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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해호 Harry May 08. 2023

Arthur를 데려오다

짬 타이거를 아십니까?

    짬 타이거. 군부대 주변에 서식하는, 혹은 부대 내에서 키우는 고양이를 뜻한다. 이 아이들은 일명 짬(잔반)을 먹고 살아간다. Arthur는 그런 짬 타이거 중에 하나였다. 군인이 짬을 먹으면 짬 대우라도 받지만, 짬 타이거 아서의 삶은 녹록지 않았나보다.


    Veri와 함께 지낸지 몇 개월이 지나고 아내와 나는 Veri에게 친구를 만들어주고 싶었다. 원래 유기묘를 돌보고 싶기도 했고. 그러던 중 아내가 활동하던 커뮤니티에 길에 나온지 얼마 안되어 보이는 아이의 이야기가 있었다. 군부대 안에서 처음 발견 되었고 부대에서는 쫓겨났는데, 동네에서 다른 길 고양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발견하신 분이 보일때마다 말리곤 했지만 직접 책임을 지기는 힘든 상황이고 임시 보호라도 맡아줄 곳을 찾고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한마리 키우는 것 조차 힘들다며 반대했는데, Arthur의 이야기를 듣고는 나도 지체없이 데려오자고 했다.


    그러나 Arthur는 쉽게 보살핌을 받아주지 않았다. 발견자분이 거의 한 달간의 실랑이 끝에 아서를 잡는데 성공하신걸로 안다. 병원에 맡겨져 건강검진을 받고있는 아서를 찾아가 대면했다.방금 시합을 마친 격투기 선수처럼 얼굴이 부어있고 꽤 깊어보이는 상처도 있었다. 기운이 정말 없었다. 짠한 아서.. 우리는 아서와 잠깐 더 시간을 보냈다. 집으로 바로 데려갈 수는 없었다. 받아야 할 검사들과 치료가 몇 가지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또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다. 아내와 나는 Veri와 Arthur를 성공적으로 합사시키기 위한 준비를 했다. 우선 바로 두 고양이를 만나게 하지 않는게 좋다고 했다. 집을 절반으로 나누고 우리도 나뉘어져 한 마리씩 돌보기로 했다. 나는 Arthur를 맡았다. 화장실과 밥그릇, 물그릇은 고양이 수 + 1개 이상 준비하고 아내는 혹시 합사 초기에 경계하고 싸우지 않도록 고양이 마음을 편안히 해준다는 무슨 인센스 비슷한 것 까지 준비했다. 양말이나 수건으로 한 마리의 향을 묻혀 다른 아이에게 냄새를 맡게 해 차츰 익숙해지도록 할 예정이었다. 이런 저런 준비를 하고 회복을 마친 아서를 맞이했다.



아서 첫날

    


    사람에게 호의를 받은 경험이 있어서 였을까, 나의 마음이 느껴져서 였을까 아니면 그냥 태생이 애교냥이일까. Arthur는 집에 오자마자 나의 무릎에 올라와 비비적댔다. Veri에게선 볼 수 없었던 처음 겪는 광경이었다. Veri는 한번도 내 무릎에 올라와 잠이 든 적이 없었다. Arthur는 오자마자 내게 의지해 잠이 들었다. Veri를 불효자로 생각하는 건 아니다. Arthur처럼 이렇게 애교많은 고양이가 있다는 게 놀라웠고 힘든 길에서의 생활을 겪은 아이가 나를 의지할만한 은신처로 느껴주는 것 같아 감동일 뿐이었다. 다만 한가지 문제가 있었다. 코를 찌르는 암모니아 냄새였다. Arthur에게 엄청난 냄새가 났다. '오 마이 갓,..' 길에서 세안을 했겠나 샤워를 했겠나. 야생의 고단함이 그대로 느껴지는 냄새였다. Arthur는 심지어 우리 집이 낯설었는지 고양이라면 으레 알아서 가리는 화장실 마저 가리지 못했다. '오 마이 갓, 오 마이 갓.!' 집 이곳 저곳에 오줌을 뿌려댔고 침대 위에도 갈겨놓아 정말 난처했다. 아직 완전히 회복이 된 게 아니라 스트레스를 받을까 일주일 동안은 목욕을 시킬수도 없었다. 아내는 아서를 맡은 내가 처리하도록 내버려 뒀다. 참나, 이런 독박 육묘가 있나. 그런데 쓰다보니 이때 내가 정성껏 돌봐서 아서가 지금도 나한테만 특히 애교가 많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애교 많은 아서는 잘때도 내게 꼭 몸을 붙이고 잤다. 배변패드를 잔뜩 깔아놓은 침대에서 방을 가득 채운 암모니아 향과 상처입은 작은 고양이를 안고있는 기분이 묘했다.


    열 흘정도 반으로 갈라진 집에서 생활하는게 조금 불편했다. 아내와 같이 시간을 보내지도 못하고. 건넛 방으로는 차단선을 넘어 다녀야했다. Veri도 자유롭게 돌아다니던 자신의 공간이 절반으로 줄어든 것에 불편함을 느끼는 것 같았다. 그러다 반대편에서 아서가 작게 야옹거리기라도 하면 경계하면서도 호기심을 가졌다. "누가 왔나요? 나랑 비슷한 생물체가 있는 것 같은데!? 집에서 다른 녀석의 목소리는 처음이에요!" 놀란 눈빛으로 내게 묻는 듯 했다. 손을 문에 의지해 두 발로 서서는 반대편에서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귀를 기울이기도 했다. 심장이 쿵하는 가장 귀여운 순간은 그때였다. 차단선 역할의 문은 불투명한 유리로 되어있는데 베리가 또 반대편이 궁금했는지 얼굴을 바짝댔고, 불투명 유리여도 바짝 붙으니 아서쪽에서 베리의 얼굴이 보였던 것. 아서는 그때 처음 베리의 얼굴을 봤고 다가가 자기의 얼굴도 보여줬다. 냥냥거리며 작게 인사도 나눴다. 아, 그 순간을 사진으로 찍어뒀어야 했는데.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차단선을 넘어 다니는 생활이 익숙해질 무렵 드디어 베리와 아서를 만나게 했다. 물어뜯고 싸울까봐 걱정이 됐다. 합사가 성공적이지 못하면 둘이 평생 원수처럼 엄청 싸우고 다치기도 한대서 불안한 마음으로 계속해서 관찰했다. 공식적인 첫 대면을 하고 코인사를 나눴다. 아서보다는 베리가 아서에게 관심이 많았다. 아서는 먼저 집 전체를 돌아다니며 동태를 살폈고 베리는 졸졸 쫓아다니며 너는 어디서 왔니, 뭐하는 놈이니 묻는 것 같았다. 그러다 아서가 귀찮았는지 냥냥 펀치를 툭 날렸고 서열정리는 끝난걸로 보였다. 크게 다투는 것 없이 이후로 잘 지내고 있으니 성공적인 합사였다고 생각한다. 


    아서의 냥냥 펀치는 베리에게도 나에게도 신선한 충격이었다. 베리가 냥펀치를 날린 적이 없기 때문에 살면서 처음으로 본 냥펀치였기 때문이다. 확실히 길에서 거친 삶을 살아온 분위기가 있구나. 그래서 아서는 아서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 peaky blinders 라는 영국 드라마가 있다. 1차 세계대전 이후 사회적으로 혼란스러운 시기에 버밍엄에서 활동한 peaky blinders라는 범죄 조직과 이를 이끄는 집시 혈통 shelby 가문의 이야기다. 실제적인 보스 Thomas와 그의 형 Arthur가 조직을 이끈다. Arthur는 항상 깔끔한 수트를 입고 포마드를 듬뿍 발라 넘긴 슬릭백 헤어스타일을 하는데 갱스터 섹시란 이런거구나 싶다. (Thomas 역의 킬리언 머피는 두 말 하면 입아프다. 후... 남자가 봐도 너무 섹시하다.) 고양이 아서의 접힌 귀가 꼭 피키블라인더스 아서의 헤어스타일과 비슷해 보였다. 거친 삶을 살아온 고양이에게 잘 어울리는 이름이지않나. '범죄는 저지르지말고 자신감 넘치는 것만 닮아라 아서야. 우리 집에서 이제 행복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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