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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inArt Jul 16. 2023

당신이 보고 싶었어요. AKI KONDO


아키 콘도! 

2022년 3월 VOCA 전이 열리던 우에노 미술관에서 그녀의 그림과 처음 마주했다. 그리고 아키 콘도는 나의 희망 컬렉션 0순위가 되었다. 

2022년 VOCA 展

그녀의 작품은 원색을 위주로 밝고 귀여운 소재를 사용하지만 무언가 모를 애틋함이 작품 속에 담겨있어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점이 맘에 들었다. 이 애틋함은 무얼까?를 간혹 생각해 보곤 할 무렵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철없고 끼 충만한 젊은 화가 아키 콘도는 그녀의 작품과 비슷한 정도의 사랑을 할애하고 있는 인생의 동반자 Yuki Inoue를 만나 부부가 된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인도라는 나라의 묘한 매력에 빠진 커플은 명절에 고향을 찾듯 인도 여행을 즐겼고 유키 이노세는 섬나라 일본에서도 외진 섬 쇼주 섬을 찾아 그곳에 인도 카레 레스토랑을 차리게 된다. 그 이후 젊고 재능 많은 화가와 훈남 셰프의 신혼 생활은 더할 나이 없는 행복의 기록을 부지런히 채워나가고 있었다. 



쇼주의 카레 식당 간판 - 출처 작가 인스타


2019년, 여느 해와 다름없이 열심히 일한 선남선녀는 일찍이 인도 여행을 위해 항공을 예약해 놓고 들뜬 마음으로 여행 날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들에게 행복한 소식이 전해지게 된다.

아이를 잉태하게 된 부부는 행복에 들뜨게 되지만 한편으론 함께 하기로 한 인도 여행을 접어야 하는 아쉬움을 쉽게 내려놓을 수 없었다. 결국 비행기며 장기 여행이 어려운 아키 콘도는 뱃속 아이와 함께 일본에 남기로 하고 남편 유키 이노세 홀로 인도 여행에 나서게 된다. 그리고 여행에서 돌아오면 그녀의 배가 더 커지기 전에 근처의 조용한 바닷가에서 조촐한 해변 결혼식을 열기로 약속한다. 아키 콘도는 홀로 여행길에 나서는 남편을 사랑과 아쉬움의 마음을 담아 바라보고는 잘 다녀오라는 말을 건네며 그를 배웅하였다. 


그리고 얼마 후 유키 이노세는 “잘 다녀왔어요”라는 말 한마디 조차 할 수 없는 조용한 시신이 되어 일본으로 돌아오게 된다. 




Aki KONDO

I Wanted to See You

June 10th ~ July 22 2023

Shugo Arts

https://shugoarts.com/en/


"당신이 보고 싶었어요"라는 애절함의 전시 명의 전시가 6월 10일 도쿄 롯폰기에 위치한 Shugo Arts에서 시작되었다. 

전시를 열기 전 길고 긴 웨이팅 리스트를 통해 판매된 16점과 이번 전시를 기념해 특별 판매를 하는 신작 두 점을 포함, 총 18점의 작품들로 채워진 전시는 아름다움을 넘어 경이로움으로 공간을 채우고 있었고 나는 그저 이 전시를 직접 볼 수 있는 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했다.



3미터가 넘는 이번 전시의 대표작

I Love You 

2023

acrylic on canvas

227.3 x 363.6 cm







I Warm You

2023

acrylic on canvas

117 x 91 











The light is Here

2023

acrylic on canvas

162 x 130



Painting Girl

2023

acrylic on canvas

 60.6x60.6cm







What is the Peace?

2023

acrylic on canvas 

91.6x73cm








I am always with You

2023

acrylic on canvas

91.6x73cm







Everyone has their Name

2023

acrylic on canvas 

91.6x73cm







I Like You So Much

2023

acrylic on canvas

 91.6x73cm












아키 콘도의 전시 소식을 듣고 갤러리의 K 상에게 전화로 문의를 드렸다. 작가가 오프닝에 참석하는지 꼭 한번 만나보고 싶다고.... 하지만 대형 개인전임에도 그녀는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아키 콘도의 전시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던 것은 그녀의 작품을 보고 싶은 마음과 함께 이런 아름다움을 그려내는 작가를 꼭 한번 만나보고 싶었고 그녀의 아픔을 조금이라고 위로하고 격려하고 싶어서였다. 


홀로 나선 인도의 여행길에 불의의 사고를 당한 남편과 사별한 후 해변에서의 로맨틱한 결혼식을 대신해 지인들 도움으로 카레집에서 조촐한 위령제를 치른 후 식당을 정리하고 고향인 홋카이도로 돌아간 아키 콘도는 그곳에서 조용히 아기를 키우며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한다. 








그녀의 작품은 남편을 하늘나라로 보낸 후 2018~2019를 즈음해 커다란 변화를 보이기 시작하는데 개인적으로는 2020년대를 들어서면 완성을 넘어서 위대해졌다는 표현을 쓰고 싶다. 어쩌면 아키 콘도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인도의 어느 곳으로 날아가 영원히 이별 없는 곳에서 그와 사랑을 나누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大切な人は天国に行ってしまったけれど、あなたのおかげで出会えたものたち。

きっとどこかでまた会える。

絵の中でまた会おう。

소중한 사람은 천국에 가버렸지만, 당신 덕분에 만난 것들.

분명 어딘가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야.

그림 속에서 또 만나자.


-----Aki KONDO-----







지난여름 운 좋게 30호 크기의 아키 콘도의 정물화 한 점을 컬렉션 하게 되었다. 


안방 침대 옆에 걸어두고 이름을 지어 주었다. "꽃보다 이쁜 꽃 그림"


롯폰기의 전시가 끝나기 전에 몇 번이고 부지런히 발걸음을 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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