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은 이미 꼰대용?
다양한 뉴스레터를 수신하는데 대부분 마케팅 관련 트렌드 리포트로 마케팅 트렌드, 미디어 트렌드, 광고 트렌드 등을 담고 있다. 내용을 클릭하면 세대, 플랫폼, 채널, 패션, 소비 등으로 더욱 세분화된 트렌드를 만나 볼 수 있다. 마케팅 일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우스개로 하는 말이 있다. “내가 알 정도면 이미 그 트렌드는 끝물이다.”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하는 말이 “요즘 트렌드는 뭐야?”
그렇다면 요즘 트렌드는 어디서 시작될까?
암묵적으로 대다수 사람들이 요즘 트렌드는 MZ 세대가 주도한다는 것에 동의할 것이고 MZ 스스로도 인정할 것이다. 마케팅 분야에서 일하는 촉으로 본다면 아무래도 ‘X’(예전의 트위터)라는 플랫폼이 먼저 떠오른다.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후 동요가 있긴 했지만 여전히 다양한 분야의 덕후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원초적 날 것 형태의 다양한 주제와 소재를 다루는 트렌드를 만들고 아주 빠른 시간 내에 확산된다. 지금도 그렇지만 무슨 방, 무슨 챌린지 등의 트렌드도 항상 트위터가 시발점이었고 여길 거쳐 인스타그램으로 자연스레 이동한다. 이런 배경에는 트위터의 특성인 익명성이 바탕이 되지 않나 싶다. 트위터라는 야생에서 검증을 거치고 “자랑질”, “보임”의 필요를 인스타그램이 맞춰준다.
하지만 인스타그램이 늘 트위터를 추종하는 것은 아니다. 인스타그램에는 막강한 “릴스”라는 숏폼 플랫폼이 있으니 말이다. 특히 최근 1-2년 사이에 숏폼 플랫폼은 초막강 유튜브를 넘어서며 트렌드를 이끄는 최고, 최적의 플랫폼이 됐다. 이 시점에서 “한 지붕 두 가족”의 희비극이 교차한다. 일세를 풍미하며 전 세계 트렌드를 이끌고 온라인 광고/콘텐츠 시장에서 선두를 유지하던 페이스북(메타)의 추락이다. 회사에서도 저 연령층은 메타를 하지 않는다. 내가 담당하는 브랜드의 팔로워를 봐도 심상치 않다. 인스타그램 세상이 됐다. 팀원들과 매체 관련 회의할 때면, 페북을 싸이월드 취급하고 트렌드, 매체 효용성에서 이미 죽은 매체로 여긴다. 그리고 비수를 꽂는다. “페북은 팀장님 세대나 하는 SNS죠.” 그러면서 한 마디 더 던진다. “팀장님, 밴드나 카페 하시죠?” 커뮤니티, 카페, 판 같은 용어가 들리지 않는다.
2024년 오늘, 대한민국 트렌드의 시작은 엑스와 틱톡을 포함한 숏폼 플랫폼이고 뒤를 이어 유튜브, 블로그가 따르고 트렌드의 종착역은 TV가 되었다. 누가 지금 대한민국의 트렌드를 묻거든 스마트폰을 열고 트위터를 눌러야 하는 것이다. 더 이상 드라마를 보며 “김희선 밴드”, “누구 스커트”라는 말은 없을 것이며 인스타나 틱톡을 보고 바로 쇼핑하고 SNS에 올리고, 그렇게 트렌드에 올라타는 것이다.
트렌드라는 것이 세대에 따라, 시절에 따라 바뀌고 변하는 것이 당연하다. 많은 트렌드들이 MZ 세대에 의해 만들어지고 아래위로 확산되지만 당사자인 MZ들은 한편으로는 이미 Leader임에도 오늘도 다양한 플랫폼과 채널을 통해 트렌드를 서치 한다.
50대가 테무를 쓰고 알리로 쇼핑한다고 하면 트렌드 리더라 불릴 수도 있지만 이 거대하고 빠른 디지털 트렌드에서 Leader라 불리기는 쉽지 않다. 편승만 해도 다행일 수 있다. 그렇다고 아예 모른 체로 살기도 쉽지 않다. 무지가 불편으로 이어지고 소통의 단절까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서치 해가며 트렌드를 따라잡기는 힘들지만 Leader는 안 되더라도 Reader는 돼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