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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찰카기 Jul 04. 2024

귀엽기만 해서는 살 수 없을까

엄마 삼색이는 개나리꽃 피기 전 초봄에 아이 셋을 삼겹살집 주방에서 낳았다. 삼색이 하나. 젖소 하나. 노랑이 하나. 가게 주인아줌마는 엄마와 새끼들을 내쫓지 않고 부식 창고 옆에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엄마 삼색이는 아이들 곁에서 늘 함께 있었고 아줌마는 미역국부터 잘게 자른 삼겹살과 생선까지 챙겨주었다. 덕분에 아이들은 모두 살아남을 수 있었다. 길에서 태어났지만, 사람의 배려가 있었기에 아이들은 무사할 수 있었다.


벚꽃이 다 떨어지고 라일락이 필 무렵. 아이들이 조금 컸다는 느낌이 들었을까. 엄마 삼색이의 외출이 잦아졌다. 엄마가 없는 아이들에게 부식 창고는 너무 좁았다.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장난치고 구르고 놀다가 문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무릎 아래 혹독한 삶을 모르고 너무 고양이스럽기만 했던 그 시절.


엄마 삼색이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골목까지 나왔던 젖소와 노랑이가 같은 날 차에 치여 죽었고, 삼색이는 그다음 날 똑같은 장소에서 사고를 당했다. 내가 직접 본 것은 삼색이 뿐이다. 젖소와 노랑이는 2, 3차 사고가 이어지면서 다 짓이겨졌고 삼색이는 사고가 난 것을 아줌마가 신문지로 싸서 쓰레기통 옆에 놔둔 것을 보았다. 사진 찍을 엄두도 내지 못했다. 손은 떨렸지만, 땅에 묻어주고 싶다는 생각 밖에 없었다. 삼색이 아이를 오토바이 뒷자리에 싣고 서울대 후문에 있는 산 중턱으로 올라가서 진달래나무 밑에 묻어주었다. 삼색이는 내가 묻어준 첫 번째 길고양이였다.


그로부터 십 년 하고도 몇 년이 지났지만 로드킬로 목숨을 잃는 길고양이들은 여전히 많고 줄어들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로드킬 사고의 현장은 우리가 흔히 골목길이라고 알고 있는 이면 도로다. 이면 도로의 규정 속도는 30km. 운전대를 잡아 본 사람들이라면 알 수 있을 것이다. 30km의 속도로 가는 것이 얼마나 답답한 일인지. 그런 답답함이 벗어나려고 속도를 내다보면 사고가 난다.


국회에서 이면 도로 규정 속도를 20km로 줄이는 법안이 발의된 적도 있다. 길고양이 로드킬을 줄이려고? 아니다. 골목에서 일어나는 사람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서 규정 속도를 낮추려고 하는 것이다. 속도가 낮춘다고 사고가 줄어들지는 알 수 없지만. 이것은 확실하다. 고양이 교통사고가 많은 골목에서 사람 교통사고도 자주 일어난다는 것이다.


아이의 눈빛을 보라. 골목에서 운전할 때 오른쪽 다리에 배려심을 올려놔야 하지 않을까. 골목에는 사람이 지나다니고 또 고양이도 살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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