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유 Aug 25. 2023

애달픔

지하철에서,

지하철 한구석, 쭈그려 앉아 책을 열심히 읽는 나이 든 이의 모습을 보고 반가움과 슬픔이 동시에 찾아온다. 책을 읽는 일이란, 평생을 알 수 없는 깨달음의 한 자락이라도 잡아보려 하는 애달픈 염원의 시소 타기임을 알기에 마음속 깊이 애달픔을 품고 그를 바라볼 수밖에 없다.


그것이 설령 기쁨과 슬픔의 미묘한 시소 타기라는 것을 알고 있어도. 삶이 아주 간단하게 기쁨으로만 가득 차면 좋겠다는 순진한 생각에 잠시 빠졌던 것이다. 그는 지쳐 보였다. 그럼에도 그의 눈은 번뜩이고 있었다. 무엇인가를 찾아서,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은 채 묵묵히 책을 읽고 있었다.


지하철 다른 이들은 각자를 즐겁게 해주는 것들에 빠져있다. 그는 그러한 일 역시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탐구의 고통 속에서라도 우리를 한순간 반짝이는 깨달음의 열원으로 이끌어주는 일에 도전해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 것이 아닐까.


매거진의 이전글 맞잡은 두 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