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 없는 이별이라서 가슴은 쓰라리지만
이 별 떠나는 널 눈물로 붙잡고 싶지 않다
오토바이 타고 주차장 모퉁이를 도는 순간. 왼쪽 눈언저리로 낯선 것이 거슬린다. 불길하다. 차를 세워 놓고 고개를 돌린 곳에 작은 아이가 아스팔트 바닥에 누워 있었다. 순간 나도 모르게 ‘아’ 신음 소리가 나오고 미간이 찡그려졌다.
가서 보려는데 순간 암모니아 비슷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가까이 가지도 않았는데 악취가 진동하는 것을 보면 별이 된 지 꽤 된 것 같다. 아이는 방금 물에서 꺼낸 것처럼 젖어있다. 아마도 사고를 당한 날은 비가 많이 왔던 지난 토요일이었던 것 같다. 이미 3일 지났다.
물기에 잔뜩 머금은 털은 솜씨 좋은 미용사가 일부러 꼬아 놓은 것처럼 꼬인 채 바닥에 붙어 있었고, 복수가 차올랐는지 배만 볼록하게 올라와 있다. 크게 상처가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서는 교통사고는 아닌 것 같고, 입 주위도 깨끗한 것을 보니 약물 중독도 아닌 것 같다.
아이가 떠난 이유를 모르는 답답함보다는 야속한 마음이 더 크다. 몇 시간 전에 죽은 것도 아닌데. 사람도 차도 많이 지나다니고 경비원도 있는 아파트 단지에서 3일이나 뜨거운 아스팔트로 살이 다 녹아내릴 때까지 누구도 관심 가져 주지 않았다니. 어디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일도 아니라는 현실이 미안할 뿐이다.
아이를 검은 봉투에 넣어 묶었지만, 일을 마칠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었다. 아파트 뒤쪽에 나무가 우거져 있는 곳으로 갔다. 삽이나 호미가 없어 손으로 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아이 옆에 사료 한 줌을 넣고 흙으로 조심스럽게 덮어주었다.
아이들이 엄마 품을 떠나 독립하기 시작하는 때. 어쩌면 앞으로 만나게 될 이별의 시작일지도 모르겠다. 엄마를 떠나는 순간부터 저승사자가 아이들 꼬리를 쫓아다니기 시작한다. 조금 틈만 보이면 확 낚아채서 데려갈 것 같아 불안하다. 위태위태한 삶을 지켜보는 일이 언제 끝날까. 끝날 수 있을까. 끝날 수 있기는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