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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유 Aug 25. 2023

인간의 마음

우리는 매 순간 두 갈림길 앞에 놓이게 되니.

인간은 두 가지 능력, 즉 선의 능력과 악의 능력을 가지며 따라서 선과 악, 축복과 저주, 삶과 죽음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 『구약성서』의 견해이다. 신조차도 그의 선택에 간섭하지 않는다. 신은 자신의 사자, 곧 예언자를 보내어 선을 실현케 하는 규범을 가르치고, 악을 밝혀내어 경고하고 이에 항의하게 하는 등 도움을 준다. 그러나 이러한 일이 끝나고 나면 사람을 '두 가지 노력', 곧 선을 위한 노력과 악을 위한 노력이라는 갈림길에 홀로 남게 되며 홀로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


프롬은 해당 책을 통해서, 우리의 인격은 언제나 선택의 연속으로 만들어지며. 그 선택이란 우리의 내면 속 언제나 같이 공존하는 선과 악의 갈림길 속 선택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선한 자는 더더욱 다음의 갈림길에서는 선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악한 자는 더더욱 악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당연한 이야기처럼 들리겠지만. 이는 우리의 현재의 선택이 우리의 인격에 지속적으로 남아 우리의 삶을 이끈다는 무서운 이야기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러한 선택에 앞서서 왜 선을 택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고민해야한다. 선은 반드시 올바르기 때문에 의무감때문에 선택되어야 하는 가치일까? 프롬은 해당 책에서, 스피노자의 개념을 빌려와서 "선은 의무로 택하는 것이 아니라 선이 인간을 자유롭고 기쁘게 만들어주기 때문에 선택해야 한다"고 말한다. 선은 기쁨과 자유와 연결되어 있다.


많은 이들이 쾌락과 기쁨을 혼동한다. 스피노자의 설명을 빌리자면. 기쁨은 인간이 자유로울 때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쾌락은 언제나 격정의 감정을 동반한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우리는 쾌락 속에서 자유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격정이 우리를 쾌락으로 이끌 때 우리는 감정의 주인이 아니다. 감정이 우리의 주인이 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자유하지 않다.


프롬은 스피노자의 기쁨의 윤리학을 통해서 선과 악의 선택의 문제를 논증한다. 스피노자가 언제나 말했듯 "기쁨은 곧 선이고, 선이 곧 기쁨이다." 선이 고통을 수반한다면 그건 이성적으로 기쁨의 개념을 잘못 이해한 것이다. 선은 선을 행하는 자의 기쁨을 수반한다. 반대로, 고통은 언제나 악이다. 악은 고통을 수반한다. 그러므로 선을 택한다는 것은. 기쁨을 택한다는 것이고. 기쁨의 결과로 선은 더욱 강화된다. 쾌락이 아니라 기쁨을 아는 현명한 자라면 언제나 선을 택하려 할 것이다.


이러한 기쁨은 지극히 이성적인 판단하에 만들어진다. 자신의 이성적인 판단을 바탕으로 선을 택할 때, 우리는 기쁨을 느낀다. 우리는 그 과정에서 자유해진다. 우리의 자아는 기쁨을 통해서 자유를 향유하며 확장된다. 그러니 우리는 우리의 선택의 결과가 만들어내는 연쇄작용을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 우리의 선택은 지금 이 순간 현재에서만 끝나지 않는다. 우리가 내려왔던 선택들은 우리의 인격 속에 언제나 남아있으며. 우리가 선과 악의 갈림길에 서있을 때 우리의 판단을 결정짓는다. 반복해서 말하듯 선은 선을 강화하며, 악은 악을 강화한다. 선은 기쁨과 자유이며. 악은 슬픔과 고통이다.


삶에 대한 사랑이 충분히 전개되는 모습은 생산적인 정위에서 찾아볼 수 있다. 삶을 충분히 사랑하는 사람은 언제 어디서나 삶과 성장의 과정에 매혹된다. 그는 현상을 유지하려기보다는 오히려 건설하려고 한다. 그는 경탄할 줄 알기에 낡은 것에서 안전하게 확증을 찾아내려 하지 않고 새로운 것을 보고자 한다. 그는 확실성보다는 삶의 모험을 사랑한다. 그가 삶에 접근하는 방법은 기계적이지 않고 기능적이다. 그는 부분만을 보지 않고 전체를 보며, 요약된 것보다는 구조적인 것을 본다.


이 과정을 이해한 사람은 이제 선에 매혹다. 선은 의무로 수행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선이 인간에게 진정한 기쁨을 선사하기에. 인간은 그 기쁨에 매혹되어서 춤을 추듯이 선을 택해나간다. 그 과정을 통해서 삶의 아름다움에 감탄하는 것이다. 선은 곧 기쁨이고. 기쁨이 곧 선이니. 선을 향해 달려가는 인간은 조금 더 선한 인간이 되어갈 것이다. 악을 향해 달려가는 인간은 더욱더 악한 인간이 될 것이다. 우리의 선택은 단추를 꿰는 일과 같은 것이다. 좋은 시작점을 가지는 것. 그것을 유지하는 일이 삶을 사랑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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