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의 기본은 무엇인가?
면접의 기본은 '교감'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면접자는 면접관들과의 교감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어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면접관들과 교감할 수 있을까?
첫 번째는 '아이컨텍(Eye Contact)'이다. 발언을 할 때 면접관들을 고루 보면서 이야기를 하여야 한다. 이때,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시선처리는 면접관들을 기준으로 왼쪽 15%, 중앙 70%, 오른쪽 15%이다. 시선처리가 불안정하면 자신감이 없어 보인다는 인상을 줄 수 있으며, 면접자의 발언에 신뢰성을 저해할 수 없게 된다. 또한, 너무 정면 또는 면접관 기준으로 중앙 쪽만 보면서 발언하는 경우에는 시나리오를 외웠다는 느낌을 줄 수 있으므로 면접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두 번째는 '적절한 제스처(Proper Gesture)'이다. 면접 컨설턴트 중에서는 손짓 등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보는 분들도 계시나, 내 생각은 다르다. 다른 면접자들이 면접관의 질문에 대해 발언을 할 때, 발언하는 면접자를 살짝 보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제스처는 면접관으로 하여금,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공감하는구나.'라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또한, 손짓이나 표정 등을 통해 발언의 중요한 부분들을 강조할 수 있고, 손을 움직임으로써 면접관의 질문에 대한 발언이 자연스러워 보일 수 있다. 다만, 제스처를 너무 남발하면 산만한 느낌이 보일 수 있으므로 적절하게 사용하여야 한다.
세 번째가 가장 중요한데, 그건 바로 '자신감(self-confidence)'이다. 자신감이 없는 경우, 앞서 언급한 내용들은 의미가 없다. 우선 자신감이 없으면, 아이컨텍이나 제스처에 대한 부분을 신경 쓸 수 없게 되고 자신의 발언에 확신이 없기 때문에 추가 또는 돌발 질문을 받거나, 면접관이 압박 질문을 실시하게 되면 무너지게 될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자신감은 어디에서 올까?
개인적인 생각을 이야기하자면, 자신감은 '지원직무에 대한 지식의 깊이'와 '산업군 및 지원기업에 대한 이해', '자신의 가치관' 등이 얼마나 제대로 적립되어 있는지에 비례한다.
이런 부분들이 제대로 갖춰져 있다면 어떤 면접 상황에서도 정신만 바짝 차리면 무난하게 지나갈 수 있을 것이다.
여기까지가 내가 채용을 하면서 느꼈던 부분이었고, 직무에 대한 지식은 어느 정도 보유하고 있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에, 위에서 언급한 나만의 면접 기본전략을 계속해서 리마인드 하면서 병원사업에 대한 부분과 OO병원의 비전 및 경영전략, 관련 이슈 등에 대해 일주일 동안 공부를 하였다.
준비를 마치고, 대망의 OO병원 면접날이 다가왔다.
나는 버스를 타고 OO병원으로 향했다. OO병원이 가까워지자 버스에서 내렸는데,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최대한 도덕적이고 이상적인 인간으로 보여질 수 있게끔 노력하였다.
'면접을 보러 가는 회사의 반경 1KM 내에서는 용모를 단정히 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아는 동생에게서 전해 들은 적이 있었는데, 그 이유는, 회사 반경 1KM 내에서는 그 회사 사람들이 있을 수 있으니 책을 잡힐 일들을 만들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나는 그 동생의 말에 격하게 공감하였고, 그때부터 면접을 보러 집을 나설 때부터 면접이 끝날 때까지는 행동거지 하나하나에 특별히 더 신경을 쓰게 되었다.
급하면 한 번쯤 했을법한 무단횡단이나, 주머니에 손을 꽂고 길가를 거니는 행동 등을 일절 하지 않았다. 또한, 평소에는 허리를 약간 구부정하게 하고 다니는 버릇이 있었는데,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허리를 곧게 펴고, 적당한 보폭으로 최대한 늠름하게 걸어가고자 노력하였다.
여하튼, OO병원에 도착하였고, 인사담당자의 안내를 받아 면접 대기장소로 향했다. 그곳에는 이미 일찍 도착한 다른 지원자들이 몇 명 대기하고 있었고, 면접장의 분위기가 늘 그랬듯이 무거웠다.
그렇게 면접 대기장소에서 회사의 비전 및 경영전략, 관련 이슈에 대해 다시 한번 숙지하였다.
얼마쯤 지났을까..
OO병원 인사담당자가 나를 비롯한 지원자들에게
"선생님들, 면접장소로 자리를 이동하시겠습니다." 라며 우리들을 면접장소로 안내하였다.
'이번에 떨어지면 계속해서 백수생활을 해야 하는데.. 더 이상 백수생활을 할 수 없어!'라는 압박감이 나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하였다.
심호흡을 크게 하였으나 효과가 없었다.
잠시 후, 인사담당자가 면접장소 앞에서 노크를 두 번 한 후에 문을 열며
"마지막 면접입니다. 2조 5명 들어가겠습니다."
그렇게 나를 포함한 지원자 5명은 면접장 안으로 입장하였다.
우선, 의자 옆에 서서 인사를 하고, 면접관이 착석하라는 이야기를 할 때까지 기다렸다.
원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OO병원 인사담당자 채용면접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착석해주세요."
라며 말을 건네었다.
나는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말과 함께 옆에 있는 의자를 빼내어 앉았다.
이윽고, 다른 면접관이 질문을 던졌다.
"자기소개 시간 1분 드릴 테니 왼쪽에 앉아계시는 분부터 해주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질문을 듣자마자, 각자가 준비한 자기소개를 술술 이야기 하기 시작하였다.
내 차례가 서서히 다가올 때마다 긴장감이 비례해서 높아졌다.
내 차례가 되었다.
시작은 순조로웠으나, 이내 갑자기 머릿속이 하얘졌다.
'아.. 망했다. 어떻게 하지.. 다음 대사가 기억이 나지를 않아..'
나는 찰나의 순간 수백만 가지의 생각을 하였고, 결국 도박을 하기로 하였다.
그것은 바로.. 나의 애드리브를 믿어보는 것이었다.
평소에도 재미없는 애드리브로 많은 사람들의 질타를 받았었고, 애드리브 자체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으나 합격하기 위해 필사적인 지금 상황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도전하였다.
우선, 머릿속으로 전개 흐름을 그려보았다. 그리고, 전개 흐름대로 애드리브를 하였다.
인사담당자에 대한 KSA(Knowledge, Skill, Attitude)를 가지고 있다는 언급을 한 후에, K와 S와 A를 왜 가지고 있는지를 설명하고, 이를 OO병원에 입사하여 활용하겠다는 흐름으로 전개하여 애드리브를 하였고, 결과는 나쁘지 않은 수준으로 선방하였다.
※여기서의 KSA는 역량을 나타내는 3가지 요소를 의미한다.
자기소개가 끝나고, 지원동기 및 기타 병원에 대한 내용들을 몇 가지 질문하였다.
나를 포함한 지원자들은 관련 질문에 대해 면접관이 반드시 할 것이라는 예상을 하였기 때문에 사전에 준비한 시나리오대로 군더더기 없이 대답을 하였다.
무난하지만 자기소개에서 버벅거렸던 부분이 있으므로 이번 OO병원 면접은 탈락할 확률이 높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바로 그때...
면접관의 마지막 질문이 나와 지원자들의 멘털을 강타하였다.
"노동조합의 순기능에 대해 이야기해 보세요."
나는 예상치 못한 질문에 당황하였다. 인사담당자를 채용하는 면접이기에, 별도로 ER(Employee Relations)에 관련된 준비는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여기서의 ER은 노무관리를 의미한다.
'응? 갑자기?'
나는 머릿속이 다시 새하얘졌다. 그 순간...
'포기하지 말자. 필사적으로 기억해내자.'
라는 생각으로 노무사 시험에서 공부한 내용들을 복기하기 시작하였다.
다른 지원자들의 멘털이 붕괴되는 모습들이 보였다. 답을 못하는 사람도 있었고, 답을 하는데 그 자리에서 어떻게든 지어서 대답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사람들도 있었다.
점점 나의 차례가 다가왔고..
'아!, 찾았다.'
드디어 기억해냈다.
"노동조합의 순기능으로는 ①불합리한 근로조건 등에 대해 퇴사가 아닌 집단적인 발언을 선택함으로써 이직률이 감소하는 효과가 있으며, ②집단적인 의사표현을 통한 기업의 생산성 및 작업능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고, ③상호 간 의사소통을 통해 양질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살짝 면접관의 눈치를 보았다.
별다른 미동이 없어 보였다.
'아, 이번 면접은 망했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면접이 끝이 났다.
단념을 하고자 하였지만, 인간인지라 OO병원 면접 결과를 목이 빠지게 기다렸다.
며칠 후, OO 병원으로부터 문자가 왔다.
'축하드립니다. 인사담당자 최종 전형에 합격하셨습니다.'
문자를 확인하자마자 기뻐서 날뛰었다. 그리고, 부모님께 전화드려서 합격소식을 전하였고, 다시 첫 출근을 준비하였다. <끝>