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dagio Oct 12. 2021

제11장[빛 좋은 개살구(교육훈련)]

인사관리는 크게 HRM(Human Resource Management)과 HRD(Human Resource Development) 두 가지가 있다. HRM은 다들 많이 들어봤을 것이지만, HRD라는 개념을 생소해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HRD란, 인적자원개발을 의미하며 주로 직원들의 교육이나 훈련 프로그램 등을 통해 직원들의 역량을 향상하는 업무를 의미한다. 사실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은 HRM 안에 HRD가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하는데,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의 경우에는 협의의 HRM(채용, 평가, 보상, 유지관리 등)과 HRD의 부서가 분리되어 있으며, 실제로도 HR관련 인원을 채용할 때  HRMer과 HRDer를 별개로 채용을 한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경우는 다르다. 인사담당자가 협의의 HRM과 HRD를 모두 담당한다. 오늘은 중소기업 HRD를 직접 경험한 이야기를 써 내려가 보고자 한다.


입사 후, HRM과 HRD를 동시에 담당하였으나, HRD에 대해서는 그다지 비중 있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 이유는, 매일 '혁신'을 외치면서 혁신하지 않는 사장님이 지역대학교의 경영학 교수님을 초빙해 직원들을 강의시키는 것이  '닭을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쓰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이 기업에 필요한 교육은 이러한 인성교육이 아니라 직무교육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2016년 10월 경, 사장님이 팀장님과 나를 불렀다.


"지금 내가 관리자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고자 하는데, 여기로 전화해서 관리자 교육을 진행하도록 해."


명함에는 일본에 연고를 둔 유명한 교육컨설팅 업체의 컨설턴트 전화번호가 있었으며, 우선 팀장님의 지시로 전화를 하여 교육프로그램의 견적을 받고자 하였다. 그러나, 그 컨설턴트는 견적서를 제공하지 않았고, 오히려 사장님을 뵙고 교육방향을 설정한 후에 견적을 내겠다고 답변하였다. 이를 사장님께 보고하여 컨설턴트와의 미팅 일자를 잡았다.


미팅 당일, 말끔한 차림의 중년 신사와 내 나이 또래쯤 되어 보이는 사람이 회사를 방문하였다. 우선, 간단하게 인사를 나누고 컨설턴트 두 분을 회의실로 안내하였다. 


차를 대접하려고 회의실을 나서려는 그때, 중년의 컨설턴트가 중후한 목소리로 나에게 질문을 하였다.


"선생님, 선생님께서 보셨을 때, 이 조직에서 제일 문제점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나는 망설임 없이


"불통입니다. 사장님과 직원들 간의 소통 부재가 문제인 것 같습니다. 사장님은 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지 않습니다."라고 답하였다.


질문을 한 그분은, 잠시 생각에 잠기시더니


"알겠습니다. 답변 감사합니다."라며 나를 향해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잠시 후, 사장님이 회의실로 들어왔고, 컨설턴트들과 장시간 회의를 진행하였다.


회의가 끝난 후 그들은 서울로 돌아갔고, 그 다음날 견적서를 메일로 송부받았는데 비용이 만만치가 않았다. 금액을 보고 심하게 반대할 줄 알았으나 예상과는 다르게 사장님은 교육의 진행을 허락하였다.


문제는 교육일자였다. 사장님께서는 금요일, 토요일 이틀 동안 교육을 실시하고자 하였는데, 이 사실을 관리자들이 좋아할 리가 없었다. 다행히도 이 부분은 팀장님이 관리자들을 설득하여 해결하였다. 


드디어 금요일 1일 차 교육이 시작되었다. 교육자는 중년의 컨설턴트였고, 13명의 관리자를 모아놓고 교육을 진행하였는데, 1일 차 교육 내용은 사장님이 좋아하는 '변화와 혁신'에 대한 내용이었다.


특이한 점이 없는 평범한 교육이었으며, 나는 컨설턴트가 교육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보조하고, 교육 참가자들의 교육태도 등을 계속적으로 관찰하였다.


그리고, 대망의 2일 차 교육 날.


2번째 교육에는 컨설턴트가 사장님에게 교육에 참관하지 않기를 당부하였다. 그리고, 관리자별로 팀을 구성한 후에 하나의 사례를 소개하고 해당 사례에서의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Case Study 형식으로 토론 및 답을 구해보는 방법으로 진행하였다.


처음 접하는 형태의 교육이었기 때문에 관리자들은 해당 교수 방식에 흥미를 느꼈고, 교육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마지막 시간이 다가오자, 컨설턴트는 나에게 사전에 준비한 전지와 유성매직을 팀별로 전달하도록 요청하였다.


나는 각 팀별로 전지와 유성매직을 전달하였으며, 컨설턴트는 팀별로 회사의 문제점 바라는 바를 작성하게끔 하였다. 


관리자들은 처음에 주저하였으나, 컨설턴트가 작성내용을 익명으로 사장님께 전달하겠다고 약속하고 나서야 이내 유성매직을 들어 회사의 문제점 및 자신들이 바라는 바를 써 내려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어서 교육훈련의 화룡점정()인 바로 교육훈련평가를 진행하였다.


기존에 사용하던 서술 형식의 교육훈련 평가지가 아닌 5점 척도 형식으로 교육훈련평가 설문지를 구성하였으며, ①교육자에 대한 평가 ②교육내용에 대한 평가 ③교육일정 및 장소에 대한 평가 ④전이 가능성에 대한 평가 등 다양한 내용을 설문으로 만들었다. 또한, 평가과정에서 놓칠 수 있는 부분을 최소화하기 위해, 교육에 대한 교육 참가자들의 기타 의견을 약술로 작성할 수 있게끔 하였다. 


교육 참가자들로부터 작성된 교육훈련평가 설문지를 전부 수령한 후에야 비로소 2일간의 교육을 끝낼 수 있었다.


이후, 컨설턴트는 전지에 적힌 관리자들의 목소리를 사장님께 전달하였는데, 사장님 집무실에 붙여놓게끔 하고 사장님이 전지에 적힌 내용을 매일 보시기를 요청하였다.


사장님은 관리자들의 목소리를 자신의 집무실에 붙여놓기는 하셨으나, 이를 보지는 않으셨다. 관리자들의 의견이 사장님께 전달된 것만 해도 고무적이었다는 사내 의견이 지배적이었지만, 결국 개선된 것은 하나도 없었다. 나는 조금씩 이 회사에서 비전(vision)을 찾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작가의 이전글 제10장[제가 면접을봐라고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