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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agio Jul 28. 2021

제6장[첫 회식]

코로나19로 인하여 사내 회식이 정책적으로 금지되는 상황에서, 나는 회식이 너무 고팠다. 가끔 회사 동료들은 나에게 “회식을 좋아하다니 신기한 사람이다.”, “젊은꼰대다.”, “윗사람들이랑 술 마시면 뭐가 즐겁냐?” 등등의 이야기를 종종 하곤 한다.     

그래도 나는 회식이 좋다.     

코로나19 종식을 기원하며, 오늘은 나의 첫 회식에 대해 썰을 풀어보고자 한다.     

첫 회사에 입사하고 1달이 채 되지 않은 때였다. 퇴근 무렵, 나를 빼고 사무실 내 인원들이 분주해지기 시작했는데, 뭔가 수군수군하기는 했으나 신경 쓰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잠시 후, 내 사수가 나에게 다가와서 물었다.     

“오늘 끝나고 회식할 건데, 다른 약속 없죠?”     

나는 “네, 없습니다.”라고 답했고,      

내 사수는 나에게 “그럼 퇴근하고, 류 주임님 차를 타고 같이 나가요.”라고 하였고, 나는 알겠다고 답하면서 대화를 끝마쳤다.(류 주임님은 재무담당자 겸 우리 팀의 중간관리자였다.)     

사실 그 당시 나는 직장생활의 회식문화에 대해 약간의 동경(?)을 가지고 있었다. 드라마나 예능을 보면, 하루의 힘든 일과를 끝내고 다 같이 한잔하면서 스트레스를 털어버리는 모습이 내 마음에 쏙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매체로만 접했던 회식문화를 실제로 경험하게 되다니 기대가 되었다.      

퇴근 후, 내 사수와 함께 류주임의 차에 함께 승차하여 회식장소로 향했다.     

“그러고 보니, 선배님. 오늘 회식은 어디에서 하나요?”     

이동하는 차 안에서 나는 회식장소가 어디인지 사수에게 물어보았다.     

사수는, “우리 팀이 자주 가는 치킨집이 있는데, 거기에서 회식을 할 거예요.”라며 대답해주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회식 장소로 도착하였다.     

치킨집 안에 들어가서 자리에 앉았고, 나는 팀 인원수에 맞게 테이블 세팅을 하였다. 얼마 후에 나머지 팀원들과 팀장님이 회식장소에 도착했고, 본격적인 회식을 시작하였다.     

“아, 신입사원이 왔는데 회식도 제대로 못했네요. 그래서 오늘 이렇게 회식을 마련했습니다. 자, 그럼 신입사원께서는 한마디 해보세요.”

팀장님의 말씀이 있었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맥주잔을 들며,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팀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라고 하며, 건배를 제의하였다.     

나의 건배제의를 시작으로 우리 팀은 계속해서 술을 마셨다. 술을 마시면서 팀원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하였고, 평소 회사에 대해 궁금한 것들도 취기를 빌려 은근슬쩍 물어보았다.     

그렇게 마시면서 떠들다 보니 오후 11시가 되어있었다. 팀장님은 시간이 늦었으니 자리를 파하자고 하시며 팀원들을 귀가시키고자 하였다. 팀장님은 회식 비를 계산 후, 댁으로 귀가하셨고, 남은 사람들은 귀가하는 척하면서 2차를 함께할 구성원을 꾸렸다.     

집으로 귀가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들과 함께 근처 호프집을 2차 회식 장소로 정하고, 그곳에 들어가 술과 안주를 시키며 남은 인원들끼리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팀장님이 없으니, 회사에 대한 더 깊은 이야기들을 주고받았다. 흡사, ‘블라인드’를 오프라인으로 접하는 느낌이었는데, 회사 내의 에피소드들을 생생하게 전해 듣다 보니 너무 재미있었다.     

그렇게 1차와 2차를 쉬지 않고 술을 마시다 보니, 어느새 내 몸을 술이 지배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새벽 1시쯤이 되었고….     

류 주임님이 3차를 가자는 이야기를 하였다. 다른 사람들은 손사래를 쳤다.(평소에 류 주임님은 말 수가 많이 없으신 편이고, 시크하신 편이었는데 술을 많이 좋아하셨다) 류 주임님은 나에게 “너는 어떻게 할 거야?”라고 물어봤다. 이것은 흡사 3차를 함께하자는 무언의 암시였다. 나는 어차피 집에 가는 대중교통도 전부 끊겨있는 상황이니 오히려 이 분과 3차를 가면 더 친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3차를 가겠다고 하였고, 류 주임님과 나는 다른 호프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류 주임님은 3차까지 자리를 함께한 내가 마음에 드셨는지 술을 마시면서 나에게 ‘사는 곳은 어디인지, 학교는 어디 나왔는지, 군대는 어느 지역에서 복무했는지 등’의 질문을 계속해서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문답을 하다가, 류 주임님과 내가 고등학교, 대학교 동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류 주임님은 너무나도 반가워했다.     

새벽 2시가 되어서야 나의 첫 회식은 끝나게 되었고, 택시를 타고 집으로 귀가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음날…. 출근 전에 숙취해소제를 인원수에 맞게 구매하여 자리에 놓아두는 센스를 발휘하였고, 팀원들의 숙취 해소까지 책임지는 신입사원으로 인정(?) 받을 수 있었다.     

첫 회식 전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회식 전에는 팀에 대한 소속감이 조금은 덜한 느낌이었는데, 팀원들도 나를 사무적으로 대하는 느낌도 들었으며, 내가 그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회식 이후에는 상대적으로 팀에 조금은 더 스며드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지금으로부터, 대략 6년 전의 일이기는 하지만, 요즘은 신입사원들이 회식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실제로도 지금 회사를 다니면서 회식에 대한 거부감을 표출하는 사람들을 많이 접하고는 한다.     

어쩌면, 젊은 꼰대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회사는 조직이다. 조직은 사람의 집합체이다. 그렇다면, 내가 일하는 부서의 유대는 업무의 능력만큼이나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회식은 그러한 유대관계의 형성을 조금 더 쉽게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본다.


코로나19 종식 후에 있을 회식들을 기다리며, 이만 글을 줄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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