미슐렝 플레이트: 기본적으로 좋은 식당
- 그린스타: 친환경 지속 가능 식당


미슐렝 가이드 성공의 이유

미쉐린 타이어가 이 미슐렝 가이드를 만들지 않았더라면, 많은 사람들이 브랜드 이름과 더불어 타이어 캐릭터를 기억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미쉐린 타이어는 미슐렝 가이드를 브랜드화하면서 본사업의 매출향상까지 이어지는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보았다.

미쉐린의 성공은 브랜드의 일상화에 있었다. 자동차를 타는 잠재 고객 입장에서는 타이어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는 시기는 2-3년이 지난 타이어 교체 주기 때 일 것이다. 미쉐린은 고객이 가끔 떠오르는 브랜드로 기억되는 것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래서 고객의 일상에서 조금 더 자주 노출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고, 그 매개를 여행과 미식으로 정했다. 매개를 정한 뒤엔 이야기를 확장했다. 단순히 호텔 식당을 소개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닌, 좋은 식당임을 증명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고 인증된 전 세계의 식당들을 미슐랭 스타로 연결했다.


사람들은 미슐랭 스타를 받은 식당의 품질 높은 서비스를 직접 경험하고 감탄했다. 그리고 미슐렝 스타 식당을 구전으로 전파했고, 또 다른 식당을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났다. 그렇게 10년, 20년,…, 100년 중단하지 않고 한 우물을 판, 미슐렝 가이드는 사람들의 일상에 존재하게 되었다. 그리고 대체할 수 없는 상징적인 브랜드가 되었다.


마무리하며

미슐렝 가이드에 대해 공부해 보며, 가장 감명 깊었던 부분은 지속성이었다. 본 사업(타이어 판매)에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경우, 새로운 프로젝트에서 단기적인 수익이 보이지 않는다면 프로젝트를 빠르게 중단하곤 한다.


아마 이 프로젝트를 지속해야 하는지 지속적인 의문과 숱한 고비가 있었을 것이다. 이런 의문과 고비를 브랜드의 열망이 이겨내었다. 고객의 삶 속에 특별한 가치를 주겠다는 열망이 있는 기업이 성실하게 이를 지속한다면, 언젠가는 사람들이 알아봐 주게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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