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uninArt Apr 18. 2023

KYNE


일본 미술 컬렉션을 시작한 5년 전 처음 본 키네의 작품은 그저 한때 유행으로 스칠 가벼운 일러스트 작품으로 여겨졌다. 몇 개의 선과 색만으로 젊은 여성의 얼굴만 그리는 그림을 예술 작품이라는 부류에 넣기에는 내 미술에 관한 개인적 취향이 쓸데없는 잣대를 나도 모르게 긋고 있었고 다양함과 변화는 외면한 채 한정된 지식과 경험으로 우물 안 개구리 놀이를 즐기고 있던 때였다.  그러나 컬렉터는 젊어지고 그림도 젊어지고 덩달아 작가들도 젊어지는 요즘(뭐 키네야 그리 젊지는 않지만) 일러스트도 엄연한 아트의 세계로 진입했고 키네는 이 신 아트 장르의 아이콘이 되었다. 로카쿠 아야코를 이어 엄연히 갤러리 타겟의 넘버 투가 되어 일본과 중국에서 뮤지엄 전시를 열고 일본 옥션을 먹여 살리는 몇 안 되는 젊은 작가로 급 부상하였다. 


"Untitled" 2022

Edition of 30

H1100mm× W880mm

Autograph and edition number

Screenprint on paper

Supervision:GALLERY TARGET






그리고 키네를 무시하기 시작한 지 5년이 지나 그의 작품 한 점을 집에 들이게 되었다. 작년 9월 키네의 고향인 후쿠오카에 새롭게 문을 연 cassette라는 갤러리에서 발표한 작품이다. 당시 Art fair Asia Fukuoka에 맞추어 오픈한 새로운 공간은 키네의 메니지먼트사가 직접 운영하는 곳으로 자신들의 개관전으로 키네의 전시를 준비했고 당시 유일하게 발표한 판화 작품이다. 사실 전시회 당시 여러 오리지널 신작들이 발표되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이 이 작품이다. 물론 이 판화의 원작도 함께 전시되어 있었지만 벌써 주인을 찾아간 터이고 다른 원작들은 가격도 부담 스럽고 마음에 쏙 들어오지 않았다. 





기존 작품과의 차이점은 우선 키네의 여인이 검은 머리를 과감히 바꾼것, 그리고 얼굴색 역시 기존의 흰색 일조를 벗어난 점 그리고 인물의 하반신 일부를 포함한 상반신 전체가 드러난것이 기존과 차별화된다. 또한 크기가 커서 좋고 무엇보다 기존의 작품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새로운 3가지 색을 조합한 것이 마음에 드는데 특히 전통 일본화에서 보이는 오우도이로(황토색)를 현대 모노톤으로 재해석한 것이 좋다. 전통 일본적인 색채를 뒤집어쓴 시니컬한 현대 여성의 이미지가 꽤 보기 좋은 조화를 이룬 작품이다. 


전시회에서 본 이후 5개월이 지나 작품이 집에 도착했는데 액자를 하려고 에비스의 단골 액자 집에 들고 가니 후쿠오카에서 전시된 작품도 자신들이 프레임을 했다고 반가워하여서 그때와 똑같은 소재와 색상, 크기로 액자를 입혔다. 잘 어울리는 옷을 입어 그림은 더욱 좋아졌는데 무게가 10키를 넘어 벽에 걸기는 조금 부담스러워 거실 바닥에받침을 준비해 올려놓았다. 5년 전 원화 작품 가격이 지금의 판화 작품 가격이 되었으니 늦은 감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간 보았던 키네의 어떤 작품들보다 마음에 든다.

일본 서브컬처의 아이콘 KYNE, 아시아의 장벽을 넘어 글로벌 유명 작가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미토시 미술관 가는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