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dagio Aug 17. 2021

제7장[퇴사의 태동]

고 3 때였다. 나는 할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오촌 아재(경상도에서는 종종 당숙부를 오촌 아재라고 부른다.)와 잠시 동안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는데,

오촌 아재는     

“조카야, 넌 꿈이 뭐냐?”

라고  나에게 질문을 하였다.


그 시절, 고등학교 3학년인 나는

“삼O에 들어가는 거요.”라고 철없이 답했다. 사실, 그때는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그려야 한다는 것이 와닿지는 않은 나이었다.     


오촌 아재는 나를 지긋이 보며 

“조카야, 대기업으로 바로 입사하면 가장 좋기는 한데, 만약 대기업에 입사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중소기업에서 입사하고 경력을 쌓아서 대기업으로 이직하는 방법이 있으니, 무엇이든 조바심을 갖지 말고 차근차근해야 한다. 그렇게 열심히 한다면, 네가 원하는 삼O에도 언젠가는 들어갈 수 있을 거야.”라고 하였다.     


짧은 순간이지만, 이 대화는 나의 마음속 깊이 자리 잡게 되었고, 그래서인지 모르겠으나 나는 대기업 입사에 대한 뜻이 크게 없었다.


그리하여, 나는 중소기업 인사팀에 입사를 하였는데, 입사 3개월 차가 되는 때에 입사를 후회하는 일이 2가지 발생하였다.     


오늘은 그 두 가지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첫 번째 사건을 나는 ‘출산휴가 사건’이라 불렀는데, 사건은 이러했다. 영업부서의 대리님이 계셨는데, 그 대리님과 친하지는 않았으나, 영업팀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 대리님의 아내분이 출산을 하게 되어 출산휴가를 3일 다녀왔었다. 휴가를 다녀온 대리님은 사장실로 불려 갔고, 사장님은 대리님을 못마땅해하며 다음과 같이 이야기를 했다.     


“무슨 출산휴가를 3일이나 쓰는가?, 그리고 자네 아내는 산통이 있으면 바로 병원으로 가야지, 왜 자네를 찾아서 같이 가려하는가?” 등의 깜짝 놀랄 말한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당시, 출산휴가는 3일 유급이었고, 이것을 법정(남녀고용평등 및 일·가정 양립에 관한 법률 제18조의 2(배우자 출산휴가)‘하고 있음에도 사장님은 이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눈치를 주는 것을 넘어서 핀잔을 주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 말을 들은 나는, ‘저게 무슨 소리야?, 어떻게 저런 소리를 할 수가 있지?’라는 생각과 동시에, ’ 법정으로 부여하는 휴가를 사용하는 것도 이렇게 억압하는 회사에서, 나는 나중에 무엇을 보장받을 수 있을까? 무엇을 보호받을 수 있을까?‘라는 부정적 인상을 싹 틔우게끔 하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무실에 혼자 있었던 적이 있었다. 우리 팀은 영업부서와 사무실을 같이 썼었는데, 영업부서로 한 통의 전화가 왔었다.     


전화를 당겨 받으면서,

“감사합니다. 전화 당겨 받았습니다. 인사총무팀 OOO 사원입니다.”

라고 하였는데, 다짜고짜 중년의 남성이 나에게 큰소리로 욕을 하기 시작했다.     

“야, 나 △△연구소 부장인데, 영업팀 ◇◇◇ 대리 어디 있어?!, 그 XX 바꿔!”     


나는, 우선 욕을 듣고 놀란 마음을 다잡으며,      

“제가 지금 영업팀 전화를 당겨 받았고, 저는 인사총무팀 사원입니다. 찾으시는 영업팀 ◇◇◇ 대리님은 현재 부재중이신데, 연락처를 남겨주시면 전화드리라고 하겠습니다.”     

라고 답변을 하였다.     


그랬더니, 이 연구소 부장은 나에게 욕을 하기 시작했다.     

“야, 이 XX야, 너도 똑같아, 이 XX야!, 그 XX 당장 연락하라고 해!, 아니면 너희 회사랑 거래 끊을 줄 알아!, 알겠어?!” 


그렇게 욕 반, 소리 반을 지르면서 이야기를 하더니 전화를 "탁!"하고 끊어버렸다.    


당시, 갑질 문화에 대한 사회적 이슈가 성행하기는 했으나, 이러한 사회적 이슈는 나와 상관없는 줄 알았다.     

그러나, 직접 당해보니, 심장이 벌렁벌렁 거리면서 기분이 너무 좋지 않았고, 이러한 부조리를 대응할 수 없었던 나 자신에게도 화가 났었다. 


'이래서 전부 대기업을 가려고 부단하게 노력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 두 가지 사건은 3개월 뒤, 내 첫 번째 퇴사의 시발점이 되었다. 

작가의 이전글 제6장[첫 회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