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8월 서울시 중구 주한영국문화원
영미권에서 학부를 나오지 않았다면 대부분 토플이나 아이엘츠와 같은 영어시험 성적을 제출해야 합니다. 토플만 받아주는 대학도 있다고는 하나 제가 찾아본 대학들은, 토플을 더 선호한다고 하는 학교는 있어도, 아이엘츠를 받아주지 않는 학교는 없었습니다.
사실 저는 토플과 아이엘츠 시험을 모두 준비하고 있고, 아이엘츠가 부담이 더 적을 것 같아 먼저 시험을 봤습니다. 아이엘츠는 0점부터 0.5점 단위로 최대 9.0점까지 있고 대부분의 박사학위 과정들이 6.5점에서 7.0점 정도를 미니엄으로 제시합니다. 영국의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 경제학 박사과정은 무려 7.5점이 미니엄이네요. 120점 만점에 1점 단위인 토플과 달리 나누어진 구간이 적다 보니 토플과 일대일 매칭은 어려우나 6.5점은 토플 79~93점, 7.0점은 94~101점에 대응한다고 합니다.
제 목표는 Overall 7.5점입니다(토플 102~109점). 각 영역별로 점수가 있고 평균을 내서 Overall 점수를 냅니다. 평균 후 반올림 혹은 반내림이 되어 운도 조금 필요합니다. Overall 점수만을 지원점수 하한으로 제시하는 학교도 있고, 각 영역(특히, 말하기)별로 하한 점수를 제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이엘츠는 크게 아카데믹 모듈과 제너럴 모듈이 있습니다. 아카데믹은 주로 유학을 목적으로 하고, 제너럴은 이민이나 취업을 목적으로 한다고 합니다. 두 모듈 모두 Listening, Reading, Writing, Speaking으로 구성되고 각 모듈에 따라 일부 문제들이 상이합니다.
다시 각각의 모듈은 컴퓨터로 보는 시험 방식과 종이로 보는 방식으로 나누어집니다. 두 방식 모두 동일하게 인정되니 본인에게 편한 방법을 선택하면 좋습니다. 저는 Writing에서 키보드 사용이 가능하고 거의 매일 시험이 치러지는 컴퓨터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성적이 더 빨리 나오기도 하고요. 종이로 보는 경우 Listening에서 답안을 옮겨 적는 시간 10분을 더 준다고 하는데, 큰 차이가 없을 것 같았습니다. 가격은 두 방식 모두 286,000원(23.08월 기준)으로 동일합니다. 참 비싸네요.
컴퓨터 아이엘츠 아카데믹 모듈 기준으로, 시험은 L - R - W (오전) - S (오후) 순이나 S (오전) - L - R - W (오후) 순으로 진행됩니다. 저는 오전에 L, R, W를 끝내고 오후에 S을 봤는데, 그 역으로 보시는 분들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저는 상대적으로 자신 있는 부문 먼저 처리하자는 마음으로 L, R, W를 먼저 봤고 심리적으로는 훨씬 좋은 결과였다고 생각합니다. 진짜 결과는 나와봐야 알겠지만요.
제가 시험을 본 기준으로 시험은 아래와 같이 진행되었습니다.
오전 8시 30분 : 시험장 도착 및 본인 확인
오전 9시 00분 : Listening(약 40분, 30문제)
오전 9시 40분 : Reading(60분, 지문 3개/40문제)
오전 10시 40분: Writing(60분, 2파트)
나가서 점심 먹고
오후 1시 30분 : 재입실 및 본인 확인
오후 2시 00분 : Speaking(15분, 3파트)
아이엘츠는 영국문화원과 IDP에서 2곳에서 접수합니다. Speaking 채점이 상이하다는 평도 있었지만 크게 신경은 쓰지 않았고 집에서 접근성이 좋은 영국문화원을 선택했습니다. 시설도 깔끔하고 진행도 큰 문제는 없어서 만족했습니다. 참고로 Listening 파트 도중에 잠시 외부 소음이 있긴 했는데 헤드폰 볼륨을 올리니 소음은 들리지 않았습니다.
영국문화원 IELTS 접수 링크
IDP IELTS 접수 링크
각 파트별 후기입니다.
1) Listening
사실 해외영업을 하는 입장에서 수많은 컨퍼런스 콜과 대면미팅을 통해 Listening은 자신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공식 모의고사인 Cambridge17 모의고사를 보고 7.0점 넘기는 것이 정말 어렵다는 걸 체감했습니다. 특히, 토플과 다르게 주관식으로 적어야 하는 내용들이 있어 스펠링을 틀리거나 단복수에서 실수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소문자 구분은 채점이 되지 않는다고 하네요.
개인적으로, 본시험 자체는 모의고사보다 쉽게 느껴졌습니다. 속도도 모의고사가 조금 더 빠른 것 같았는데 검증된 사실은 아닙니다. 총 파트가 4개, 각 파트별로 10문제가 출제됩니다. 1~3번 파트는 5문제씩 끊어서 들려주고 마지막 파트 4는 한 번에 10문제에 해당하는 내용을 전부 들려줍니다. 대신 대화내용의 순서와 문제의 순서가 일치하니 순서대로 내려오면 됩니다.
뒤로 갈수록 어렵다는 게 중론인 것 같은데 개인적으론 파트 3이 가장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아마 파트 3 초반에 소음도 있었고 내용 하나를 못 들은 것이 심리적인 압박이 된 것 같습니다. 4~5문제 틀려도 고득점으로 인식되는 8.5나 8.0을 받는 데는 큰 무리가 없으니 사실 깔끔하게 포기하고 다음 문제를 보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그래도 사람 마음이라는 게 생각처럼 되진 않죠.
주관식이 가장 복병인 것 같은데 단어 수준이 그렇게 높진 않았습니다. 오늘 시험에서 가장 어려운 난이도의 단어라면 medicine 정도인 것 같고, 모의고사에서는 atlas라는 단어를 몰라 틀린 적이 있습니다.
2) Reading
한국인이 가장 자신 있는 영역이죠. 60분 동안 3개의 지문이 제시되고 40문제를 풀면 됩니다. 여기에도 주관식 문제가 있는데 지문에 있는 단어를 보고 적기 때문에 틀릴 염려는 훨씬 줄어듭니다.
저는 읽기 속도가 느린 편이 아니라 15분 정도 남았고 전체적으로 다시 한번 훑어보았습니다. 문제의 순서와 지문의 순서가 일치하기 때문에 지문 먼저 보기보다는 문제를 보면서 지문을 읽어 나가는 것이 더 효율적인 방법인 것 같습니다.
종이시험과 달리 밑줄을 치는 것이 불가하지만 마우스 우클릭을 통해 하이라이트는 되었습니다.
3) Writing
직업이 영어로 메일을 작성하는 것이라 다른 분들보다는 준비가 수월했지만 만만치 않은 영역임에는 확실합니다. 평소 영어 메일을 작성하면 Outlook 프로그램이 알아서 오탈자 등을 체크해 주지만 시험장에서는 그런 기능이 없으니 스펠링이나 문법 실수 등에 유의하며 작성해야 합니다. 또한,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작성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총 60분의 시간 동안 2개의 글을 작성하면 됩니다. 시간 배분은 자율이나 Task2의 배점이 더 높으니 Task1에 20분, Task2에 40분을 쓰는 것을 권장합니다. 저는 처음부터 Task2의 답안부터 작성하고 남은 시간을 활용하여 Task1을 작성했습니다.
Task1은 도표나 그림을 주고 이에 대한 설명을 적는 것이고 최소 150 단어 이상 적어야 합니다. 컴퓨터 시험의 장점은 제가 단어를 직접 세지 않아도 된다는 거죠. 탄산음료 공정에 대한 그림이 제시되었고 이에 대한 설명을 영어로 적으면 됩니다. 중요한 명사는 대부분 그림에 나와 있으니 구문과 동사를 잘 활용해야 합니다. 같은 동사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원어민이 아니라 관사의 사용이 많이 헷갈렸습니다. 강의를 들어도 그때뿐이고 실제 사용하려고 할 때는 굉장히 거슬리더군요. 총 170 단어 정도 적었습니다.
Task2는 어떠한 명제를 던져주고 이에 대해 논하는 것이고 250 단어 이상 작성해야 합니다. 사람이 일하지 않을 수 있다면 모두들 일하지 않을 것이라는 명제에 대해 논하라고 했습니다. 총 290 단어 정도 작성했습니다.
4) Speaking
Speaking은 원어민과 1:1로 대화하는 형식입니다. 제가 토플보다 아이엘츠가 부담이 덜하다고 느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토플은 정해진 형식이 있어 템플릿을 외우는 준비가 필요하다면 아이엘츠는 그것보다는 자유롭습니다. 물론, 원어민과의 대화가 부담스럽다면 토플이 낫겠네요. 아마도 저는 외국 바이어들과 자주 미팅도 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도 하다 보니 아이엘츠가 더 낫다는 생각을 한 것 같습니다.
시험 접수할 때는 Zoom을 통해서 진행한다고 안내가 있었는데 실제 시험장에 가니 원어민과 직접 방에서 대화를 했습니다. 영국 발음을 알아듣지 못할까 봐 걱정했는데 미국인이신가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익숙한 발음이었습니다.
개인적인 질문부터 시작해서 알고 있는 유명한 사람, 셀럽 등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파트 1에서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하는데 제가 말이 좀 많아 중간에 끊겼습니다. 파트 2를 시작할 때는 종이에 앞으로 이야기할 내용들을 보여주고 원하면 다른 종이에 말할 내용을 적을 수도 있습니다. 1분 정도 준비할 시간을 준 것 같은데 생각해보지 않은 주제라 적진 못하고 나오는 데로 내뱉은 것 같네요. 특히, 특정 질문은 살짝 주제에서 벗어난 것 같아 속으론 아뿔싸했지만 대강 얼버무렸습니다.
파트 1은 잘했고, 파트 2는 망했고, 파트 3은 중간정도 한 것 같네요. 점수가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겠습니다. 링글이라는 화상영어회화 수업을 듣고 있는데 파트 1은 여기서 써먹은 내용들을 많이 사용해서 뿌듯했습니다. 기회가 되면 링글 후기도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전체적으로 L, R, W를 먼저 본 것은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했습니다. Speaking을 보고 나서 조금 아쉬움이 있었는데 이러한 심리상태가 다른 파트에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오전에는 L, R, W를 나름 선방했다고 생각해서 오후 스피킹 시험에서 자신감을 얻기도 했습니다.
시험을 마치고 나와보니 주한영국문화원이 주한러시아대사관 옆에 있다는 사실을 문득 깨달았습니다. 10여 년 전에 모스크바로 교환학생을 가기 위해 비자를 신청하러 왔는데 제 초청장에 문제가 있어 비자 발급 등이 지연된 적이 있었죠. 그때 공원에 앉아서 어쩔 줄 몰라하며 슬펐던 기억이 있는데 그곳을 다시 지나니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최근 러시아의 행보가 우려스럽고 한러관계가 멀어지는 것 같아 개인적으로 아쉬운 마음도 들었네요. 특히,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 하루빨리 평화로운 나날들이 되돌아 오길 바랍니다. 아이엘츠 시험후기에 갑자기 러시아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