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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agio Oct 25. 2021

제12장[팀장님, 이만 퇴사하겠습니다.]

2016년 10월. 공인노무사 2차 시험을 쳤던 나는, 그날 오전에 합격자 발표가 났다는 소식을 입수하고  회사 컴퓨터를 이용하여 인터넷 홈페이지에 접속하였다.


'제발 붙어라. 제발 붙어라..!!'


차마 맨 정신으로는 볼 수 없었던지라 손으로 모니터 전체를 가리면서 서서히 가린 손을 치워보았다.


결과는 '불. 합. 격.'


그렇게 나는 노무사가 되지 못하였다.. 


그리고,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사장님의 혁신을 가장한 질타에 하루하루 불안에 떨면서 근무를 해야 했고, 애사심도 조금씩 함께 떨어져 나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사장님에 대한 비판적인 생각이 몸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회의를 가장해서 매일 저렇게 직원들을 갈구는 것보다, 차라리 저 시간에 일을 시킨다면 직원들의 생산성이 올라가지 않을까?'


'4~5개씩이나 진행하고 있는 무의미한 컨설팅들을 1~2개로 줄이고, 그 돈으로 ERP를 도입하고 직원들의 복리후생에 투자한다면 오히려 직원들의 Motivation이 올라가서 더 열심히 일할 텐데..' 등등,


사장님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팀장님들이나 직원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접하다 보니, 어느새 나도 모르게 그런 부정적인 생각들이 나에게도 스며든 것이었다.(물론, 내가 생각해도 이들의 불만은 일응 타당해 보였다.)


그러던 와중에, 어느 날, 회사에 노무사님이 오셨다. 자문 노무사님을 처음 뵙던 날, 난생처음 보는 광경이 내 눈앞에 펼쳐졌다.


바로, 사장님이 엄청 반가운 표정으로 


"노무사님, 오셨습니까? 오시는데 불편함은 없으셨죠?"


라고 말하며, 엄청 깍듯하게 노무사님을 대하는 것이었다.


그 순간, 나는 무언가에 한 방 맞은 느낌이었다.


'아.. 이게 라이선스의 힘이구나.. 직원들에게는 한없이 인색하고 질타만 하시는 분이, 라이선스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는 이렇게나 고개를 숙이며 예의를 지키려 하는구나..'


나의 애사심이 바닥을 향하고 있던 시점에서 이는 신선한 충격이었고, 다시 공부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었다.


그리고, 계획을 준비하고 사직서를 작성하였다. 


2016년 12월 중순..


나는 결재서류 하나를 들고 팀장님께 찾아갔다.


"팀장님, 결재.. 부탁드립니다.."


팀장님께 결재판을 드렸다. 팀장님은


"아, 결재판 거기 놔두고 가. 보고 모르는 거 있으면 다시 부를게."


라고 하며, 나를 자리로 돌려보냈고, 나는 내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잠시 후..


팀장님은 크게 웃으셨다. 그리고 나를 불렀다.


"담배나 한 대 피러 갈까?"


나는 팀장님과 함께 회사 옥상에 올라갔다.


옥상 안 쪽 깊숙이 들어가니 비밀장소가 있었고, 그 비밀장소에는 팀장님과 나, 단 둘 뿐이었다.


팀장님은 담배에 불을 붙이시고, 한 모금 피우시더니 나에게 질문을 하였다.


"퇴사를 하려는 이유는?"


나도 담배에 불을 붙인 후, 한 모금을 조심스레 피운 후에

"제 역량이 많이 부족하고 실수도 잦기 때문에 조직에 도움이 되지 않는 같기도 하고, 노무사 공부를 다시 해보려고 합니다. 생각을 많이 했고, 이렇게 사직서를 제출하게 되었습니다."라고 답변하였다.


팀장님은 그 이야기를 들으시더니, 나를 지긋이 바라보며

"네가 생각하기에는 회사가 신입사원을 채용하고 육성하였을 때, 그 사람의 손익분기점이 대략 언제가 된다고 생각하냐?"라는 질문을 하였다.


나는 질문에 당황하였고, 팀장님이 던진 질문의 의도를 몰랐다.

"질문을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팀장님."


팀장님은 고개를 드시며 밤하늘을 보시더니, 답답하다는 듯이 나에게 말씀하셨다.


"너처럼 신입사원을 뽑았을 때, 언제쯤이 되어야지 회사를 위해서 1인의 몫을 충분히 하겠냐는 거야."


나는, "그래도 1~2년은 해야 온전히 1인의 몫은 하지 않을까요?"라고 대답하였다.


팀장님은, "내가 생각했을 때 있잖아.. 5년은 되어야 1인의 몫을 충분히 한다고 생각한다. 너는 아직 배울 것이 많은 아이야. 그리고, 충분히 실수할 수 있어. 너의 실수에 대해 심하게 질책을 하는 이유는 잘 키운다면 충분히 한 사람의 HRM담당자로서 성장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만약 네가 내 질책이 견디기 힘들거나, 또는 네가 지금 이 조직에 기여하지 못해서 그만둔다는 생각을으로 퇴사를 하는 것이라면 나는 이 사직서를 절대로 받을 수 없다."


그렇게 말씀하시고는, 다시 담배를 한 모금 들이마시고 내뱉으시며 말씀하셨다.


"그런데, 네가 만약 이 조직을 떠나서 더 좋은 길을 가려하는 것이라면, 나는 너를 잡을 수 없다. 그러니, 나는 먼저 내려갈 테니깐, 잘 생각하고 내려와서 답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팀장님은 담배를 끄시고는 사무실로 내려가셨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고 나서,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유난히도 별도 또렷이 잘 보이고, 달도 너무나도 밝았다. 많은 생각이 교차하였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생각을 정리하고 난 후, 사무실로 내려와 팀장님이 계신 자리로 향했다. 


"팀장님, 결정했습니다."


나는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저.. 노무사 공부를 한 번만 더 해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퇴사를 하려고 합니다.."


팀장님은 나를 한번 쓱 보시더니,


"그래, 알겠다. 그래도, 내년 2월 초까지는 해줬으면 좋겠는데 괜찮지?"


나는 알겠다고 하였고, 그렇게 2017년 2월 10일까지 근무를 하고 그만두었다. 앞으로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예상하지도 모른 채.. 나는 파랑새를 찾으러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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