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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유 Feb 06. 2023

맞잡은 두 손

따스함에 대해서

가던 길을 멈춰 선 소녀와 소년은 잠시 갈대밭에 걸터앉아서 휴식을 취한다. 소녀는 소년을 잃어버리기라도 할까 소년의 손을 꼭 쥐고 자신의 품 안으로 안는다. 그녀는 청아하게 울리는 깨끗한 목소리로 소년에게 앞으로 가아할 길을 물어본다. 소년은 그날 정오 갈대밭의 따스한 풍경에 시선을 빼앗겨있다. 소년은 길을 묻는 그녀의 질문은 듣지 못했는지 천진난만의 목소리로 자신 앞에 놓인 정오의 풍경을 설명하 신이 나있다. 햇살이 얼마만큼 이 갈대밭을 따스하게 비추고 있는지. 나비들이 얼마나 우아한 날갯짓으로 날아다니는지. 갈대밭을 걸어 다니는 멋진 새들에 대해서. 쉬지 않고 자신의 신나는 마음을 재잘되며 쏟아낸다. 그녀는 익숙하다는 듯이 그저 그런 소년을 자신의 품속으로 더욱더 끌어안고 묵묵히 소년의 재잘거림을 듣는다. 소년은 그제야 그녀에게도 이 따스한 풍경을 반드시 선물해주고 싶다는 마음에 애가 탄다. 소년의 마음을 알아차리기라도 한 듯 그녀는 소년의 손을 다시 한번 꼭 움켜쥔다. 그제야 소년의 재잘거림이 멈춘다. 소년은 따스한 그녀의 온기를 느낀다. 그녀는 아마 누구보다도 이 따스한 풍경을 잘 이해하고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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