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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랑 Dec 20. 2022

정의당/청년정의당 대변인으로 발령 받았습니다

 

 안녕하세요, 이재랑입니다. 어제부로 정의당/청년정의당 대변인으로 발령 받았습니다. 당에서 일할 수 있어 기쁜 마음으로 응하게 되었습니다.

 2008년 열일곱에 진보신당에 입당한 후, 진보 정당원은 저의 가장 자랑스런 정체성이었습니다. 고교 자퇴 후 저에게 당이란 문자 그대로 학교였습니다. 당을 통해 세상을 배웠고 소중한 동지들을 만났으며 함께 만들어 갈 새로운 세상을 꿈꿀 수 있었습니다.


 물론 늘 자랑스럽기만 한 건 아니었겠죠. 여러 갈등 속에 당은 쇠락을 거듭했고, 그건 우리 스스로의 잘못인 탓도 분명 있었습니다. 당을 자랑스레 여기던 기억은 어느새 사라졌고, 돌아보니 혀를 끌끌차며 그저 당을 욕하는 데나 에너지를 쓰고 있는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먹고 사는 것이 궁하다는 이유로 당을 멀리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노회찬 대표께서 떠나셨을 때 그동안 잊고 있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당신처럼 되는 게 언젠가 수많은 누군가들의 꿈이었고, 그들 중엔 나도 있었다는 것. 그 이름이 비단 노회찬 하나뿐일까요. 진보 정당을 위해 헌신한 사람들의 면면들이 머릿속에 부단히 스쳐 지나갔습니다. 당을 위해 뭐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손에 박힌 가시마냥 마음을 쿡쿡 찔러댔습니다.


 개인적인 죄책감을 털어낸다는 이유만으로 일하기엔, 이 엄혹한 시기에 대변인이라는 자리의 막중함을 모르지 않습니다. 당이 힘들다보니 나같은 사람에게까지 차례가 왔는가 싶어 아릿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가르치는 일에 종사한 경험으로 말과 글을 다듬는 데에 그나마 얼마 없는 재주가 있어, 막중한 자리에 감히 응하게 되었습니다.


 당이 어렵다는 지금에야말로 우리가 왜 진보 정당을 하려고 했는지 되돌아 봅니다. 우리만의 슬픔으로 그저 좌절하고 말기엔 세상의 슬픔이 너무도 깊고 아득합니다. 우리가 가진 조막만한 힘이라도 세상을 진보시키는 데에 도움된다면 힘껏 나아가야 할 일입니다.


 우리의 말과 글에서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전망을 찾아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당원 동지들께 부끄럽지 않은 대변인이 되겠습니다. 실은 무척이나 떨고 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전) 진보신당 울산시당 청소년위원장

전) 진보신당/노동당 울산시당 편집위원

전) 성공회대학교 사회과학부 학생회장

전) 정의정책연구소 청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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