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암(思庵) 박순(朴淳, 1523~1589)은 자호를 축계옹(祝鷄翁)이라 했다.
닭을 매우 좋아했던 것 같다. 어느 분이 그의 시 <양계희제(養鷄戱題)> 중 "금작축계옹(今作祝鷄翁)"을 풀이하면서 "'축(祝)'은 섬긴다는 뜻이다"라고 했다.
그런데 저 시구는 "지금은 한갓 닭이나 키우는 늙은이가 되었다"는 뜻이다. '축계(祝鷄)'는 중국어 발음이 [zhù jī]로, '축축(祝祝)'[zhù zhù'] 소리를 내며 닭을 부르는 것이다.
요컨대 "축계옹"은 스스로를 낮추어 자비(自卑)하는 말이지, 닭을 섬긴다는 뜻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