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ucy Mar 20. 2024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작업구조 세분화'

줄여도 줄여도 지나칠 수 밖에 없는 '작업구조 세분화'의 지나친 설명

지난 글에서 지속가능한 Self Facilitation 작업구조 조건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이번에는 이 조건들을 갖추기 위한 수단에 대해 알아보시죠. 저는 되도록 짧게 글을 마무리하려 하지만, 이번 글은 조금 길어졌습니다. 아직 제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명료하게 전달하는 능력이 부족한 것 같네요. 하지만, 이 내용은 자신만의 작업 흐름을 만들고자 한다면 꼭 고려해봐야 할 핵심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작업 체계를 세분화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잘 동작하고 지속가능한 워크플로우인지 평가할 수 있는 결정적인 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이죠.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이 정도로 줄였네요. 논의하고 싶거나 궁금한 내용이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길어서 목차를 남깁니다.

1. 지속가능한 작업구조의 다중결과적 수단

2. RC카는 어떤 과정으로 만들어지는가?

3. 누락없는 작업구조를 만드는 접근법

4. 왜 세분화된 작업 구조인가?

5. 세분화된 작업구조 효과

    a. 세분화된 작업구조는 어떻게 지속가능한 작업구조가 되는가

    b. 고도의 집중력 발휘

    c. 동기부여 - 중간을 제거

    d. 넘치는 아이디어

    e. 위임가능

    f. 습관의 힘 활용

    g. 발전 가능한 시스템

6. Self Facilitation 최종 결과물은 무엇인가?




지속가능한 작업구조의 다중결과적 수단


제가 만들고자 하는 작업구조의 지향점은 명확합니다. 심리적 안정감을 가지면서, 재미 요소를 더하는 것이죠. 이 두 가지는 각각 다른 목표를 가집니다. '불편', '불만', '부담'을 제거해 심리적 안정감을 확보하고, '빠른 피드백'과 '자율성 보장'으로 재미를 더해야 합니다.

Self Facilitation 작업구조 지향점

저는 여러 시행착오 끝에 5가지 목표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다중결과적 수단[1]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세분화'된 작업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다음 글에서 설명할 예정이지만, 이상적인 Self Facilitation 시스템을 구성하는 TKO가 있습니다. TKO는 격투기 시합에서 상대방을 기술적으로 녹아웃(Technical Knockout) 시키는 것을 의미하죠. 여기서는 나를 도와주는 시스템을 바탕으로 내 한계를 무너뜨리고 넘어서는 것을 뜻합니다. TKO는 할 일 관리(Task Management), 지식 관리(Knowledge Management), 결과물 생성(Outcome Crafting) 프로세스로 구성됩니다. 이 세 가지 파트는 독립적이면서도 유기적으로 협력합니다. 각각의 작업 흐름은 단계별(Step by Step)로 세분화되어야 합니다.


이전 글에서 우리는 작업기억 용량에 대해 언급한 바 있습니다. 인간은 한 번에 5-7가지 정도만 기억할 수 있는 작은 작업기억 용량을 가지고 있지만, 화성에 탐사선을 보낼 정도로 발전했죠. 인간보다 뛰어난 지능을 가진 AGI의 출현도 얼마 남지 않아 보일 정도로 기술이 진보했습니다. 이렇게 고도의 문명을 발전시킬 수 있었던 이유는 목표를 염두에 두고, 실천 가능한 단계적 전략을 수립했기 때문입니다. 어려워 보이는 일을 실천적인 작업 단위로 나누는 것이 핵심이죠.




RC카는 어떤 과정으로 만들어지는가?


네이버 쇼핑에 '7살 남자 아이 장난감'을 입력하니 무선 조종 RC카가 나오네요. 저희 집에 7살 남자아이가 살고 있어서 검색해 봤습니다. 이런 RC카는 어떻게 제조될까요? 장난감과 같은 전자제품을 꾸준히 양산하는 회사는 어떤 프로세스를 거쳐야 할까요? 제조회사의 프로세스를 이해한다면, 자신만의 작업구조를 만드는 데 많은 영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제조 회사는 저희가 추구하는 Self Facilitation과 많은 유사점이 있습니다. 회사는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에서 영감을 얻어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내죠. 개인 차원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만의 무언가를 만들거나 이루어 나가는 과정이 바로 그것이죠.


RC카, 7살 남자아이가 진짜 좋아하나요? 

현재 우리의 관심사는 '어떻게 작업구조를 만들고, 작업 단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입니다. 한 가지 더 고려해야 할 점은 다음 상품이 RC카가 아닌 RC 비행기로 전환되더라도 유연하고 확장 가능한 작업 흐름을 만드는 것입니다.


※ 주의사항: 이 글은 제조회사의 실제 프로세스가 아닌, Self Facilitation 작업 흐름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제조회사를 비유로 들어 설명하는 것입니다.




누락없는 작업구조를 만드는 접근법


여기서는 어떤 RC카를 만들지 명확한 목적이 있고, 제조에 필요한 핵심 기술이 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이제 생산라인과 사내 프로세스를 만들어야 하는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벤치마킹? 자료 조사? 부품 수집? 여러 가지 항목이 있습니다. 하지만 누락 없고 효율적인 작업 흐름을 만들고 싶다면 우리가 원하는 최종 결과물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결과물에서 역순으로 진행하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최종 결과물이 무엇들의 조합으로 이루어지는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RC카 최종 조립 라인은 상단 하우징 조립체, 여러 회로가 포함된 하단 하우징 조립체, 그리고 바퀴 이 세 가지의 조합으로 구성될 수 있습니다. 최종 생산라인의 구성이 완료되었다면, 다음으로 각 조립체의 최종 조립 단계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팀별 업무분장은 어떻게 나눠 지는가?

상단 하우징 조립체는 플라스틱 사출물과 스티커, 나사 등이 조합되어 구성될 것입니다. 하단 하우징 조립체는 배터리, 모터, 메인보드 등의 전자부품과 플라스틱 사출물의 결합체가 되겠죠. 즉, 여러 가지 Sub Ass'y들이 조립되어 만들어집니다. 바퀴는 고무 타이어와 휠 등으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하단 하우징 조립체(Ass'y)를 구성하는 회로 보드(Sub Ass'y)는 부품 선정, 회로 설계, PCB 제작, 부품 실장, 테스트 등의 과정을 거칩니다. 이처럼 각 Ass'y마다 고유의 제조 과정이 있지만, 공통적인 작업 유닛도 존재합니다. 플라스틱 기구물이든 회로 관련 부품이든 목표 원가 설정, 사양 결정 및 협의, 디자인, 부품 선정, 구매, 설계, 프로토타입 제작, 품평회, 설계 변경, 양산 검토 과정 등이 공통적으로 수행됩니다. Ass'y 유형에 따라 일부 단계가 생략되거나 추가될 수 있습니다. 제조 회사는 이런 공통 업무의 성격에 따라 부서를 나눕니다. 기획팀, 구매팀, 설계팀, 생산팀, 품질팀, 총무팀 등으로 말이죠. 각 팀은 제조 프로세스 내에서 담당하는 역할이 있으며, 유사한 업무를 지속적으로 수행합니다. 다음 작업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산출물을 만드는 것이 주된 업무입니다.


대기업일수록 직원들이 자신의 담당 업무에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대기업은 업무 프로세스가 잘 정립되어 있습니다. 사내 프로세스가 체계적이라면 자신의 업무에만 집중해도 문제없이 회사가 운영됩니다. 각자 맡은 바 산출물만 잘 만들어 내면 되는 것이죠. 이는 중소기업이 나쁘고 대기업이 좋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작업 구조의 관점에서 볼 때 대기업의 이러한 특징을 설명하는 것뿐입니다. 참고로 저는 대기업에서 근무한 적은 없습니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작업 구조도 이와 유사합니다. 귀한 손님 대접을 위한 한 상 차림이 목표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면, 우선 한 상 차림의 최종 구성부터 생각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메인 요리 2개, 반찬 7가지, 국 1가지로 구성을 정하고, 각 요리의 종류를 선정합니다. 그 다음 각 음식을 만들기 위한 과정을 세분화해 봅니다. 한 상 차림의 구성 정하기, 구성에 포함될 요리 선정하기, 구매할 재료와 직접 만들 재료 분류하기, 장보기 목록 작성, 장보기, 사전 준비 작업 체크, 식재료 손질, 요리 시작 등 작은 작업 단위로 이루어진 작업 흐름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작업 단위가 추가로 발견된다면 다음에 손님 대접을 준비할 때 작업 흐름을 개선해 나가면 됩니다.




왜 세분화된 작업 구조인가?


여러분은 글쓰기가 쉬운가요? 저는 어렵습니다. 왜 어려운지, 어떤 문제인지 몰랐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제텔카스텐'이란 책에서 "글쓰기는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선형적인 과정이 아니다. 다양한 과제들 사이를 끊임없이 넘나들어야 한다"[2]는 문장을 읽게 되었습니다. 이 문장을 보는 순간 지난날들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논문을 쓰기 위해 앉아 있지만, 온갖 잡다한 공부를 하며 "나는 누구이고, 여기는 어디인가?"라는 생각에 빠져드는 제 모습 말이죠. 글쓰기는 독서, 공부, 이해, 생각 정리, 일관성 유지, 글쓰기, 퇴고 등 다양한 작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지는 특성이 있습니다. 많은 저작을 낸 유영만 교수는 "일하다 갑자기 쓰고, 쓰다가 막히면 다시 읽는다"라고 말합니다.[3] 독서와 글쓰기는 한 몸이라는 것이죠. 글쓰기뿐만 아니라 우리가 하는 많은 일들은 선형적인 순서로 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순환성에 빠져드는 것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성향입니다.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주된 메커니즘이 연상이기 때문이죠. 또한 우리는 주변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진화해 왔습니다. 하던 일의 문제점을 신속하게 발견하게 되는 것이죠. 당면한 문제의 해답을 찾는 과정 자체가 매우 흥미롭기도 합니다. 문제 해결의 재미도 있지만, 때로는 본래의 목표를 회피하기 위해 다른 일에 몰두하며 그것에서 추진력을 얻기도 합니다. 순환성의 늪에 빠지면 무언가에 열중하는 듯하지만,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 시간만 허비하게 됩니다.


또 다른 문제는 각기 다른 작업에 서로 다른 종류의 주의력이 요구된다는 점입니다. 이는 앞서 언급한 작업 기억 용량의 맥락과도 통합니다. 주제 선정, 구조 설계, 자료 조사, 논거 마련, 검증, 집필, 검토 및 교정 등 글쓰기의 각 단계는 저마다 다른 주의력을 필요로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주의력 종류에 따라 피로도나 심리적 저항이 다르게 느껴진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날은 글의 구조를 잡는 게 재미있고, 다른 날은 자료를 찾아보는 게 더 흥미롭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죠.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할 때 버퍼링이 발생하는 이유는 작업을 전환하는 데 일정한 비용이 소모되기 때문입니다.[4] 한 가지 주의력에서 다른 주의력으로 전환할 때마다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른다고 볼 수 있겠죠. 게다가 여러 작업을 동시에 처리하면서 피로도가 누적된 상태의 주의력을 발휘해야 한다면, 특정 지점에서 병목 현상이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순환성에 빠지지 않는 작업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하나의 주의력만을 사용하는 단일 과제들을 조합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작업 구조를 세분화하는 이유입니다.




세분화된 작업구조 효과


셀프 퍼실리테이션 작업 구조 원칙은 단 하나입니다. 하나의 작업 단위(Working Unit)는 단 하나의 낮은 수준 목표만 가지는 것입니다. 두 가지를 세우지 마세요. 어떻게든 방황하고 고민하는 순간이 올 수 있습니다. 작업구조는 이런 작업 단위의 조합입니다. 세분화된 작업 구조는 어떤 장점이 있는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지속가능한 작업구조 조건 만족


저는 지속가능한 작업구조의 조건으로 다음 5가지를 언급했습니다. 각각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부담 제거

불안 제거

불편 제거

빠른 피드백

자울성 보장


저는 예전에 RPG 게임에 푹 빠져있던 적이 있습니다. 게임에 몰두하게 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유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게임 속에서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원하는 대로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게임안에는 여러 던전이 있습니다. 던전은 게임 내의 미니 게임으로 최종 보스를 물리치면 일정 확률로 전설급이나 레전드급 아이템을 보상으로 얻을 수 있습니다. 제가 즐기던 게임에는 다양한 던전이 있었지만, 일부 던전은 클리어하는 데 2시간이 소요되기도 했습니다. 아무리 재미있어도 "새로 나온 던전 같이 가실래요?"라는 낯선 길드원의 1:1 채팅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었죠. 반면 PVP처럼 한 판에 1~5분 정도면 끝나는 게임 모드는 부담이 전혀 없었습니다. 작업 단위를 완수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짧을수록 부담이 줄어듭니다. 우리가 설계하는 작업구조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머지 항목들을 모두 위 사례처럼 상세히 풀어내면 오히려 부담스러울 테니, 나머지는 간결하게 설명하겠습니다.


불편함은 명확한 지침이 부재할 때 생깁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분명해야 합니다. 우리가 세분화한 작업 단위에는 쉽게 달성 가능한 단일 목표만이 존재합니다. 따라서 헤맬 일이 없습니다. 해야 할 일이 명확하기 때문이죠.


불안은 "이 사소해 보이는 노력이 과연 성과로 이어질까?"라는 의구심에서 비롯됩니다. 불안을 씻어내는 단일 결정적 수단[5]을 명쾌하게 제시하긴 어렵지만, 등가의 효과를 내는 방법[6]들은 있습니다. 하루 또는 일정 기간 내에 완료한 작업 단위(task)의 수를 피드백 지표로 삼는 것이 그중 하나입니다. 개별 작업 유닛은 모두 우리가 염두에 둔 결과물의 구성요소를 만드는 데 기여합니다.


디지털 도구를 활용하면 작은 작업 단위가 몇 개나 완수되었는지, 어느 정도의 진척이 이뤄졌는지를 쉽게 수치화할 수 있습니다. 그 숫자 자체가 피드백의 지표가 되어주는 것이죠.


끝으로 자율성, 제가 가장 강조하는 부분입니다. (이는 순전히 제 성향을 고려한 것이기도 합니다.) 자율성이 발휘되는 지점은 주의력의 유형입니다. 작업 단위가 요구하는 것은 주의력의 종류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분류 작업, 문장 다듬기, 중요 내용 하이라이트 등 단 하나의 주의력만 사용하는 것이죠. 작업 단위가 주의력의 종류를 기준으로 잘게 나뉘어 있다면,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어떤 작업에 착수할지 선택할 수 있습니다. 한 작업이 지루해지면 얼마든지 다른 작업으로 전환하면 됩니다. 그리고 언제든 멈출 수 있습니다.


이어서 세분화된 작업 구조가 가져다주는 부수적인 이점들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고도의 집중력


같은 전력을 소모하는 전구와 레이저 포인터를 가정해 봅시다. 전구에서 나오는 빛의 밝기는 거리가 멀어질수록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여 감소합니다. 빛이 사방으로 퍼져나가기 때문입니다. 전구의 밝기는 전구를 바라보는 관찰자 시점에서의 입체각에 의존합니다. 반면, 레이저 포인터는 거리가 멀어져도 에너지 감쇠가 거의 없습니다. 천체(하늘의 별)를 가리키는 데 사용되는 고출력 레이저 포인터에도 일반적인 배터리가 사용됩니다. 멀리 도달하기 위해서는 집중된 에너지가 필요한 것이죠.

빛과 레이저 차이

과학적 근거는 없지만, 우리가 발휘할 수 있는 주의력의 총량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짧은 시간 내에 높은 생산성을 발휘하거나 훌륭한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이유는 레이저 포인터처럼 단 하나의 주의력에 몰두하는 능력 때문이라고 봅니다.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는 비결은 가용한 에너지를 단일 혹은 소수의 주의력에 집중시키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셀프 퍼실리테이션 작업 단위의 원칙은 한 가지 주의력으로 달성 가능한 단일 목표를 완수하는 것입니다. 수행 중인 작업 단위에 다른 종류의 주의력을 발휘할 필요가 없어지므로 집중력을 쉽게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의대생이자 약 10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Elizabeth는 빠른 학습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뿐 아니라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지, 어떤 것이 불가능한지에 대한 경계를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고 말합니다.[7] 그래야만 불필요한 사고의 발산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죠. 세분화된 작업구조는 이러한 매커니즘을 의식하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발휘하는 환경을 제공합니다.


동기부여 - 중간을 제거


우리는 주로 언제 딴생각이나 딴짓에 빠지게 될까요? 일반적으로 중간 단계에서 목표 의식이 약해지기 쉽습니다. 사람들은 목표 수행 과정에서 시작과 끝에 기준을 더욱 엄격히 지킨다고 합니다.[8] 다시 말해, 제한된 시간 내에서 꾸준한 성과를 내고 싶다면 중간 단계를 제거하는 것이 좋습니다. 세분화된 작업 구조의 작업 단위에는 중간 단계가 존재할 여지가 없습니다. 각각의 작업 유닛이 그 자체로 단일 결과적 수단[5-1]이기에 실행하는 것 자체가 곧 목표 달성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오직 새로운 시작만이 있을 뿐이죠.


뽀모도르도 같은 원리가 적용됩니다. 4시간 동안 일하거나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30분이나 1시간 마다 새로운 시작으로 만드는 것이죠.


넘치는 아이디어


회의가 시작되었습니다. "자, 우리가 판매하고 있는 의자의 개선점과 원가 절감 방안에 대해 아이디어를 내봅시다." 많은 아이디어를 얻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이디어는 백지 상태에서 튀어나오기 어렵습니다. 무엇을 보느냐가 떠오르는 아이디어의 종류를 결정합니다. 백지보다는 해당 제품을 보면서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하지만 제품 전체를 바라보아서는 쉽게 떠오르지 않습니다. 부품을 하나씩 꺼내 관찰해보면 각 부품에 적용 가능한 아이디어들이 하나둘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즉, 떠올릴 수 있는 아이디어의 양은 관찰 대상을 얼마나 세분화하느냐에 비례합니다.[9]

창의성의 시작은 관찰이다.

위 예시는 작은 부품 단위로 나누어 하나씩 관찰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또 다른 방식으로는 기획과 시장 조사부터 시작해 의자가 만들어지기까지의 전 과정을 단계별로 쪼개어 하나하나 살펴보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를 통해 개선, 통합, 삭제가 가능한 단계를 발견할 수도 있죠. Self Facilitation 작업구조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작업 단위가 잘게 나뉘어 있으면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산출물을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시각의 변화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불러오는 촉매제 역할을 합니다. 나아가 예기치 못한 우연한 발견을 하게 될 가능성도 높아지죠.


타인 또는 AI에게 위임가능


작업 단위별로 명확한 산출물이 정의되어 있다면 업무를 위임하기가 수월해집니다. 작업 단위(주의력 종류별)를 기준으로 업무 분장을 할 수 있기 때문이죠. 사람에게 위임한다면 그 사람이 해당 작업에 대한 작업 전문성 또는 숙력도가 높아질 가능성도 많아지죠. 또한 AI에게 위임 할 수도 있습니다. AI에게 기대하는 결과만 제시하고 필요한 재료만 건네주면 되는 것입니다. 만약 AI가 예상과 다른 과정을 거치거나 다른 결론에 도달한다면, 우리는 그로부터 새로운 영감과 아이디어를 얻을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AI를 나의 도구로 효과적으로 사용하려면 명확하게 정의된 작업이 존재해야 합니다.


습관의 힘 활용


개인적으로 재정의(再定義)의 도사라고 생각하는 한근태 작가가 말하는 습관은 안하면 불편한 것이라고 합니다.[10]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에게 헬스장에 가는 일은 고역이지만, 운동이 몸에 밴 사람에게는 운동을 하지 않는 것이 고역으로 느껴지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바꿔 말하면 습관이란 저항이 전혀 없는 활동인 셈이죠. 앞서 언급한 자동화된 행동 패턴의 일종이기도 합니다.


습관은 본능과 충동을 뛰어넘는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박문호 박사는 "욕망을 능가할 수 있는 유일한 인간의 행동은 반복 행동"[11]이라고 합니다. 보상이나 욕구 충족과 무관하게 자동으로 반복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습관입니다. 배고플 때 무엇을 먹어야 한다는 것은 본능적 판단입니다. 하지만 배고플 때마다 과자를 먹는 습관이 몸에 밴 사람은 오이나 파프리카를 권해도 거절하고 과자를 찾게 마련이죠.


그렇다면 좋은 습관을 형성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그것은 어려운 상황이나 방황의 순간에도 무너지지 않고 버틸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된다는 뜻입니다. 좋은 습관은 우리의 몸을 자동으로 에너지를 들이기 않고 움직이게 하기 때문이죠. 정신을 내려놓고, 자동화된 반응에 의존해서 잠시 살아가도 됩니다.


그렇다면 습관은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사실 습관 형성의 메커니즘은 중독과 유사합니다. 우선 단순하게 반복 가능한 행동이어야 합니다.[11-1] 너무 어렵고 복잡한 일은 습관으로 만들기 어렵습니다. 다음으로 습관이 형성되는 동안에는 적절한 피드백과 보상이 수반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설계하는 작업 단위는 하나의 목표 달성을 위한 단일 결정적 수단[5-2]입니다. 작업을 수행하는 그 자체가 목표 달성을 위한 행동인 셈이죠.


습관화된 작업 단위가 많을수록 자동화된 행동 패턴을 통해 과제를 처리할 수 있게 됩니다. '무엇을 해야 하지?', '어떻게 해야 하지?'와 같은 고민은 사라지고 오로지 다뤄야 할 내용에만 집중할 수 있습니다.


발전 가능한 시스템


Self Facilitation은 내가 그리는 이상향에 다가서는 것을 촉진합니다. 동시에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작업 흐름을 점진적으로 개선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기도 합니다. 세분화된 작업 단위와 충분한 경험이 쌓이면 어느 작업 단위에서 병목 현상이 발생하는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습니다. 개선이 필요한 지점을 명확히 짚어낼 수 있는 것이죠.


경험이 축적되면 개별 작업 단위에 소요되는 시간을 가늠할 수 있게 됩니다. 새로운 프로젝트나 과제가 주어져도 작업 단위 기반으로 작업 흐름을 구상하고, 대략적인 완료 시간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분야나 결과물 유형이 등장하더라도 새로운 작업 단위를 추가하고 기존의 작업 흐름에 연결함으로써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이는 확장성 높은 작업 체계를 구축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Self Facilitation 의 최종 결과물


Self Facilitation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결과물은 상품이나 서비스가 아닙니다. 미래의 특정 시점에 내가 도달하고자 하는 상태나 모습이 바로 그것입니다. 저는 이를 '환상(Fantasy)'이라고 표현하고자 합니다. 환상은 개인마다 다양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인생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며, 각자 관심사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각각의 환상을 현실화해 나가는 과정에서 다양한 산출물이 만들어질 것입니다. 책, 프로그램, 컨텐츠, 상품, 서비스, 프롬프트, 절차서, 비법서, 좌표, 특정 목표 달성 등 그 형태는 매우 다양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산출물은 결국 '글'이나 '행동'으로 치환할 수 있습니다. 즉, Self Facilitation 작업구조는 글을 만들거나 행동을 만들어 내는 세분화된 작업 단위로 구성해야 하는 것이죠.


세분화된 작업구조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다음에는 제조 프로세스와 개인 작업구조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Self Facilitation이 어떤 영역으로 구성되어야 하는지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참고 문헌 및 용어 설명


[1] 다중결과적 수단 - 하나의 행동이나 결정이 여러가지 결과를 동시에 초래 할 수 있는 수단

[2] 책, 글 쓰는 인간을 위한 두 번째 뇌 제텔카스텐 026p

[3] 책, 책쓰기는 애쓰기다 118p

[4] 책, 생각은 어떻게 행동이 되는가 225p

[5] 단일 결과적 수단 - 하나의 행동이나 결정이 오직 하나의 결과만 초래라는 일. 즉, 단일 결과적 수단은 행위 자체가 목표 달성과 직결된다

[6] 동가 결과적 수단 - 특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여러 경로가 있음. 여기서는 불안을 없애기 위해 다양한 장치들이 존재한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7] Youtube, You're Not Slow: Become a Speed Learner in 20 Minutes

[8] 책, 반드시 끝내는 힘, 149p

[9] 책, 브레인스토밍에서 벗어나자, 051p

[10] 비공개 전환된 Youtube, 먼데이스테이지 채널 

[11] Youtube, 도파민에 중독되면 뇌에서 벌어지는 일




다음은 위에서 살짝 언급한 Self Facilitation 의 구성요소 TKO에 관한 이야기힙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