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매달 스마트뱅킹 앱에 접속해야 하는 이유
요즘은 은행 어플리케이션으로 매달 수동 이체를 1건 이상 하면 대출 금리를 0.1%p 낮춰주거나 적금 금리를 0.1%p 올려주는 등의 혜택을 준다. 고객이 매달 어플리케이션에 접속하면 은행에게 어떤 이득이 있길래 금리까지 낮춰줄까.
대출을 받는 사람들의 평균 대출금액이 2억 원이라 가정하자. 대출을 2억 받는다면 금리 0.1%p 인하로 인한 혜택은 이자비용 연 20만원 절약이다. 반대로 은행 입장에선 비용이 연 20만원 발생한다. 그렇다면 유저들이 매달 어플리케이션에 접속하면 은행은 연 20만원 이상의 이득을 볼까?
잔존율이 비즈니스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경우는 크게 세가지다.
일단 접속하면 뭐라도 구매하게 되는 경우. 인터넷 면세점 사이트에 들어가면 출근 도장을 찍거나 매일 리셋되는 룰렛을 돌려 캐쉬나 쿠폰을 받도록 설계한 이유다.
당신이 접속해야 다른 사람이 돈을 쓰는 경우. MMORPG 게임의 경우, 매출의 80-90%는 소수의 고래(고과금 유저)들에게서 나오지만, 모든 유저가 매일 출석체크를 하고 일퀘(일일 퀘스트)를 돌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받쳐주는 유저가 있어야 고래들이 돈 쓸 맛이 나기 때문이다.
트래픽에 비례하여 돈을 버는 경우. 광고로 돈을 버는 플랫폼이 여기에 해당된다.
은행의 스마트뱅킹 앱은 이 중 어디에 해당될까? 아무리 생각해도 앱의 잔존율이 은행의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앱을 켠 김에 적금을 들고 대출을 받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커머스앱처럼 상품이 홈피드 전면에 진열되어있어 접근성이 높은 것도 아니고, 은행 상품의 특성상 충동구매를 하지도 않는다.
잔존율을 KPI로 삼을 때 고려해야할 점이 있다. 당신에게 잔존율은 수단인가, 목표인가? 잔존율 개선을 위해 자원을 투입하기에 앞서 이를 판단해야 한다.
온라인 면세점, 모바일게임, 커머스앱의 경우, 잔존율이 수단이다. 유저의 접속이 매출로 곧바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스마트뱅킹 앱의 경우, 유저의 접속빈도는 매출을 창출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말 그대로 KPI(Key Performance Indicator), 즉 은행 서비스의 퍼포먼스를 진단해주는 지표다. 앱에서 제공하는 서비스가 유저에게 매력적이라면 잔존율이 올라가고, 매력적이지 않다면 잔존율이 내려갈 것이다. 하지만 접속을 강제로 유도한다고 해서 매출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당신의 비즈니스 성격상 잔존율이 진단지표라면, 접속을 유도하기보다는 서비스를 어떻게 개선해야 더 자주 사용하고 싶어질 지를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