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꼬박꼬박 Aug 19. 2024

유학 1주차 일기

주거 안정의 중요성

출국준비로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아내와 시간도 보내고 하다 보니 출국준비 관련된 내용을 많이 못 적었습니다. 우체국 택배를 통해 선편으로 짐을 보내거나 한국에서 미리 미국 번호를 개통하는 일, 4대 보험 처리 등 할 얘기가 많지만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업로드해보겠습니다. 


오자마자 Math Camp 진행, SSN (Social Security Number, 사회보장번호) 신청, Tax form 작성, 오리엔테이션 등 바쁜 일상이 계속되었지만 사실 저를 가장 괴롭게 한 것은 바로 '바퀴벌레'였습니다. 


제가 사는 지역은 전형적인 대학도시의 모습입니다. 8월이면 많은 사람들이 이사를 오기 때문에 집을 구하지 못할까 봐 미리 추천받은 집을 계약해 두었습니다. 중간 경유지에서 지연이 있어 20시간의 긴 여정을 마치고 새로운 보금자리로 온 순간... 현관에서 마주친 바퀴벌레 한 마리...


사실 한두 마리는 플로리 다니깐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미리 시켜둔 매트리스를 펼치고 짐을 풀려고 하는데, 여기저기서 모습을 보이더라고요.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근처 마켓에 가서 살충제와 독먹이 등을 사 왔습니다. 이때 살충제를 1통만 산 것은 제 실수였죠. 저는 밤사이 100여 마리도 넘는 바퀴벌레를 죽였고, 새벽 3시경 스프레이를 다 써버린 상황에서도 여전히 수많은 벌레들이 제 주변에 있다는 것을 보고 좌절감을 느꼈습니다. 다행히 아침 7시에 마트가 열었기 때문에 바로 마트에서 새로운 살충제를 샀고, 임대 사무실에 이야기해서 당일 Pest Control 업체를 부르기로 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전문업체가 방역을 한다면 나아질 줄 알았죠. 그러나 눈에 띄게 줄긴 했어도, 하루에 10여 마리는 계속 마주쳐야 했습니다. 불도 끄지 못하고 잠을 청해서 컨디션도 좋지 못했죠. 결국 이사를 나오는 것이 좋겠다는 가족들과 주변의 조언에 따라 새로운 집을 알아보고 지금은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8월에도 집을 구할 수 있는 것을 보면 굳이 5월에 보지도 않은 집을 계약했어야 했나 하는 생각도 드네요.. 


원래 계약기간을 채우지 않고 나오면 2달치 월세를 물어주거나 계약종료 시까지 월세를 내야 하지만 저의 경우에는 임대사무소에서도 심각하다고 인정을 해서 위약금 없이 환불을 받고 나올 수 있었습니다. 임대사무소 직원(아니면 사장?) 분도 매우 친절하고 나름 집에서 뷰도 좋았기 때문에, 그리고 새로 이사 온 곳보다 꽤나 저렴했기에 조금은 아쉬웠지만, 이사하는 순간에도 마주친 바퀴벌레를 보면 역시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약 10일 정도 그곳에 머무르면서 짐도 풀지 못하고 밥도 항상 밖에서 먹고, 학교에 오래 남아 있곤 했죠. 


이제 다음 주부터는 정식 개강입니다. 4과목 (미시, 거시, Computational Economics, 계량)을 수강하고, 중급미시 TA (Teaching Assistant)를 맡았습니다. TA 업무는 office hour를 정해놓고 해당 시간에 사무실에서 대기하다가 학생들이 찾아와 질문하면 도움을 주는 역할입니다. 여러모로 걱정도 되지만 또 해보면 별 것 아닐 수도 있겠죠. 


이제 와서 드는 생각이지만 오히려 바퀴벌레 덕에 첫 주는 학교에서 많은 시간도 보내고, 공부도 더 하고 공부 스트레스도 덜 받은 것 같습니다... 그래도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네요. 아내가 특히나 보고 싶지만, 첫 주를 함께 경험했다면 너무나 미안했을 것 같아 다행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출국준비 2. 비자받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