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울산으로 불러준 '묵'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한 달전 기억을 더듬는다
울산역은 역 이름과 달리, 실제 울산 시내와 거리가 제법 먼 울주군 삼남읍 신화리에 있다. 허긴 이런 곳이 한두 곳은 아니다. 내가 출발한 천안아산역도 역은 아산에 있다. 그러나 아산역은 천안역과 전철 세 정거장이면 닿는 곳이니 울산역만큼의 거리가 느껴지진 않는다. 암튼 1시간 40분 만에 울산(통도사) 역에 도착하니, '묵'이 반겨주었다. 4주 넘게 울산 출장길에 올랐던 그가 일의 마무리를 주중에 마쳤다며, 나를 울산으로 불렀다. 당장 '체력증진교실'과 '문서 중급반'을 빠지게 됐고, 읽다만 책들도 덮어놓았다. 쳇바퀴처럼 돌던 일상의 궤도를 이탈한 기분도 나름 좋았다.
우리는 울산역 근처, 브라운 도트 호텔에 첫날 여장을 풀고,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언양 불고기 집을 찾아 나섰다.
도착 첫 저녁식사는 '언양 기와집 불고기'를 먹기로 했다. 평일 저녁시간인데도 몇 분 대기했다가 들어설 정도로 붐볐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모여드는 곳이라면, 촘촘한 서비스를 기대하긴 힘들겠다는 것이 단점일 수도 있지만, 언양에서는 꽤 유명한 맛집이었다. 한옥 기와집에 아름다운 정원이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하는 곳이며, 주차장도 꽤 넓었다.
언양불고기를 즐기고 나서 식사는 된장찌개(3천 원)와 공깃밥(1천 원)으로 마무리했다.
우리 부부가 먹기엔 불고기까지가 딱 정량이었지만, 맛있게 먹었다.
추적추적 가을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이곳 기와집 정원은 더 운치 있어 보였다.
비를 맞으며, 고즈넉한 풍경을 폰 카메라 속에 담았다.

울산역 주위엔 묵을만한 숙소들이 제법 많다.
일단 신축 건물들이어서 깨끗한 것이 맘에 들었다. 7~8만 원 정도면, 2인 1박 하기 적당했다.
'브라운 도트 호텔'에는 스타일러와 공기청정기도 설치되어 있고, 간단한 조식 서비스도 가능했다.
하룻밤 숙면을 취하고 나서, 소박한 조식과 향긋한 모닝커피를 즐겼다. 우리는 커피만 빼고는 모두 1인분씩 만들어서 사이좋게 나누어 먹었다.
전날, 숙소 내부 사진을 찍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쉬웠다.
이런 소소한 상황을 자주 맞닥트리겠지만, 천천히 여행 자체를 즐기는 중이니 자연스러운 우리 모습일 뿐이다. 이런 기록조차 남기지 않는다면, 기억조차 그저 아련한 추억 속에 묻힐 것이다. 매일 원치 않아도 내 기억은 스스로 기억 저장소에서 사라져 가고 다시 또 채워진다.
2박 3일(10월 22일~24일) 내내 심술궂었던 날씨도 이제 와 생각해 보면, 가는 곳마다 색다른 풍경과 느낌을 안겨 주었으니 이 또한 멋진 경험이었다.
지금 돌아보니, 찾았던 장소마다 아름다운 추억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특히, 이번 여행은 점점 농익어가는(나이 들어가는) 우리에겐 나름 간직해 두고 싶은 추억이다.
리포트 작성 기간이면, 오히려 집에서 더 온전하게 쉬고 싶었을 강한 유혹을 뿌리치고, 나릉 울산으로 불러준 '묵'에게 고마음을 전하며 한 달 전 기억을 더듬어 간다.
이번 여행에서는 울산역 -> 양산 통도사 -> 울산 반구대 -> 장생포 특구: 모노레일 -> 장생포 문화마을(옛 마을) -> 고래 박물관 -> 고래생태체험관 -> 울산함 승선 체험 -> 경주 불국사 -> 석굴암 -> 경주 왕릉 2곳 -> 경주 사천왕사지 등을 돌아보았다.
글을 쓰면서도 다녀온 곳의 기억이 뒤죽박죽 엉키곤 한다.
딴엔 곧바로 정리해 둔다고 했으나, 돌아보면 늘 뭔가 빠져있어서 뒤늦게 퍼즐 맞춰가는 기분이 든다. 허긴 10월 말 다녀온 여행을 11월 말에야 겨우 갈무리하려니, 기억이 오락가락하는 것도 당연하다.
쌓이는 세월이 곧 연륜이라기보단, 행동과 마음이 느긋해지는 건 확실했다.
손안에 쥐어진 것들은 바삐 빠져나가도 마음은 그 반대가 되어간다.
가벼워지는 만큼 여유롭다. 그래서 좀 더 편하게 살아가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